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비즈니스 한국 -
신동파가 볼 던져 날리던 시절
흑백 TV에서 본 필리핀은 잘 살았다
식탁에서 밥 먹고
냉장고에서 콜라 맥주를 꺼내 마셨다
서울 시내 전차가 다니던 시절
땡땡거리며 다니던 전차는 느림보 거북이다
엉성하게 얇고 조잡한 2원 오십전짜리 전차표도
푸르죽죽 인쇄된 컬러가 가난했다
이회택이 볼 차 날리던 시절
방콕 축구장 조명등은 왜 그리 밝은지
우리 보다 까만 태국사람들은 어찌 그리 웃고 사는지
삶에 고달픈 우리 아저씨 아주머닌
얼굴 찡그려 인상만 썼다
지금은 마닐라 보다 서울이 더 살기 좋고
방콕 보다 서울이 더 살기 낫고
가서 보니 마닐라 보다 우리가 더 좋은 냉장고를 쓰고
가서 보니 방콕 시민들보다도 더 즐기고 산다
없던 석유가 땅을 뚫고 갑자기 솟았나
착하기 만한 조상 둔 덕에 갑자기 돈벼락 맞았나
다 개소리야
딱 하나
‘비즈니스 한국’ 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