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8

박산 2015. 7. 4. 09:31

 

 

 

                                      '모꼬지111-17'  photo by '오늘의 한국' 임윤식 사장

 

111-1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11월 25일(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1.열광의 도가니 - 양숙

 

2. 몽골 풍경 - 장상희

 

3. 대책 없는 여자 6 - 안숙경

 

4. 경계 - 김문수

 

5. 恨-황진이 (이생진 시) - 유재호 낭송

 

6. 잠지 - 박산

 

7. 김석준 교수의 5분 평

 

8. 어디로 가는 걸까 (지하철에서) - 이생진 with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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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배우 손경원 마당극 똥벼락 공연 중

 

111-1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스케치

10월 28일 7시

 

1. 나무도 뜨거운 가슴은 있다 /임윤식

 

 

  텃밭에서 할머니가 풀을 뽑고 있다

  허리 굽힐 때마다 희끗희끗 보이는

  저 가슴

  한 때는 얼마나 뜨거웠을까

 

  옥마산 말재 오르는 산길

  가파른 비탈 바위난간에

  아름드리 나무 한그루 걸터앉아 있다

  나이 드니 고갯길 숨이 찼나 보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바람결 부드럽다

  가슴 풀어헤친 나무

  눈높이에 옹이 두개 나란히 솟아있다

  제법 풍만하게 튀어나온 두 봉오리

 

  이젠 딱딱하게 굳은 흔적에 불과하지만

  한 때는 새순을 길러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가 저 꼭지로 모여들었을까

  얼마나 싱싱하게 부풀었을까

 

  햇볕 한 가닥 끌어들이기 위해

  그 심장은 또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블로그 ; http://blog.naver.com/lgysy

(시사월간지/오늘의 한국 사장)

 

 

 

2. 세탁통 속 가족 /양숙

 

평소 아침 인사도 살갑게 나누지 못하고

눈뜨자마자 씻고 나가기도 바쁜 도시생활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던 평일

주말이라도 같이 지내려나 싶어 가족이 좋아하는

싱싱한 과일과 생선 기름기 적은 고기도 준비했다

일에서 벗어난 주말 늦잠 자고 싶지만

이불 젖히고 볼륨 낮춰 라디오 켠다

//모처럼 따뜻한 아침 먹여야지 

된장국 냄비 뚜껑 이중섭 황소처럼 식식대니

공기 정화기가 최고 단계로 윙윙 거려도

어느 누구하나 일어나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아점이라도 먹여야지 깨우니

진즉 깨주지 않았다고 툭툭 걸음으로 투덜대더니

옷만 뱀허물로 남겨두고 또 나간단다

//혼자 받은 아점

젓가락도 힘없이 찬그릇 시찰 돌다 내려온다

//여기저기 찾아낸 옷들 세탁기에 집어넣으니

통 안에서 남편 점퍼와 딸의 바지가

내 스타킹과 딸의 셔츠가 얽히고설켜 껴안더니

아이들 어렸을 적처럼 한데 엉겨 신나게 돈다

해체된 가족이 오랜만에 한 통속에서 어울리기에

새물내에 가족 체취 스미게 유연제 넣지 말 걸…….

 

 

 *새물내-빨래하여 막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

 

 * 최근 시집 - ‘하늘에 썼어요’

 

 * email : 55yasoo@hanmail.net

 

 

 

3.

              시 쓴다는 것 /낭송 유재호

 

              나 하나 외톨이 되어

              이 세상 돈과 힘밖에는

              하면서도

              불끈 쥔 주먹으론

              왜 시만 쓰는가

 

              메시꺼워서 마셨다더니

              마신 즉시로 왜

              토해 버리는가

              분통이 터져서 욕했다더니

              왜 욕한 즉시로

              얼굴을 붉히는가

 

              이 세상 주먹엔 돈

              돈엔 힘이라더니

              왜 돌아와서는

              시만 쓰는가

 

*이생진 시집<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에서

 

* 봉재 사업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歌客

 

4.

대책 없는 여자 35 안숙경  -  이기호 낭송

 

 

영화 도가니를 보았고요, 화면 따라 다니기가 너무

  부끄러워 눈 감고 귀 막고 싶었고요,

  무서운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아 입을 틀어막는 동안

  가슴뼈가 한 조각씩 떨어져나가 유령이 되어 세상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있고요, 내 슬픔은 사치였고요,

  그 아이들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 될 수 없는

  상처의 문신으로 두려움에 빠져 있었고요,

  법을 만든 사람이나 법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모두가 작당하여

  진실을 묻어 버렸고요, 학연의 인연은 악을 이어주는 실타래가

  되어 어린 싹의 장애인을 묶어 버렸고요, 그 아이들을 어찌해야

  합니까, 하늘은 눈 감고 있었고요, 도덕시간에 뭘 배우고

  양심이란 단어는 버리고 살았나보고요,

  법이 법을 죄지었을 때는 누가 난도질을 해야 하는 건가요,

  내내 가슴앓이하더니 머리 위쪽에 동산 같은 봉우리가 생기더니

  홧병이라 하고요, 그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고요”

 

 

* 최근 시집 : 보름달이 뜨면 배고픈 여자

* email : sundance425@naver.com

 

  

 

5. 사모곡 / 박종희

 

내가 받은 첫 월급 3,500원 쌀 한 가마 값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문어 대신 오징어를 샀네

문어보다 맛있다고 하신 어머니

 

해 드릴 것 많은데 “ 괜찮다 괜찮아” 하셨지만

지금 해 드릴 수 있는 마음 더 아프네

아들 오 형제 장성해 호강하실 일만 남았는데

얼마나 멀기에 못 오시나요

 

하늘에는 길이 없나요?

바다가 깊어서인가요?

기별만 하시면 차로 모실 수 있는데

 

감감무소식이라 어머니 가신 날

등불 켜들고 우리 형제 마중 나갑니다

키우실 때 힘들 게 했던 우리

어머니 원하시던 될성부른 나무로 서 있습니다

 

 

6.

  3D 유혹 /박산

 

  광화문 어느 큰 빌딩 투명한 유리에 들어앉아

  붉고 헤프게 벗고 있는 저녁노을의 3D 유혹에

  경복궁에서 놀던 참새 한 마리

  광장의 허공을 힘차게 가르다가

  11층 유리창에 충돌 즉시 머리 깨져 길거리로 추락했다

  그 창가에서 프린트하고 있던 얼굴 고운 새내기 여직원

  뭔가 툭 하긴 한 것 같은데 고개 한 번 꺄우뚱 하고 말았고

  거리 한 귀퉁이 아직 온기 서린 피 묻은 작은 주검은

  넥타이 매고 영어로 말하는 무역회사 직원 발에 밟히고

  돈 벌 궁리에 초조한 펀드 매니저 입김에 구르는데

  정작 잡아먹을 듯 붉었던 노을은 간데없다

 

 

* 최근 시집-‘구박받는 삼식이’

 

* 블로그 http://blog.chosun.com/sc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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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수필 : 오기환 - 차 한 잔을 마시며

 

오랜만에 참석하시어 여러분과 반갑게 손을 잡으시며

수필을 읽어주셨습니다

 

 

8.

 

★연극 : 손경원(연극배우) - 마당극 똥벼락

 

시간 관계상 짧은 시간의 공연이었지만 웃음이 넘치는 해학을

맛보게 해 주신 손경원님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9.

 

★대금 : 이진용

 

시낭송자 전원의 뒷배경 음악으로 은은하고 때론 흐느끼듯

시에 맞는 즉흥 연주가 너무 좋아 김경영-시낭송가 노희정 시인이

흥을 참지 못해 시낭송을 요청하여 가을 끝 인사동 저녁의 흥취를

더 하였습니다. 이진용님의 대금 협찬에 감사드립니다.

 

 

10.

 

이생진 시인께서는 올 노벨문학상 수장작가의 시를 예로

한 구절 한 구절 강의하듯이 깊게 그 느낌을 설명하셨습니다.

 

 기억이 나를 본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 이생진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전한 카멜레온

 

 새 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1931~) 시인. 2011 노벨 문학상 수상자

  스톡홀름 태생 20대 초반부터 시 활동 시작하여 11권의 시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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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 날, 저희 모꼬지를 텍스트로 스터디 했다는 여의도여고 문예반 -

  박도연 이아람 이원진 안루진 학생들이 지도교사 이기호 시인의 안내로

  참석했습니다. 부디 저희 모꼬지의 다양한 시인들의, 시의 세계와

  이생진 시인의 시와 음악 혹은 미술과의 조화에 대한 일부분만의 이해라도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들의 장래 문학적인 삶에 긍정적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 외에 안옥수 소병선 정삼승 조영수 진란님 등이 참석하셨습니다.

 

* 항시 꼭꼭 채워주시어 부족한 자리를 만들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자작시 혹은 모꼬지 시낭송하시길 원하시는 분은 55yasoo@hanmail.net 양숙 시인께

  매 달 15일 전 메일을 주시면 사전 인쇄에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