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78쪽
솔리스트 Solist
지휘봉 따라하는 연주가 싫어 독립했다
고독은 외로웠지만 집중을 주었다
이슬 한 방울 떨어지는 작은 소릴 내다가도
변덕 끓어 미친 듯 천둥소리 에너지를 소모했다
때론 물질을 향한 욕망에 힘겨워 울었다
부실한 악기 탓을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다 내 부족임을 잘 안다
난 솔리스트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간섭이 없어 좋았다
말은 훨씬 줄었지만 제 흥에 겨운 맛에 종종 취했다
누군가 들어주는 이가 생겼다
감사에 대한 간단한 예의를 빼곤
그냥 인간에 대한 애증을 연주하려했다
태풍 바다 너울 파랑에 요동치는
쇠사슬에 묶여 정박 중인 어선인 양
삶이 힘겨워 지루하게 버둥거리는 곡들도
이 악물고 수평을 생각하며 인내했다
난 솔리스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