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마투리

박산 2020. 10. 12. 10:27

「아말피」 이광무 화백 

 

「노량진 극장」 56쪽

 

 

말마투리

 

마음이 허허로운 날은

동심에 젖어

누군가에 편지를 쓰고 싶다

 

편지 속 스크린

주인공은 다 어리고

엑스트라는 다 어른이다

 

아련하게 *피끗 떠오르는 어린 날

그 때 그 아이의

까르르 웃던 목소리도 듣고 싶다

 

잠지 내 놓고 아장거리던 그 걸음으로

발음이 훨씬 진보한

지금의 언어를 들려주고 싶다

 

힘들었던 얘기 말고

맛있었던 혀의 수다로

불룩하게 배 불리고 싶다

 

그래도 **말마투리 남아

채워지지 않는다면 소싯적 어깨동무로

깡충깡충 뛰고 싶다

 

편지 말미에는

안녕이란 말 대신 그냥,

실없지만 세련된 말 '사랑한다' 쓰고 싶다

 

 

* 피끗: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빠르게 잠깐 나타나 보이는 모양

** 말마투리: 말을 다하지 않고 남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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