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56쪽
*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태풍 부는 날,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지 않겠나 하면서
냉면 한 그릇으로 점심 약속을 하고 나니, 불현듯 이 시가 생각나 올려 봅니다.
◁ 조 사장 ▷
불알친구 조 사장
동대문시장 원단 장사
그의 이마 주름만큼 이력 깊지만
“돈 좀 버냐?”
한결같이
“그냥 그렇지 뭐”
만난 지 반세기가 넘도록
약속 시간 단 한 번 어긴 적 없는 신사
내겐 그냥 허투루 해도 되겠건만
톱니가 시겟바늘 돌리듯 정확하다
술 못 마시는 체질 잘 알면서도
내가 따라주는 막걸리를
홀짝홀짝 성의껏 들이키는 배려
작가 Y가 내게 묻기를
맘 편히 함께 여행할 친구 있느냐기에
조 사장, 이 친구 있기에
망설임 없이 있다 했더니
예순 줄 나이, 그런 친구 있다면 행복한 거란다
어제 점심 같이 먹는데
다리 힘줄 땅기는 게 나이 탓인가 하여
올부턴 잦은 산행 좀 줄이라 했다
예의가 지나치고
겸손이 도를 넘는 게
굳이 흠이라면 흠인 친구
지금처럼만 꼭 지금처럼만 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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