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노량진 극장」 44쪽
방울소리
가을이 다가오면
뉘엿한 해 등 뒤로
황토 길을 걷는
나귀 목에 걸린
규칙적인 방울소리는
왜 들리는 것일까
이명이 온건 분명하지만
싫지 않다
물살 고운 강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낮은 음정으로
산소 토해 내는
도심 속 작은 숲의 종소리로
어두운 지하철
웃지 않던 검은 요정의 옅은 미소로
빌딩 숲 좁은 길가
더위에 지쳤던 벤치의 자장가로
성량 달리는 가수의
편안한 백 뮤직으로
밤하늘 외로운 별 하나
저 편 은하수를 부르는 간절한 손짓으로
결국 이명인가 하여도
참을 줄 모르는 금속성 방울소리는 그치지 않고
얕은 바람에도 나뭇가지 흔들거림이 수선스럽다
가을이 이 만치 들어와 있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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