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 성황당
111-15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8월 26일(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1. 윤준경 <은행나무 연가>
2. 유재호 낭송 <‘李 - 生 -珍’ 홍해리 시>
3. 임윤식 <모텔 몰디브>
4. 양숙 <암스텔담공항의 된장라면>
5. 박산 <한강철교 아래 쌍시옷>
6. 김석준 교수의 5분 문학평론
7. 이생진 <시와 사랑 - 황진이*40> 外 담론
안동 - 봉정사
111-14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스케치 7월 29일 7시
1. 난 여자가 좋다 박산
내숭 떠는 사람은 싫다
그러나 그건 남자 얘기다
여자가 내숭 떠는 건 '매력' 이다
난 여자가 좋다 멋대가리 없는 아들보다는 살랑거리는 딸이 좋고
좋은 말만 하는 처남보다는 잔소리 퍼붓는 마누라가 백 배 더 좋다
플라시도 도밍고 보다는 조수미가 훨씬 더 좋고
새벽잠 설치면서 박찬호가 던지는 공을 보아야 하는 골수팬일지라도
작은 키에 골프 예쁘게 잘 치는 슈퍼 땅콩 김미현이 더 좋다
난 여자가 좋다 총각 보다는 아가씨가 좋고
아저씨 보다는 아줌마가 좋다
물론 댓진 내 풀풀 나는 할아버지 보다는
모시적삼에 밴 할머니 마른 젖내가 좋다
난 여자가 좋다
형보다 누이가 더 좋고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물론 더 좋다
난 여자가 좋다 거리에서 스치는 행인들도 여자가 더 좋고
상점 점원도 여자가 좋다 난 여자가 좋다
그래서 난 죽는 날까지 남자다
난 여자가 좋다
2. 낭송 김정욱
‘가난한 시인’ - 이생진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
가난을 시인의 훈장처럼 달아 주고
참아 가라고 달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
가난한 시인보고는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
가난을 이야기 할 사이 없이
시간이 아까워서 시만 읽는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때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
눈물이 시 되어 읽는다
* 이생진시집 <바다에 오는 이유> 중에서....
* 김정욱 - 디자인회사 경영
3. 낭송 유재호
‘나그네’ - 이생진
나그네의 멋은 소재(所在)가 없다는 거
물결 따라 구름 따라
혹은 바람 따라 가면서도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는다는 거
내 고향은 요 너머 하면서도
한 번도 고향에 들르지 않는 외로움
사람을 마주보면 외로움이 부끄럽긴 하지만
나그네는 그 멋에 지나고 나서야 후회한다는 거
가는 길 오른쪽에 바다가 나왔다가
왼쪽으로 구부러져서 박달나무
첩첩산중으로 들어가고
그러다 저물면 동굴에 누워
시커먼 어둠에 싸여 갈 길이 막히더라도
나그네는 군소리 내지 않는다는 거
* 이생진 시집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에서
* 유재호 - 봉재 사업가
4. 도가니탕과 딸년 16 안숙경
도가니탕과 딸년 16 /안숙경
거미줄처럼 얽힌 세상 가운데서,
바람속의 가랑잎으로 떨다가,
살점 찢은 삶으로 엮은
사다리를 밟고 내 방으로 올라오면,
창밖에 어연 속살 들어낸 몸매 좋은 목련도 만나고,
제 모습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묵묵히 지킬 줄 아는 초승달도 만나고,
동네 개 짖는 소리도 정겨운 다락방,
먼지도 반가운 방.
단단한 외로움을 하나씩 풀면,
불쑥 고개 쳐드는 사람냄새.
기억에도 없는 그리움을
그리워하는 가슴이 내게도 있었나봐.
첫눈 같은 사랑 말이야.
두려움 때문에 이별을 먼저 챙기는 만남.
혼자 놀이에 익숙한 내가 말이야.
혼자 눈뜨는 아침.
타오르는 가슴 선뜻 내주는 詩想이라도 만나면
그래도 견딜만한 나를 쟁여놓고,
혼자만의 중얼거림도 리듬처럼 감상할 수가 있어,
가득 찬 세상을 외롭지 않게 걸어갈 수가 있어.
엄마.
희미한 불 속에서 말렸다가 풀리곤 하는
촛불을 쫓아 벽에서 춤추는 그림자를 보는 것도 재밌어.
* 시집 : 보름달이 뜨면 배고픈 여자
email : sundance425@naver.com
2009 보리수 시낭송 모꼬지 photo by 윤영호
5. 낭송 홍성례 ‘빙빙' - 윤석산
6. 낭송 서수옥 ‘내가 백석이 되어' - 이생진
7. 낭송 최주식 ‘너는 늙지 마라' - 이생진
8.
저녁 6시 이생진
-이재무 시집
방금 교보에서 산 시집『저녁 6시』를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읽는다
옆에 앉은 노인도 나 만큼 늙었다
같은 저녁 6시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어김없는 인생의 동행
그는 핸드폰을 들고 있고
나는 시집을 들고 있고
시집과 핸드폰의 동행
헌데
핸드폰 소리가 시집 행간에 들어와 시끄럽다
그 노인
시집의 정적靜寂을 짐작 못하고
핸드폰 소리에 핏대를 올린다
이재무가 ‘저녁이 오면 도시는 냄새의 감옥’* 이라고 쓴 지점에서
나는 마을 버스로 옮겨 타며
‘저녁이 오면 도시는 소음의 감옥’이라고 쓴다
저녁 7시
나는 버스 안에서 아직
『저녁 6시』를 읽는다 (2011.6.25)
*이재무 시집 『저녁 6시』(2008) 79쪽에서
* 블로그 http://islandpo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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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담론 중, 6-70년대 김수영 천상병 類의 빈한한 상태에서 나오는
가난한 시가 시의 진정성 면에서의 주류를 이루는 것도 좋지만
시대가 변모한 지금은 금장 몽블랑 만년필로 쓰는 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제 발언에
카프(KAPF)를 언급하여 프롤레타리아와 브루주아에 빗 댄 문학의 절박성에
입각한 논조의, 문학평론가 김석준 교수의 반론이 있었고
이생진 시인께서도 추가 담론에서 시의 수준을 당신과 비교한 어느 시인의 ‘예’를
들어 김석준 교수의 논리의 타당성에 힘을 실어 재미있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외 종로 토박이 사업가 황재성님과 미국에서 일시 귀국 중인 유정숙님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