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없게 오지랖만 ㅡ

박산 2018. 8. 6. 09:56




주책없게 오지랖만 ㅡ 


 퇴근길 지하철, 
 내 옆에서 손을 꼭 잡고 붙어 있는 젊은 남녀 
 속삭이는 얘기들이 
 점잖은 체면에 굳이 주워 담으려는 것도 아닌데 
 쏙쏙 귀에 듭니다 

 오늘 한낮을 주어진 운명대로 열심히 살았던 
 장삼이사들의 그렇고 그런 일상의 회사 얘기부터 
 점심으로 먹었던 파스타가 정말 맛있었다는 얘기에 이르렀을 즈음, 
 무심한 듯이 남자가 묻는 말이 
 "말씀 드렸어?". 
 결혼식 얘기입니다. 
 이때부터 이들의 얘기는 미소가 사라진 대화가 됩니다.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은 스쳐도 될 인연의 끈이 길었음인지, 
 내리는 역에 이들도 내리고 자연스레 그들의 뒤를 따라 갑니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번화한 사거리로 나가기 직전 길목에는 
 MOTEL 간판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깜빡이는 모텔 골목이 나옵니다. 
 손목을 슬며시 잡아끄는 남자에게 
 "돈 아껴야지 바보야!" 
 여자는 눈을 흘기며 
 조금은 커진 목소리로 샐쭉 쏘아 붙입니다. 
 무참해진 남자의 표정이 어찌나 측은하게 보이는지.... 

 "그 모텔비 내가 내 주면 안 될까?" 
 하마터면 무심코 나서서 이럴 뻔 했습니다. 

 주책없게 오지랖만 넓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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