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길

박산 2020. 9. 28. 10:43

「Yellow Forest」 김명옥 그림  

 

「인공지능이 지은 시」 52쪽 

 

 

내가 낸 길

 

자주 다니는 뒷동산 숲에

사색을 위한

나만의 길을 냈습니다

 

가시덤불을 잘라내고

풀 뽑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지요

 

하루 두어 시간씩

닷새에 걸쳐 장갑 낀 손노동으로

한 쉰 걸음 정도의 길이 났습니다

 

호젓하게 들어 있다가

모기에게 수없이 물렸지만

다람쥐도 만나고 새 소리도 듣고요

 

한 해가 지났습니다

두 해도 지났습니다

백 걸음 정도로 길어졌습니다

 

혼자 다니는 길이

영원히 혼자일 수는 없겠지만

이백 걸음을 원치는 않습니다

 

노란 숲에 난 두 갈래 길에서

이 길 저 길 망설였던 시인을 뵌다면

직접 길을 내시지요?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도 나는

숲을 보고 있습니다

어디에다 나만의 길을 또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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