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 터는 날

박산 2018. 11. 5. 10:42

 

깨 터는 날 -

 

 갓 시집온 새색시가 
 밭에 나간 시엄니 대신 
 멍석 위에 홑이불 깔아 놓고  
 깻단 거꾸로 들고 사알살 흔든다 
 좌르르 쏟아지는 옹골진 재미 
 깨알 땀방울 콧등에 송송 

 논일 나갔던 신랑 
 고샐 못 참고 뒤로 슬며시 
 개미허리 색시를 안고 깨를 턴다 
 까르르르 호호호 
 깻단 넘어지는 소리 
 방문 닫히는 소리 
 요란한 깨 볶는 소리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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