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10

박산 2018. 8. 23. 10:42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99} 2018년 8월 31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통일: 양숙 

2.신께서: 김효수 

3.구름은 어디로 가는가: 낭송 조철암/시 이생진 

4.제부도 밤바다: 김중열 

5.임진강에서: 낭송 김미희/시 정호승 

6.열정: 이승희  

7.사랑은 바람: 낭송 김경영/시 성기조 

8.난 속았습니다: 권영모 

9.너는 나를 나는 너를: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10.주책없게 오지랖만: 박산 

11. 내가 백석이 되어: 이생진 with 담론 


                                           진흠모 편집인 양숙 시인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98} 2018년 7월 27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1. 백만 송이 장미의 절규: 양숙 

길가 집안에서 빠끔히 내다보는 장미꽃 눈을 확 당긴다 
목을 최대한 돌려 뒤돌아보지만 차는 이미 지나쳤다 
맞다 시골집 화단에 있던 바로 그 장미꽃 
색 큰 가지를 꺾어 자기 교실에 갖다 꽂겠다고 우기던 자매들 
얼마 전 여동생이 국외여행 중 보내준 장미꽃 사진 한 장 
여동생이 귀국해서까지 
자매가 며칠 간 이야기보따리를 묶을 줄 몰랐었던 그 장미꽃 색 다시 보고 싶은데.... 

죠지아 ‘시그나기’ 사랑의 마을 ‘백만 송이 장미’는 실화로 여기에서 났다는데 
그 꽃(색)은 이미 지나갔고 지금 눈앞에서 포도 덩굴 사이로 피어난 살바돌 달리의 입술 소파 
새빨간 장미꽃색은 백만 송이 장미 내용과 줄긋기가 안 되는 창백한 분홍색이라 불리는 pale pink 
시골의 무명 화가 필로스마니는 프랑스 여배우 마르가리타를 사랑한 나머지 그림과 집 심지어는 피를 팔아 장미꽃을 사서 
그 여배우가 묵고 있는 숙소 주변을 장식하고 날밤을 새서 기다렸지만 다음날 아침 그 백만 송이 장미를 본 여배우는 
참 아름답네! 한 마디만 남기고 기차를 타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러시아 시인의 시와 라트비아 가요에 가사를 붙여 세계적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러시아어 가사를 동시 번역으로 듣고 들으니 심수봉의 노래보다도 더 가슴 절절 동행인 언니는 눈물 훔치다 유리창에 들켰다 사랑을 거절당한 가난한 화가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고 피를 토해 내고 정맥만 파리하게 남은 장미꽃의 절규를 다시 들으며 트빌리시를 향해 길을 달린다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net 

2. 장마: 김효수 

 하늘이 긴 슬픔에 빠졌는지 잠시 쉬지도 않고 울어댄다 
 언젠가 믿었던 사람 보내고 홀로 살아갈 세월이 두려워 
 눈물로 가슴을 달랜 것처럼 하늘은 누굴 멀리 보냈기에 
 며칠째 수심 가득한 얼굴로 멀쩡한 세상 서럽게 울릴까 

* 진흠모/ 시인 

3. 흰 모래밭: 낭송 조철암/ 시 이생진 

하고수동 흰 모래밭 꽃신 신은 사람 꽃신 벗고 꽃치마 입은 사람 꽃치마 벗고 
흰 발바닥 힌 모래밭에 흰 살 묻고 누워 달빛에 감겨라 
흰 살에 젖어든 물자락 꿈에서처럼 간드러져 울고 싶거든 울어라 
꽃바구니 든 사람 꽃바구니 놓고 꽃가루 묻은 발 모래밭에 묻어 
오늘 밤엔 달빛만 안아라 하고수동 흰 모래밭 
너의 침실 달구경 나온 게 네 발바닥 긁거든 소리 내지 말고 웃어라 

*하고수동: 제주 우도의 해변​ * 진흠모/ 낭송가 

4. 동화도* 할머니: 이승희 

 처녀의 넋을 담고 있다는 붉은 동백꽃 그 넋을 밟고 돌담길 오른다 
 호위병으로 서 있는 동백나무가 오두막집을 활활 불태우고 있다 
 해남서 시집 왔다는 팔십칠 세 문씨 할머니가 마당 한켠에서 나물을 삶고 있다 
 딸들 공부 못 시켜 미안하다는 그 말이 유행가 후렴으로 들려오는데 
 결혼 십오 년 만에 남편이 세상 먼저 떠났다는 말씀에 
 갈매기 울음이 사랑가로 들려온다 

 "먼저간 남편이 밉지 않으세요?" "그 사람인들 먼저 가고 싶었겠소" 
 짧은 인연이 애틋하기만 하다 
 우리집 안까이**도 같은 마음일까 의문이 든다 

 * 동화도 : 해남 땅끝마을 앞에 있는 작은섬 
 ** 안까이 : 아낙네의 함경도 방언 
 * 섬 여행가/ 시인 

5. 자야(子夜)와 함께: 김중열 

 백석과 자야를 알기 시작할 때는 사랑이란 소유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자야가 그리고 백석이 이별 속에 서로를 품고 저 세상으로 따로 떠났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야 사랑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내가 이제야 사랑을 찾으러 간 곳은 하이얀 눈이 뽀드득 소리나는 산골이 아니라 삶에 찌든 잿빛 눈길에 초라하게 남겨진 
 재건축 비어진 헛간에서 젊은 남녀가 희안한 포즈로 누어 있는 버려진 도심 속에 있더란다 

 하이얀 당나귀는 흔적도 없었고 비싼 스포츠카로 버려진 이곳에는 갓꿈일랑 거미줄에 너덜너덜 헛꿈일랑 쓰레기로 너풀너풀
 그리도 사랑을 꿈꾸고 자야와 백석을 그려 왔건마는 그런 사랑은 꿈속에서 좀비로 떼를 이루어 나를 끌어내리기를.... 
 들고 온 막걸리를 나발로 불어댄다 사랑은 어데 있을까 소리를 질러댄다 놀랜 젊은이들이 서둘러 사라지고 나머지로 그림자 
 길게 늘어져 육즙이 빠져나간 남겨진 사랑이라며 이런 사랑 어떠하겠느냐 눈치를 준다 
 하여 내가 백석이 되고 그림자는 자야가 되어 당나귀로 빈 술병 타고 마가리 찾아 하이얀 사랑이 푹푹 내리는 골짜기로 가자 
 서로 부둥키니 이 밤 꽤나 요란스레라???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엄초아 낭송가 


6. 연륜: 낭송 엄초아/ 시 박두진 

                                                  속초에서 오시는 허상님 


7. 등대와 동백꽃: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여서도 등대는 외롭지 않다 
마을 가까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와서 외롭지 않았다 

외로운 것은 동백나무 꽃이 피면 나비가 와야 하는데 
겨울에 펴놓고 나비를 기다리니 
생기지도 않은 나비가 어디서 날아오나 
고독은 고독한 자의 부담 
동백은 그 부담을 안고 봄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비가 찾아왔을 무렵 
동백꽃은 모두 실의에 빠져 땅에 떨어져 있었다 -시집 <혼자 사는 어머니> 

* 진흠모 가수/ 낭송가 

8. 雲水골 이야기: 허진 

 장마 멈추고 살인적 폭염으로 아스팔트를 녹인다 
 아열대(亞熱帶)에 잠 못 이루고 시멘트 숲에 갇혀 시달리는 사람들아! 
 모두 운수(雲水)골로 오라 
 내 계곡의 흐르는 옥수에 5분간 네 몸을 담가봐라 
 더 견디어 이길 수 있다면 
 그대를 여름 내내 얼음 궁전으로 모시겠소. 

* 진흠모/ 시머마 이끎이/ 낭송가/ 시인 

9. 이생진의 독백: 낭송 김경영 김미희/ 글 박산 

 저는 스스로 자연産 시인이고 제 시도 자연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상에서 길러진 화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지요.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쳐 그 혹독한 가난에도 문학을 했습니다. 
 시를 썼습니다. 
 힘든 거야 말로 다 하겠습니까. 

 문학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다가 
 결국 고독을 찾기로 했고 고독의 질(質)이 으뜸인 ‘섬’을 찾아다니며 실컷 외로워보자 했었습니다. 
 저처럼 운명적으로 시와 예술에 빠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황진이 김삿갓(김병연)과 고흐를 불러내 오랜 대화를 하다가 
 대원각의 자야를 불러내 ‘내가 백석이 되어’ 얘기를 나누었지요. 
 시는 고독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좋아하거든요. 
 앞으로도 대화할 사람들이 많아요. 
 음악과 철학 시와의 만남 가령 니체와 바그너도.... 

 제 고향은 바다가 가까운 서산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했고 일제강점기라 해양 훈련도 받았습니다.  
 16살 때 부친이 장티푸스로 돌아가시고 두 살짜리 막내를 비롯하여 5남매를 키워야 하는 우리 어머니는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그 때부터 제 삶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꿈이나 가정이나 청춘 사랑 따위의 따뜻한 단어들이 시골 바닷가 소년에게서 일찌감치 사라졌지요. 
 교사가 되어서 시를 생각했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1955년 등사판을 밀어 제 첫 시집 ‘산토끼’를 출간했습니다.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위하여 당시 제가 재직하던 서산여고에서 서울 성남중학교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에서 집 얻을 엄두도 못 내는 실정에서 학교 사택을 제공해주었던 성남중학교에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보성중학에서 명예퇴직을 한 1993년 저는 드디어 자유인에 더 가깝게 되었고 
 전쟁 중에 참전 군인으로 젊음을 보낸 제주도를 비롯한 회귀 본능으로 섬에 더 자주 가게 되었지요.  
 어릴 적부터 멀리 건너편에 바라보이던 섬들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을 시로 실현하기 위해.... 

 아직도 찾아가고픈 섬이 많습니다. 
 새로운 섬이 아니라 이제까지 찾아다닌 섬 중에서 시 쓰기 좋은 섬을 자주 찾아 가고 싶습니다. 
 그곳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시 쓰기 좋은 섬입니다. 
 만재도 우이도 여서도 손죽도 등입니다. 
 만재도 하면 우럭을 잡아 매운탕을 끓여주던 윤氏 생각이 나고 
 우이도 하면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가지고 다니며 읽던 한氏가 생각나고  
 여서도 하면 불행하게 생을 마친 김만옥 시인이 생각나고.... 
 최근에는 저와 여러 섬 여행을 많이 다녔던 지리산 벗, 손대기氏도 생각납니다. 

 옛날엔 동백꽃이 진하게 보였는데 이젠 자연 그대로 섬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섬 주인공 얼굴들이 보고 싶습니다. 
 가고 싶네요. 

 아흔을 살았습니다 
 구십을 살았습니다 
 살아보니 80에 안 보이던 것들이 90에 이제야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들 많이 걸으세요 책 많이 읽으세요

 ‘작은 잔치’라 박산이 말하지만 구순이라는 이런 잔치 저는 사실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읽어야 할 책이 많고 써야할 시가 너무 많거든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 김경영: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김미희 * 낭송가/ 시인 

10. 강낭콩: 박산 

 희었던들 자주紫朱였던들 
 이슬 먹은 꽃이 이슬밖에 더 되겠나 싶었지만 
 그 한 방울 한 방울들이 투구꽃 피우기까지 
 풀벌레 우는 소리로 몇 밤을 벗하며 
 스치는 바람에 헤벌쭉 하늘 보고 
 또 몇 날을 그리움 하나로 버티고 버티다 
 수줍은 속살만 여물고 여물어 
 더는 견디기 힘든 버거움에 
 툭 불거져 튀어나온 물 머금은 숙녀 

 꼬투리 속 고것들이 더 푸르러라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18쪽) 

* 진흠모 이끎이/ 시인 


11. 詩 강연: 이생진 

詩 강연을 했다 

문화원 3층 3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있다 
시와 음악과 포퍼먼스 농담 진담 섞어가며 경험으로 푹 삭힌 말을 했다 

강연이 끝나자 박수가 나왔다 낯선 여인들이 늙은 시인을 끌어당기며 
사진찍자 했다 봉투도 호주머니에 넣어줬다 그리고 넓은 식당에서 점심대접을 받았다 

시가 이렇게 호강시켜주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데 
시는 외롭고 슬프고 춥고 배고프고 이 네 가지 원칙만 하늘이 내린 것이라고 그렇게 알고 살았는데 
오늘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끝)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이 시와 같은 즐거움은 구십이 넘어야 압니다. 
오래 사니까 시가 이리 좋은 지 모르겠습니다. 
강연을 했는데 모두가 다 날 그리 좋아합니다. 
이리 늙었는데도 나를 이리 사랑합니다. 여러분도 구십을 넘으세요. 
구십을 넘지 못하면 이런 거 모릅니다. 시를 쓰세요, 시를 안 쓰면 모릅니다. 
시는 점점 더 가까워 집니다. 
오늘도 시를 세 편 썼습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구십이 되니 거짓말을 할 수 가 없습니다. 
여기 시가연에 막걸리 마시러 오는 게 너무 좋습니다. 
여러분도 꼭 오셔서 막걸리 마시세요. 
아까 이승희씨가 섬에는 왜 이리 과부가 많으냐? 했는데 
그 때 과거는 정말 바다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서도의 김만옥 시인도 너무 가난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가 여서도에서 ‘혼자 사는 어머니’란 시를 썼습니다.
 2-3일 걸려서 시집 한 권을 낸 데가 여서도입니다(중략) 

 섬에 꼭 가 보세요.

                   김수정 국악인 판소리 수긍가 중 한 대목 열창 



* 유재호님의 시노래와 김수정님의 판소리로 흥겨운 한 마당를 더했습니다. 

* 이돈권 님의 '일기예보'와 허상 님의 '속초비치' 자작시 신청으로 낭송이 있었습니다.

* 현승엽과 함께하는 이생진 시인의 퍼포먼스로 뜨거운 여름밤을 식혔습니다.

* 중복 37-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 임에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참석을 해 주신 동인 분들께, 
  삼계탕으로 보양 시켜주신 시가연 주인장 이춘우&김영희 두 분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상차림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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