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지은 시」 26쪽
*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9시
평소 십여 명의 승객이 탔었는데 버스에는 덩그러니 나 혼자였습니다.
이런 날엔 이 작은 섬 동네를 거닐다 아무 얘기나 나눌 어부를 만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 하늘 본 지가 언젠데! ▷
큰 섬에 붙은 작은 섬 뒷동네
다 해 봐야 대여섯 가구 사는 마을
갈대 하늘대는 둑방 아래 논길 걷다가
야트막한 언덕 아래 작은 포구를 만났다
파랑에 엎어질 것 같은 배를 부두에 묶어 놓고
그물 손질 중인 예순은 족히 들어 보이는 부부에게
앞 섬 이름 이것저것 묻는 여행자의 말 붙임이 싫지 않았던지
마시던 깡소주 한 잔을 건네며
살아온 이력을 판소리하듯 들려주는 데
재밌다!
스무 살 때부터 고깃배를 탔고
스물여덟에 두 살 많은 (지금 옆에 있는) 이 사람 마누라 만나
삼십 년 넘어 같이 배를 타고 있는데
하늘 보고 만든 아들 이름이 天식이고
별 보고 만든 딸 이름이 星순이란다
평생 배를 두 개 타고 사는 인생을 아느냐 묻는다
고깃배는 몇 번 바꾸었는데
다른 한 배는 아직 못 버리고 있다고
이 너스레를 고스란히 듣고 있던 아내가
무심한 듯 툭툭 뱉어내는 걸진 말들을
쏴! 하고 밀려왔던 파도가 쓸고 갔다
하늘 본 지가 언젠데 입만 살아 저리 헛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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