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52

박산 2015. 7. 4. 10:46

   

 

                                                     

                             

 

111+52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9월 26(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시인 보다는 독자들이 꾸미는 모꼬지 입니다

 

누구나 오셔서 시를 듣고 읽을 수 있습니다

 

 

1. 숲속 책쾌 - 양숙

 

2. 바람 - 김효수

 

3.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낭송 허진/ 시 모윤숙

 

참 멀리도 돌아왔다 - 이승희

 

5. 가출기家出記 -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6. 낙과 - 김도웅 

 

7. 흰 그늘 - 김기진

 

8. 석류 - 낭송 김경영/ 시 이가림

 

9. 인도 눔이 - 박산

 

10.  돈 매클린의 빈센트아메리칸 파이’ - 이생진 with 담론

 

 

 

 

 

               

111+5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8월 29(매달 마지막 금요일) 이모저모

 

1. 똥통에 빠뜨린 천하제일경 -양숙

 

우리나라의 60년대식 허술한 화장실

생각보다는 냄새가 덜 지독한 곳이네

여기는 순간

불쑥 다가온 옥룡설산 절경

입을 다물 수가 없고

힘줄 필요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에 놀라 쏟아져 내리는

며칠간 불통 불편하게 했던 것들

첫 구()와 마지막 구()가

모처럼 통했다

 

 

똥통에 빠진 줄 알고

건지러 오려했다는 일행의 농담에

금강산이 잠시 원족(遠足) 오셨나

절경에 빠져 시간 간 줄 몰랐음을

넋 빠져 추켜올린 바짓단이 헤벌떡

 

* 진흠모 /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2. 월식 - 김도웅

 

방포항은 섬의 앞

낚싯배를  타고 떠났다

먼 섬의 뒤로 간다는 것은

잿빛 꿈을 빙빙 돌리며

눈망울을 닫는 거

 

무표정한 시간은

어젯밤 해무가 봉인한

하늘의 빗장을 풀기 시작 한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바람은 뒷발질하고

박쥐의 영혼 같은 삶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수역에서

내장의 속을 쏟을 것이다

 

지루한  등뼈가

한쪽이 뜯겨 나간 철길처럼 졸고

거품에 중독된 살갗 메아리는

핀랜드 녀석의 기억 속으로 기어든다

 

화들짝

북극 빙산이 깨지는 떨림

 

농어처럼 펄떡거리는

언제이었더라

자작나무 숲속에서

속옷에 손 댄 그 놈

 

첨벙, 놓쳤다

 

그래도

샤갈이 꿈꾸듯

무인도 뒤에서 유령을 낚아왔다

 

* 진흠모/ 시인 

 

 

 

3. 너의 과제 -낭송 유재호(/이생진)

(시인의 과제)

 

우선 너의 과제는 이거다

너는 너를 얼마나 너이게 할 수 있느냐 이거다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위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웅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는 너를 위해 얼마만큼 너를 누릴 수 있느냐 이거다

연결로부터의 자유

기존으로부터의 자유

의 이기利器로부터의 자유

윤리와 도덕으로부터의 자유

철학과 종교로부터의 자유

그건 일탈이다 고행이다 탈락이다

그건 이기利己

나는 극도로 독이 오른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시집 골뱅이@이야기에서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히말 여 3.jpg

 

4. 매미 7간일의 사랑 -허진

 

 

七日간의뜨거운 사랑을 위하여

목 놓아 울었다

人間들은 시끄럽다고 야단이다

좀 참아주면 안되겠니?

 

우리는 七日간의사랑을 위하여

땅속에서 七年을 참아왔다

당신들은 10달 만에 태어나

100년을 살면서 사랑하고 싸움질도 하지만

 

우리는 싸움도 질투도 없이 七日간의사랑으로

을 마친다,

우리들 울음 그치면 귀뚜라미 차례야

人間들아!

 

귀뚜라미소리는 그렇게 황홀 하더냐!

세상살이 길고, 짧고, 종류는 달라도

덧없는

매미처럼 화끈하게 살아봐라

 

 

* 진흠모/ 시가 흐르는 서울 -진행자 / 낭송가

 

 

5. 화장황진이 3 -낭송 김경영(/김미자)

 

 

눈썹을 그릴 땐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려요

입술을 그릴  

오늘은 몇 번이나 웃을가를 생각해요

수세미즙  짜서 손등에 바를  

내 손을 잡아챈 그를 따라가는  모습을 그려보죠

 

허나 

그들은 한번 품고 나면 밤에만

찾아와요

곱게 화장한 내 모습보다는

적삼 속으로 비치는 속살만 쳐다봐요

난 그리운 이를 만들고 싶은데

그들은 정욕을 뿜어댈 사람을 곁에 두려고 하죠

 

그래도 난

손님을 맞을 때면 여지없이 화장을 해요

분항아리를 열어 분첩으로 두드리고

금가루가 섞인  먹빛으로 반달 눈썹을 그리고

홍화가루로 연지를 붉게 발라봅니다

그리곤 백단향으로 온몸을 치장하죠

손길 머무는 살결따라~

 

이제 화룡정점 같은 마무리를 해야 해요

당신을 맞이 할 미소를 만들어야지요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게도 웃어 보고

앞니를 훤히 들어 나게도 웃어 보고

그위에 애교 섞인  눈 흘김도 얹어봅니다

 

~  밤이 깊었으니

나는 술병  챙겨 들고  당신을 무장  해제 시키러  갑니다

황진이처럼

당신의 고독을 덜어주기 위해서요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

 

 

6. 저저 하고 다니는 꼬락서닐 좀 봐라!  - 박산

 

돈을 몇 푼이나 쟁여놓았는지는

들여다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저리 헤프게 낭비하고  

 

 

삐쭉삐쭉 저 잘났다 

오만방자한 저눔이

혹여 죽기 전에

 

붉은꽃이 왜 붉은 채 떨어지고 

滿月이 왜 바다를 채우는지

진리를 위해 죽은 이들의 침묵과

하찮지만 한 것들의 위대함과

나서기조차 싫어하는 수많은 겸손

지닌 것에 대한 진정한 감사와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예의

희생으로 淨化시키는 살아가는 도리

 

네눔이 세상사는 이런 이치를

눈곱만큼이라도 가슴에 담아

얼굴이라도 붉히면 좋으련만 

 

저저 하고 다니는 꼬락서닐 좀 봐라

 

* 진흠모

 

애기.jpg

 

 

7. 마도로스론-이생진

-세월호 침몰

 

 

마도로스/matroos, 이건 네덜란드 말이다

네덜란드 하면

제주도에 표착한 하멜이 떠오르고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떠오르고

월드컵 4강의 귀신 히딩크가 떠오르고

먼 훗날

세월호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떠올리는 데는 아름다움이 전제 돼야하는데

엉뚱하게 검은 팬티가 떠오르면 무슨 창피냐

 

400여명의 목숨을 가라앉는 선실에 가둬두고

팬티바람으로 기어 나오는 선장의 모습

이건 수상 서커스도 아니고

그때 마토로스복을 입고 서 있기만 했어도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을 걸

 

 

선장이야기 1

 

독도가 보고 싶었다

성인봉에 올라가서도 독도만 찾았다

그로부터 10년 후 기회가 왔다

동해 구축함, 12일의 기회

저녁식사 후 함장(선장)이 자기 방으로 초대했다

함장은 신형무기보다 자기 의자의 성능을 자랑했다

배에서는 선장 이외 선장의 의자에 앉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날 밤 파도는 전력을 다해 선장(함장)의 의자를 지켰다

그 의자 때문에 나는

12일 꼼짝 못했다

 

 

선장이야기 2

 

비양도에 갔을 때 우연히

진수식 겸 풍어를 비는 굿판을 봤다

무당은 바위틈에 제물을 괴어놓고

정성껏 제를 지낸 다음 음식을 나눠주는데

마을 노인들을 제쳐놓고

젊은 선장에게 첫 음식을 주며 말했다

배에서는 선장이 왕이니 정신 바싹 차리라고

그 후 나는 배에 타면 선장이 어디 있나 살폈다

조타실에서 *타륜을 잡고 서 있을 때

그 배는 아버지처럼 믿음직했다

 

 

선장이야기 3

 

헌데 최근

세월호 참사를 보다가 타이타닉호로 옮겼다

세월호 참사를 다른 각도에서 보려고

타이타닉은 빙산에 받혀 가라앉으며 큰 물줄기가 선실로 급류한다

승객들은 우왕좌왕 달리다 밀리다 쓰러지고 떨어지고

저마다 살길을 찾느라

아니 죽음에서 도망치느라

아우성이고 수라장이다

첫 출항 나흘 만에 겪는 해상 최대의 악몽

한 여자 승객이 젖먹이를 안고 멍하니 서 있는 선장에게

선장님, 우린 어쩌죠하는 울부짖음에

선장은 할 말을 잃고 허수아비처럼 맨손으로 서 있을 때

또 다른 승객이 늙은 선장에게

가지고 가던 구명조끼를 건넨다

받을 리 없다

선장은 조타실로 들어가 운명의 타륜을 잡고

달려오는 수마水魔에 육탄으로 부딪친다

검은 마도로스복에 금테 모자

그는 끝내 타륜을 놓지 않았다

 

타이타닉은 영화다 하지만 침몰은 세월호와 같다

1912415일 그로부터 102년이 지난 오늘

2014416

세월호는 무엇을 영화에 담을까

아니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보고 울먹이며 말했다

100년 후 사람의 질은 어떻게 달라질까

배도 양심이 있어야 바르게 가는데

100년 후 한국의 양심은 어디쯤 와 있을까

양질의 선장을 만나고 싶다

 

 

*타륜舵輪:배의 키를 조종하는 손잡이가 달린 바퀴 모양의 장치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

 

인사동에 오면 오늘 모꼬지에는 누가 왔으면 했는데

오늘은 그런 분들이 오셨습니다(추석 성묘 시즌과 겹쳐 최소 인원이 참석).

 

섬을 사랑하는 사람은 애국자다했더니 지난여름 우이도 섬 여행에는

젊은 섬 여행가 이승희씨 등이 태극기를 들고 함께했고 총 130여 명이 우이도 여행을 함께 했었습니다.

 

오늘 나는 이 자리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지 3일 만에 버려져 프랑스에 입양되어 물리학자의

집안에서 수재로 성장 세 번 째 장관직에 오른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펠르랭의 장관 취임연설 녹음을 스마트폰으로 함께 듣고).

그의 연설은 꽃처럼 듣기 아름답습니다.

 

그의 프랑스어는 내가 듣기에는 시낭송하는 듯 들립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연설문을 썼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당당했습니다.

버려진 그 아이는 살았기 때문에 이런 성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죽었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지난봄부터 지금까지 세월호 사고에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고 온 국민의 애도 기간이었으나

정치성이 대두대기 시작하니 그 순수성이 혼란스러워져 시를 쓰는 내 입장에서는

어떤 시로 얘기해 줄까 고민하다 살아선 성공한, 입양되었던 프랑스 문화부 장관 플뢰르 펠르랭을 생각했습니다.

이제 죽는 얘기는 끝내야합니다. 사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죽음을 가지고 늘어지면 사는 게 피곤합니다

죽은 자에겐 꿈이 없습니다

산 자에겐 꿈이 있습니다(...이하 생략).

 

 

플뢰르 펠르랭 - 이생진
-꽃례의 꽃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이 있다


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있다


허나 이런 말들은 모두 산 자에게 해당하는 말


죽은 자는 그 말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생후 3일만에


거리에 버려진 아이를 주어다 꽃처럼 키워준 은인


조엘 펠르랭

 
그는 꽃례의 하늘이오

 
꽃례의 양아버지이다

꽃례는 다 자란 뒤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버려진 아이라는 생각이

 
늘 나를 힘들게 했지만


입양처럼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는 말


이 말은 버려진 자에게 힘이 되어 고맙다 (2014.8.29)


*플뢰르 펠르랭은 1973년 출생 3일만에 거리에서 발견되어 고아원으로 보내지고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되었다. 입양 후의 이름인 플뢰르(Fleur)는 프랑스어로

 
''을 뜻한다. 원자물리학 박사인 양아버지 조엘 펠르랭과 전업주부인 양어머니

 
아니 펠르랭의 보살핌 속에서 잘 자라 16세 때 대학입학 자격을 취득했고 명문

 
상경계 그랑제콜 에세크(ESSEC)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프랑스 최고 엘


리트 양성 학교인 파리정치대와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2002년 사회당

 
연설 문안 작성을 맡으며 정치권에 입문했고, 2007년 대선에서는 디지털 경제


전문가로 일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프랑스의 문화부장관이다.

 

 

 

 

 

@

추석 성묘 시즌이 겹쳐 아주 적은 인원이 참석했지만 모처럼 이런 덕택에 얼굴 가까이

 

대고 서로 자신들의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꼬지에 나오는 이유 이생진 시인에 대한 연민 자신이 토로한 살아온 이야기에 대한,

 

함께한 이들의 공감 오순도순 뒷골목 선술집에 모인 듯 막걸리로 붉어진 얼굴로

 

오랜 비밀을 공유하는 것 같은 그런 값진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