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앞 버스정류장

박산 2020. 10. 23. 11:44

「아세르토르(assertor)」 조남현 화가  

 

 

「무야의 푸른 샛별」 58쪽 

 

 

지하철역 앞 버스정류장

 

 

시시한 건 반복되어진 사소하고 이기적 말들이 지루해지기 때문입니다. 있는 돈 자랑하려니 암내 난 꿩 소리로 들려 누군가 총 들고 쏘려 올까 겁나 그 언저리만 빙빙 돌다가 구린 입도 못 떼는 모양, 좋은 호텔에서 온 식구가 다 퍼질러 실컷 자고 먹고 해 놓고 겨우 한다는 말이 그 호텔 밥맛이 어쩌구저쩌구.

 

뭐 하나 읽는 게 귀찮아 나이 육십 줄에 텔레비전 연속극이나 보는 게 전부입니다. 그래도 어디 가서 말발 죽는 건 싫어서 아무도 믿지 않는 소싯적 공부 잘했다는 얘기 바락바락 핏대 세워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지겹게 듣는 이들 인내를 시험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지 공허한 하늘에 홀로 머리 박기란 느낌이 드는 순간 제풀에 제가 죽을밖에.

 

먹고 사는 데 누릴 건 다 누리면서도 누군가 어렵다는 말만 나오면 찬바람 쌩합니다. 뭔가 도와 줄 생각은 꿈에도 없으면서 공연히 딴 짓거리로 비웃음 섞인 억지 콧노래나 휘휘 거리며 방금 전까지 어디 놀러 가자 뭐 먹으러 가자 떠들어대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는 빈손에도 뭐가 빠져나갈까 땀나게 꼭 쥐어 놓고는 침묵은 금이다란 말 이럴 때는 어찌나 잘 실천하는지.

 

새가 날고 눈비 오시고 계절이 바뀝니다. 모든 게 다 세상 구성하는 이치이고 가고 옴이 물 같아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 소멸되어 사라지는 다 된 밥의 모락모락 오르는 김이나 아침 호숫가 물안개 같은 때론 배고픔으로 몰라보고 때론 무심히 보이고 스치는 그렇지만 한 번 만 더 생각해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들 모두가 나 하나의 독단이 아닌 공생의 세상이란 자각으로 겸손을 만들고 나보다는 남에 대한 배려를 만드는 게 아닌지.

 

따끈따끈한 떡 지어 아침 지하철역 앞 버스 정류장에 이유 없이 떡 하니 펼쳐 놓고 출근길 출출한 사람들에 큰 미소 지으며 뚝뚝 떼어 오물오물 입에 넣고 가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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