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12

박산 2018. 10. 19. 10:23

                           막걸리와 함께하는 2부 퍼포먼스 다섯 번째 앙코르 담론 중 파안대소, 이생진 시인과 현승엽 가수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1} 2018년 10월 26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 양숙 시인이 식물을 노래한 네 번째 시집 '꽃버치(책과 나무)' 나눔이 있습니다

 
1. 꽃버치: 양숙

2. 남자와 여자: 김효수

3. 어쩌자고: 이돈권

4. 별 대신: 낭송 김미희/ 시 양숙

5. 복부인: 이승희

6. 이팝나무꽃: 김명중

7. 시와 나 사이: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8. 내가 누구인지: 권영모

9. 사랑하리라: 김중열

10. 낙엽의 꿈: 낭송 김경영/ 시 김소엽

11. 깨 터는 날: 박산

12.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1912-1996)/낭송 이생진 with 담론 


                                                                                                 김미희 낭송가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0} 2018년 9월 28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스케치 

1. 꽃달임; 양숙 

어서 오시게나 매화의 꿈 영글기 전 
달아나려는 향기 
목 가는 백자 속에 잡아 두었고 
진초록 남아 있는 텃밭 향기 짙은 들깨 
꽃송이로 깨보숭이도 마련했네 

따가운 햇살 받아 
노오란 꿈 더해 가는 향기 짙은 甘菊도 준비했으니 
예쁜 모양 살려 집어 주시게나 
그저 가을을 품을 
그저 가을에 취할 
그저 가을에 젖을 마음 하나만 가지고 오시게 
토방 댓돌 아래 귀뚤이는 버얼써 기다리는 눈치네 
어서 오시게나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net 

2. 짝사랑: 김효수 

 젊음도 패기도 사라진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 되어 
 철없던 시절 남모르게 가슴 태우며 사랑했던 사람 
 고향을 찾아 명절을 보내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네 
 가는 세월에 모습은 변했어도 희미한 추억 떠올려 
 금세 알아보고 놀란 얼굴에 반가워 한참을 떠들다 
 가끔 궁금할 때 있으면 안부라도 물으며 지내자고 
 전화번호 나누고 주변 시선도 있고 해서 헤어졌네 
 그 사람 사라지는 뒷모습 멍하니 바라보다 느꼈네 
 분명 말을 하여도 편안하고 가슴도 뛰지 않았다고 
 그런데 왜 철없던 시절에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뭘 훔치다 걸린 것처럼 멀쩡했던 가슴이 쿵쾅대고 
 얼굴은 거친 숨에 고추처럼 벌겋게 익어만 갔는지 
 그 시절엔 생각만 해도 그런 가슴과 얼굴이었는데 
 오늘은 어찌해서 손을 잡고 말을 하여도 편했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험난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젊음이 넘쳤던 가슴과 얼굴만이 늙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 세월이 흐른 만큼 짝사랑도 늙었는가 보다 

* 진흠모/ 시인 

3.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성은경/ 이생진 

4. 남도의 밤 식탁: 낭송 김미희/ 시 송수권 

 어느 고샅길에 자꾸만 대를 휘며 눈이 온다. 
 그러니 오려거든 삼동(三冬)을 다 넘겨서 오라 
 대밭에 죽순이 총총할 무렵에 오라 
 손에 부채를 들면 너는 남도 한량이지 
 죽부인(竹夫人)을 껴안고 오면 
 너는 남도 잡놈 댓가지를 흔들고 오면 남도 무당이지 
 올 때는 달구장태를 굴리고 오너라 
 그러면 너는 남도의 어린애지 
 그러니 올 때는 저 대밭머리 연(鳶)을 날리며 오너라 
 너가 자란 다음 죽창을 들면 남도 의병(義兵) 붓을 들면 
 그때 너는 남도 시인(詩人)이란다 
 대숲마을 해 어스름녘 저 휘어드는 저녁연기 보아라 
 오래 잊힌 진양조 설움 한 가락 저기 피었구나 
 시장기에 젖은 남도의 밤 식탁 낯선 거접(巨接)*이 지나는지 
 동네 개 컹컹 짖고 그새 함박눈도 쌓였구나 
 그러니 올 때는 남도 산천에 눈이 녹고 참꽃 피면 오라 
 불발기 창 아래 너와 곁두리 소반상을 들면 
 아 맵고도 지린 홍어의 맛 
 그처럼 밤도 깊은 남도의 식탁 어느 고샅길에 
 자꾸만 대를 휘며 눈이 온다. 

*거접(巨接) : 큰 손님(過客) *달구장태 : 닭이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헛간이나 대청마루 구석 등지에 매달아 놓은 둥지 
* 낭송가/ 시인 

5. 침묵을 깨고: 김중열 

 환호한다. 찬사한다. 그 위로 풀잎은 뉘어가고 어설픈 광대들은 요란한 소리 내며 달린다 전쟁터엔 침묵했던 그들이 총을 메고 달려갈 터 달려간들 잠시로 달려갈 힘도 거품뿐 거짓장군 못난 광대가 있어 먹거리가 모래련가 광대의 허기진 병사들은 헛것에 동공이 뒤집어져 허공에 총을 난사하여 서로를 쏘아대고 신음을 하며 뉘어져 죽어가니 이 따는 핏빛이련가 어찌 불던 바람 불어 오기를 잊었더냐 

 풀잎이 뉘여 일어설 줄 모를 때 그녀를 성가시게 여기던 미친 광대들은 신명이 나 네로가 되어 로마를 태우며 거짓 눈물 흘린다 삼손이 데릴라의 유혹에 빠져 어릿광대에게 머리카락을 강탈당하고 이제껏 큰 멧돌을 돌리고 있더란가? 예전의 바람들이 나태하지 말고, 깨어나 늘 있어라 하여 지금도 그리 불어오기는 여전하련만 오만과 독선 속에 달무리 핏빛 발하니 스가발은 소금 기둥 뒤에 태워지고 가람은 곪아 황금빛깔로 멈추었다 

 아하!!! 눈에 보이는 것은 황금의 허욕이요 손에 잡히는 것은 광대의 헛소리뿐 그네들 현란하게 널을 뛰고 빼앗긴 혼은 난장질로 핏빛으로 가득하건마는 여전한 광대의 광란은 요사스레 풀닢을 유혹하나니 그저 뉘어진 풀잎 그대들 일어설 줄 모르련가 아니라오 아니라오 풀닢들 뉘어 있다 

 뉘어진 것은 아니라오 멍청한 광대들이 삼손의 머리카락 길어진 줄 잊어간 환락의 축배에 널브러질 가까운 날 풀잎들은 삼손이 길어진 머리칼 보다 더 길어지니 침묵을 깨고 모두어 서걱서걱 일어선다 하더이다 
 18. 9. 2. 보이는 것은 광대뿐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6. 죄를 묻어주었다: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어느 날 산은 그들의 죄를 묻어주었다 
배고픈 죄 배부른 죄 빼앗은 죄 빼앗긴 죄 때리고 
부순 죄 사기치고 달아난 죄 찌르고 죽인 죄  
어느 날 산은 관대하게 그들을 묻어주었다 

괘씸한 사람의 무덤에까지도 풀이 나게 하였고 
새들이 날아와 노래하게 하였다 

어느 날 산은 흉기를 든 무서운 범죄까지도 
양지바른 허리를 내주며 어서 묻히라 하였다 -시집 <산에 오는 이유> 

* 진흠모 가수/ 낭송가 

 

 

7. 운수(雲水)골: 허진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와 풀벌레 우는소리가 교향곡 되어 울리는 숲속의 외딴 집 불 꺼진 창틈으로 반딧불이 다가와 거실(居室)을 수놓고 가끔은 참새와 벌과 나비도 찾아와 비행 한다 

 사면(四面)이 푸르른 녹색 병풍으로 펼쳐진 운수(雲水)골 서제(書濟)에서 시(詩)쓰고 무릉도원(武陵桃源)의 낙원(樂園)에서 여생(餘生)을 즐기노라! 

* 진흠모/ 시머마 이끎이/ 낭송가/ 시인 

8. 길: 낭송 김경영/ 시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때 없이 그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내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 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 누우런 모래둔과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 치곤 했다 
 이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김경영님


9. 7번 국도: 박산 

 부산까지 안 내려가도 좋다 
 함경북도 온성까지 안 올라가도 좋다 

 그냥 동해바다 속초 강릉 주문진 삼척 울진 그 근방 
 은모래 백사장 소나무 숲 굽이굽이 품은 도로 
 수평선 붙은 하늘 항시 열려 있고 
 그 하늘 아래 산맥이 바다 향한 새벽 기지개 던지는 길 
 밉고 하기 싫은 것 여기 모두 던지라고 넉넉한 바다 
 골치 아픈 생각 이젠 그만 하라고 일직一直이룬 수평선 
 지금의 내 고통 보다 누가 더 아픈가 비추어 보라고 선 등대 
 좋은 꿈꾸며 한숨 푹 자라고 지은 꽃 같은 펜션 
 사는 것도 7번 국도만 같았으면 참 좋겠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161쪽) 

* 진흠모 이끎이/ 시인 

10. 그 사람의 넋두리: 이생진 -

운명과 인연과의 관계 내 마음대로라면 아니 내 경험대로라면 
라면은 종류가 많아 고르기 힘들어도 
그저 먹어본 경험으로 고르면 쉽지 
그와 같이 운명과 인연을 해석하라면 
내게 운명은 쓰나미야 
아니 역병이야 
아니 전쟁이야 총알이야 
칼빈소총이야 따발총이야 
온 몸이 가려워 뿌렸던 DDT 
그나마 동정(貞童)을 지키느라 
예방차원에서 휴대했던 페니실린 
허덕이다 허덕이다 쓰러진 종말이야 
그런 경험도 있었나 있었지 
있었어 호소할 길이 없었던 공백 
통금시간을 알리는 사이렌소리 
세계대전이 운명이고 
한국전쟁이 운명이고 
그와 유사한 테러가 운명이지 
침 뱉고 싶어 피하고 싶어 도망치고 싶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그에 비해 인연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슴처럼 따뜻해 
나를 맡았던 담임선생이 인연이고 
같은 반에 들었던 교우가 인연이고 
인사동이 인연이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간호사 의사 집배원 가수 변호사 화가 연극인 시나리오 작가 요리사 사업가 교수 
무엇보다 커피 맥주 소주 막걸리 사이다 인연에는 음료수의 공이 컸어 
인사동까지 와서 춤을 추고 싶다던 벨리댄서 
그는 숨길 수 없는 열정을 풀어놓고 그날 밤 항구도시로 내려갔지 
최신형 인연은 S9에 숨어있는 카카오톡이야 
꽃이고 그림이고 사랑이고 사람이고 그런 인연이다 보니 
인연(因緣)은 연애로 이어지고 
마음대로라면 이대로 살고 싶어 
헛소리가 아냐 살아보니 그래 
더 살아봐도 그럴 것 같애 
이젠 나를 건드리지 마 
120까지 살라고 하는 것은 나를 생매장하는 거야 농담이었으면 해 
오늘 하루만이라도 날 내버려둬 (Leave me alone) 
나대로 살다 갈래 
힘이 있어야지 하며 혼자 일어서다 주저앉은 실각(失脚) 
그러지 말고 ‘가라’고 떼밀어봐  
그렇게 모여든 지하철 노인석 앞에 서 있는 젊은이에게 
미안해 헌데 자넨 시를 읽나? 
나는 시를 읽다 실어증에 걸렸어 
오래 살아서 미안하군 
실어증 때문에 미안해 

 이생진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담론: 현승엽 가수와의 2부 퍼포먼스에서 다섯 차례의 앙코르가 있었습니다. 

 

                                                                              성은경님

 

* 시 읽어주는 여자 성은경님이 부군 임윤순님과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화천군 운수골로 귀촌한 허진(시가 머무는 마을 단장)님이 집 마당에서 주워 온

  맛난 밤과 대추를 나눔 해 먹었습니다.    


* 이경주(강동문학회장)님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시인뉴스 한명희 발행인 네트워크신문 노승덕 회장 님이 참석하셨습니다. 

 * 박장식님 등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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