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11

박산 2018. 9. 20. 10:16

                                             모꼬지 끝나고 깜깜한 밤 인사동 귀갓길에서 

                                              9월 9일 서초문인협회 초청 열정으로 강연하시는 이생진 시인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0} 2018년 9월 28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꽃달임; 양숙

 

2.짝사랑: 김효수

 

3.남도의 밤 식탁: 낭송 김미희/ 시 송수권

 

4.침묵을 깨고: 김중열

 

5.죄를 묻어주었다: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6.운수(雲水)골: 허진

 

7.길: 낭송 김경영/ 시 김기림

 

8.7번 국도: 박산

 

9.그 사람의 넋두리: 이생진 -운명과 인연과의 관계 with 담론 

 

                                                                                김수정님(국악인) '사철가' 열창 중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99} 2018년 8월 31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스케치 


1. 통일: 양숙 

 우리는 피를 나눈 한겨레니 쓰는 말도 풍습도 같으니 
 이산가족 아픔을 생각해서니 
 이대론 남북 모두 약소국으로 전락 
 주변 강대국에게 짓밟힐 거라니 
 적어도 인구 일억은 유지해야 하니 
 어서 남북이 하나 되어야 한다고 
 통일비용이 날마다 눈처럼 불어나니 
 하루라도 빨리 통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리 잘려 아무리 용써도 꼼짝도 못하는 대한민국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통일을 이룰 것인지 열띤 토의 끝에 
 간절히 열창 우리의 소원은 통일~ 
 사흘 뒤 주말 대청소하면서 독일 출장길 통독 기념으로 사와 
 한동안 쓰다듬고 맨 앞에 앉혔다가 
 장식장 뒤편으로 시나브로 물러났던 베를린 장벽 
 조그만 콘크리트 덩이를 그냥 무심결에 버렸다.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net 

                                                                                     김효수님 


2. 신께서: 김효수 

 왠지 이번 여름은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도 
 신께서 태양을 지구에 더 가깝게 두셨는가 보다 
 한낮에 사람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어두운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걸 보니 
 이렇게 더위에 지쳐 살아가는 생명 가엽게 여겨 
 신께서 넓은 맘으로 여름날 하루 뒤로 보내시고 
 그 자리에 거센 바람과 함박눈으로 보관된 겨울 
 이 세상에 보내주시면 아주 짧은 하루라 하여도 
 긴 무더위에 질려 그늘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들 
 찡그린 얼굴 펴고 활짝 웃으며 얼마나 좋아할까 
 찬 바람 한없이 불어오고 함박눈 쏟아지는 거리 
 아무나 붙잡고 모두 아이라도 된 것처럼 즐겁게 
 눈싸움 한판 잘 어울려 서로 미끄러져 뒹굴어도 
 하얗게 속살 보이는 함박눈처럼 거짓 하나 없이 
 사람들 하얀 이 드러내고 하늘도 깜짝 놀라도록 
 입이 찢어지게 웃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무더위에 견딜 수 없어 닭들도 픽픽 쓰러져가는 
 찜통 여름날 신께서 아주 짧은 하루라도 좋으니 
 찬 바람 불고 함박눈 내리는 겨울로 바꿔주시면 
 버틸 수 없어 헐떡거리는 생명 얼마나 좋겠는가 

* 진흠모/ 시인 



3. 구름은 어디로 가는가: 낭송 조철암/시 이생진 

 갈매기도 가는구나 
 황혼에 갈 곳이 있는 자는 행복하다 
 배도 가는구나 황혼 속에도 오막살이 등불이 있고 
 등불 밑에서 기다리는 늙으신 어머니가 계시다 
 헌데 구름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구름 걱정할 처지가 아닌데 항상 구름 걱정이다 
 달도 없는데 구름은 어떻게 찾아갈까 
 그래서 찾아갈 집이 없는 걸까 
 독도는 우리땅 하면서도 
 어두운 곳에 혼자 놔두고 가는 심정 
 영토는 총으로 지킨다 해도 
 고독은 총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 진흠모/ 낭송가 

4.제부도 밤바다: 김중열 

 썰물로 벌거벗긴 여름밤 해변가에 젊은 날 아스라히 떠오르기를 남겨진 웅덩이에 망둥이 줏어들기를 들고 간 양동이에 채우고 채우기를 한발 두발 끌려가 한참이나 되었을까 저만치 소리 "물 들어온다"에도 욕심만 가득하게 마냥 채워가기를 잠시 후 정강이까지 채워진 바닷물 허둥지둥 그제야 어디로 가야 하나 허리춤 넘실대며 혓바닥 낼럼낼럼 저승사자 도폿자락 검은 물결에 그제야 가득 채운 허상의 양동이도 내던지고 생존에 허덕이며 횃불 보이는 곳으로 힘껏 달린다 그리고 또 달리고 달려봐도 꿈 속의 현실인가 여전한 물결에서 허덕허덕 젊은 날에 제부도 밤바다 이야기로 지금에 사랑이라 좋아만 하였길래 가득히 부풀었던 속삭임 주워들어 빈곤해온 가슴에 애욕만 가득 채워왔다가 아니라 하기에 허겁지겁 내동이 쳐진 사랑의 조각들이 증오로 가득하다가 퀭해진 허파꽈리 하나둘 터지는 소리뿐 그리도 힘들어 한다 괴로워한다 하여라 썰물로 빠져나간 달빛 속 바닷가에는 또 허상의 망둥이로 유혹을 하고 작은 게 무리들 삐끼로 큰 앞발 껄떡껄떡 미처 숨지 못한 조개들 헐떡이며 거품 뿜기를 한적한 바닷가에는 작은 별들이 옹기종기 웅덩이 곳곳에 반짝인다 괴로워 서러워진 지금을 버리려고 작은 별들에게 하소연 하련다며 지금에 시린 겨울 물결로 달래려고 서서히 빠져간다. 허리에서 가슴까지 곧 머리도 잠기겠지 작은 별 하나둘 줏으러간 제부도 여름밤에 그곳 바닷가에는 방랑에 지친 늙은 객 하나 숨을 거두기를 오늘 밤도 꿈속에서 헤메더라는 넋두리 부여잡고 여직에도 일렁이련가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김미희님 



5. 임진강에서: 낭송 김미희/시 정호승 

 아버지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임진강 샛강가로 저를 찾지 마세요 
 찬 강바람이 아버지의 야윈 옷깃을 스치면 오히려 제 가슴이 춥고 서럽습니다 
 가난한 아버지의 작은 볏단 같았던 저는 결코 눈물 흘리지 않았으므로 아버지 이제 그만 발걸음을 돌리세요 
 삶이란 마침내 강물 같은 것이라고 강물 위에 부서지는 햇살 같은 것이라고 
 아버지도 저만치 강물이 되어 뒤돌아보지 말고 흘러가세요 
 이곳에도 그리움 때문에 꽃은 피고 기다리는 자의 새벽도 밝아옵니다 
 길 잃은 임진강의 왜가리들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고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길 되어 어둠의 그림자로 햇살이 되어 
 저도 이제 어디론가 길 떠납니다 
 찬 겨울 밤 하늘에 초승달 뜨고 초승달 비껴가며 흰 기러기 떼 날면 
 그 어디쯤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늘도 샛강가로 저를 찾으신 강가에 얼어붙은 검불 같은 아버지. 

* 낭송가/ 시인 

                                                                               이승희님 


6. 열정: 이승희 

 아침부터 사랑의 세레나데를 듣는다 
 악기도 없고 지휘자도 안 보이는 칠월의 오케스트라 
 구애인지 구걸인지 분간은 안 갔지만 
 작년 이맘 때 찾아온 각설이가 틀림없다 
 내 나이 스무 살에 딱 저 울음 같았다 
 가슴은 뜨거웠고 악쓰며 노래하는 칠월의 매미였다 
 나에겐 더 이상 매미의 심장은 없다 

* 섬 여행가/ 시인 

7. 사랑은 바람: 낭송 김경영/시 성기조 

 사랑이 바람되어 내게 불어라 
 얼굴을 장밋빛으로 만들고 가슴을 뛰놀게 한다 
 사랑이 바람되어 가슴 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사랑이 비가 되어 촉촉히 나를 적신다 
 사랑이 바람 되어 땅위의 해바라기를 키워 
 하루도 하루도 빠짐없이 해를 바라본다 
 해를 해를 바라본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유재호님 

 

8.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사내의 머릿속을 계집이 드나들고 
 계집의 치맛속을 사내가 드나들 듯 
 꽃은 무엇을 숨겼으며 나비는 무엇을 봤기에 
 너는 나를 나는 너를 하며 날아가는가 -시집 <그 사람 내게로 오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9. 주책없게 오지랖만: 박산 

 퇴근길 지하철, 
 내 옆에서 손을 꼭 잡고 붙어 있는 젊은 남녀 속삭이는 얘기들이  
 점잖은 체면에 굳이 주워 담으려는 것도 아닌데 쏙쏙 귀에 듭니다 

 오늘 한낮을 주어진 운명대로 열심히 살았던 장삼이사들의 
 그렇고 그런 일상의 회사 얘기부터 점심으로 먹었던 파스타가 정말 맛있었다는 얘기에 이르렀을 즈음, 
 무심한 듯이 남자가 묻는 말이 "말씀 드렸어?". 결혼식 얘기입니다. 

 이때부터 이들의 얘기는 미소가 사라진 대화가 됩니다.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은 스쳐도 될 인연의 끈이 길었음인지, 
 내리는 역에 이들도 내리고 자연스레 그들의 뒤를 따라 갑니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번화한 사거리로 나가기 직전 
 길목에는 MOTEL 간판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깜빡이는 모텔 골목이 나옵니다. 
 손목을 슬며시 잡아끄는 남자에게 
 "돈 아껴야지 바보야!" 
 여자는 눈을 흘기며 조금은 커진 목소리로 샐쭉 쏘아 붙입니다. 

 무참해진 남자의 표정이 어찌나 측은하게 보이는지....

 "그 모텔비 내가 내 주면 안 될까?" 
 하마터면 무심코 나서서 이럴 뻔 했습니다. 

 주책없게 오지랖만 넓어서.... 

* 진흠모 이끎이/ 시인 

9. 내가 백석이 되어: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시인께서 '내가 백석이 되어' 퍼포먼스 형상화를 위해 인사동 한복점에서 직접 빌린 치마를 들고 담론 중인 모습      



    이생진 담론: 시는 무당입니다, 백석과 자야 두 분은 가정이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야는 가정이 어려워지자 가출을 했습니다. 
                  스무 살 때 장발이 그린 치마가 있다는 것은-(중략) 

                  원래 장발이 그린 그림은 이겁니다(사진을 보여주며), 
                  기생 옷입니다. 나는 오늘 이 퍼포먼스를 위해 한복집에 가서 치마를 골랐습니다. 
                  내가 시를 쓰긴 썼지만 이 분들의 한을 풀어 주기위해 영혼을 불렀습니다. 
                  길상사에 가시면 느티나무가 있는데 내가 직접 그 아래서 이 시를 써서, 이 시는 리얼한 시입니다
                  (시 낭송, 중략)- 
                  백석이 오늘 내가 낭송하는 걸 듣길 바라고 영원히 사랑을 이루시길 바랍니다(일동 박수). 


*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고흐’ 김민홍(가수)의 연주와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돈권님 


* 김수정(국악인)님이 사철가 완창을 들려주셨습니다. 


* 정온유, 임영숙, 임향자 님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진흠모 제주구좌문학 조선희 시인의 '애월에 서다' 시집 출간, 모꼬지 참석자 모두 나눔했습니다.

  조선희 시인께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어머니 - 보경사 대웅전 / 저물어 가는 / 어머니 오른 쪽 어깨 / 서산, 넘어가고 있다 (60쪽)   



* 정순환 조은숙 이덕수 님이 오랜만에 반가운 발걸음을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 보는 광경에 대한 결론 ㅡ  (0) 2018.10.29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12  (0) 2018.10.19
벗의 등급   (0) 2018.09.0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10  (0) 2018.08.23
꽃상여에 리무진 ㅡ  (0) 201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