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소리

박산 2020. 9. 14. 16:16

 

「태풍 떠난 後」(그린비)

 

 

시집 「노량진 극장」 44쪽 

 

 

방울소리

 

가을이 다가오면

뉘엿한 해 등 뒤로

황토 길을 걷는

나귀 목에 걸린

규칙적인 방울소리는

왜 들리는 것일까

 

이명이 온건 분명하지만

싫지 않다

 

물살 고운 강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낮은 음정으로

 

산소 토해 내는

도심 속 작은 숲의 종소리로

 

어두운 지하철

웃지 않던 검은 요정의 옅은 미소로

빌딩 숲 좁은 길가

더위에 지쳤던 벤치의 자장가로

 

성량 달리는 가수의

편안한 백 뮤직으로

 

밤하늘 외로운 별 하나

저 편 은하수를 부르는 간절한 손짓으로

 

결국 이명인가 하여도

참을 줄 모르는 금속성 방울소리는 그치지 않고

얕은 바람에도 나뭇가지 흔들거림이 수선스럽다

 

가을이 이 만치 들어와 있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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