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스트 Solist

박산 2020. 9. 7. 12:01

 

 

熱演(이광무 그림)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78쪽

 

솔리스트 Solist

 

지휘봉 따라하는 연주가 싫어 독립했다

 

고독은 외로웠지만 집중을 주었다

 

이슬 한 방울 떨어지는 작은 소릴 내다가도

변덕 끓어 미친 듯 천둥소리 에너지를 소모했다

때론 물질을 향한 욕망에 힘겨워 울었다

부실한 악기 탓을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다 내 부족임을 잘 안다

난 솔리스트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간섭이 없어 좋았다

 

은 훨씬 줄었지만 제 흥에 겨운 맛에 종종 취했다

 

누군가 들어주는 이가 생겼다

감사에 대한 간단한 예의를 빼곤

그냥 인간에 대한 애증을 연주하려했다

 

태풍 바다 너울 파랑에 요동치는

쇠사슬에 묶여 정박 중인 어선인 양

삶이 힘겨워 지루하게 버둥거리는 곡들도

이 악물고 수평을 생각하며 인내했다

난 솔리스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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