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을 낭송하시는 이생진 시인 photo by 윤영호
111-1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10월 28일(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1. 나무도 뜨거운 가슴은 있다 - 임윤식
2. 시 쓴다는 것 (이생진) - 유재호 낭송
3. 대책 없는 여자 35 - 안숙경
4. 세탁통 속 가족 - 양숙
5. 경계 - 김문수
6. 3D 유혹 - 박산
7. 김석준 교수의 5분 평론
8. 초대 -
★수필 : 오기환
★연극 : 손경원(연극배우)
★대금 : 이지용
9. 일몰 - 이생진 with 담론
111-16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스케치
9월 30일 7시
1.
갈대숲에서 /윤준경
산 아래서는 모른다
왜 갈대들이
한곳으로 몸을 눕히는지
산 위에 올라보면 안다
바람뿐인 지상에서
홀로 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갈대는 아는 것이다
단단한 뿌리로부터 봄이 오리라는 걸
꺾여도 절망은 아니라는 걸
바람 앞에서는
목을 세우지 않으리라
찬비에 젖으면 몸을 서로 기대리라
쉽게 다치고 상할 제 몸을
갈대는 이미 생각하는
갈대인 것이다
2.
대책 없는 여자 31 /안숙경
“술은 빈속에 마셔야 제 맛이 나고요, 시인은
시인에게 사랑받는 이생진시인 이야말로 시인
의 맛이 나고요, 삶을 비트는 족속은 힙합을
성냥불 당기 듯 불러야 제 맛이 나고요, 얌전
히 걷다가도 마이클 잭슨노래가 흐르면 발바닥
이 미친 듯 날아다니다, 손바닥은 꽹과리 치듯
박수를 치다가, 길가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목각 부처를 만나 합장하며 제 감성을 도둑으
로부터 지켜달라고 아부하는 인사동 건달이
고요. 이름만 인사동이지 시장통속이 되어 뚱
딴지같은 소리만 휘청휘청, 옛것이 망가져가는
소리가 비명이 되어 작은 몸뚱이 힘없는 백성
이 되어, 전북지업사 골목을 끼고 숨차 듯 달
려가고 있고요.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헤
웃으며 기다리는 곳에서 술과 함께 놀려고요”
* 시집 : 보름달이 뜨면 배고픈 여자
* email : sundance425@naver.com
3. 박종희
시야 시야
시야 시야 내 사랑 시야
너를 얼마나 그리는 지 너는 알겠지
앞집 총각 수필이와
뒷집 산문이는
몸집,피부, 색깔, 팔다리 모습이
너와 왜 그리 달라
시야 시야 내 사랑 시야
간결하고 예쁜 네 모습
설화수를 살까, 샤넬을 좋아하니, 랑콤은
어는 것이 너를 곱게 단장해 줄까
시야 시야 내 사랑 시야
오늘도 잠 못이뤄 뒤척이고 있구나
앞집 총각, 뒷집 처녀 모습은 그려지는데
언제 네 모습을 곱게 그릴 수 있을까
내일인가 모레인가
만인의 사랑하는 너를
* 박종희 선생님은 만만치 않은 연세에도 (여쭤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시에 대한 열정을 지니신 분이십니다.
손수 A4지에 당신 시를 인쇄해 오셔서 나눠 주시며 낭송하셨습니다.
이런 분들의 시에 대한 이런 열정이 이생진 시인의 힘이 아닌가
생각되며 모꼬지를 진행하는 저희들도 보람을 느낍니다.
4.
안경을 쓰면 /양숙
집안 곳곳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들이 보인다
작년 여름 휴지로 눌러 잡은
벌겋게 취해 몸이 무거웠던 고놈
짧은 여름 밤 내내 단잠을 설치게 했던
고놈에게 강요당했던 헌혈의 흔적
닦고 닦아도 금세 번지는
창틀 살이 곰팡이와
수도꼭지 잘 보이지도 않는 틈새에서
몰래 세력 확장해가는 물때의 검은 음모
방바닥에 떨어진 기다란 내 머리카락은
길기라도 해서 얼른 신분을 드러내지만
빛에 반사되거나 고개를 갸웃거려야
간신히 신분을 드러내는
남편 짧은 백발의 용의주도함
요것들과 전쟁을 벌여야하는 나는
천안천수(千眼千手)가 되어야 하기에
청소기의 직무 유기를 따지기도 싫어
때론 아예 안경을 벗어 버린다
하긴 이 모든 것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 나의 일부가 아니었던가
* 시집 - ‘당신 가슴에’
* email : 55yasoo@hanmail.net
5. 김기진
취해보니 알겠다
- 柏堂 김기진 -
취해보니 알겠다
똑바로 걷기보다는 비틀비틀 걷는 것이 쉽다는 것을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올곧게 살기보다는 되는대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을까
취해보니 알겠다
발 따로 몸 따로 걷는 다는 걸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취해보니 알겠다
온통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는 것을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세상사 현실이 어질어질 돈다는 것을
취해보니 알겠다
메스꺼운 속 토해보니 시원하다는 걸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속속들이 맺힌 것 버려 버리면 편한 것을
취해보니 알겠다
다음날 몸 쑤시고 아프다는 걸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환락으로 살면 몸 버리고 가슴 아프다는 것을
취해보니 알겠다
망각의 대가로 비어버린 주머니 채울 길 막막하듯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허송한 세월 돌이킬 길 막막하다는 것을
취해보니 알겠다
먹은 만큼 마신 만큼 취하게 된다는 걸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쌓은 만큼 베푼 만큼 걷을 수 있다는 것을.
-柏堂 김기진 시인의 시집
'일출처럼 노을처럼' 중에서 -
6. 양경신 낭송 - 임의 침묵(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7.
산다는 것 /낭송 유재호
살다보면 죽고 싶고
죽고 싶은데 살아 있는 것
참 따분하지만
그게 사는 거라고 후에서 알고는
빙그레 웃는 얼굴
이렇게 사는 것 포기하고
어디 가서 실컷 잠이나 자고 싶어도
저것들 때문에 하고
가리키는 주름진 손가락
그것이 산 거다
살기 싫어 떠나는 사람아
어디로 가는 거냐
살기 싫어 이혼하는 사람아
누굴 찾아가는 거냐
살기 싫었을 때
그게 사는 거다
ㅡ 이생진 시집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 봉재 사업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歌客
8.
스마트폰 /박산
손끝
살짝만 건드려도
짜릿짜릿
자지러지는 여인이다
똑똑하기는 또 어떤가
오만 팔방 이거저거 다 알려주고
잊었던 기억 문자로 깨우더니
끊임없이 새로운 영상으로 가르쳐주기까지
볼수록 너무 예뻐
쓰다듬고 주무르다
아예 꼭 품고 사니
모두 다 천재인 *앱이란 새끼를
아프단 소리 한 마디 없이
순풍순풍 어찌나 잘 낳는지
가끔은
가끔은
그리 잘나고 예민한 널
어찌 감당할까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띠웅띠웅 잦은 울림에 설렌다
* 시집-‘노량진 극장’
9.
매창에게 /이생진
-황진이 .82
내가 시집 ‘황진이’ 를 마치고 봉덕리를 찾았을 때
계생癸生*이 무덤 밖으로 손을 내밀어
내 옷을 잡아당기기에
매창의 시를 소리 내어 읽었지
'취한 손님이 명주 저고리 옷자락을 잡으니
손길 따라 명주 저고리 소리를 내며 찢어졌네
명주 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지만
임이 준 은정恩情까지 찢어졌을까 그게 두렵네'
그대에게 시가 있기에 부안까지 내려와
거문고에 맞춰 시를 읽었네
그대 품에 시가 있기에
철없는 손이 무덤까지 파고들었지
*매창(梅窓 1573-1610) 조선 중기의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난 명기
매창의 유언 "내가 죽거든 거문고와 함께 묻어주오"
* 시집 33권 외 다수. 최근작 ‘실미도, 꿩 우는 소리’
* 블로그 http://islandpoet.com/blog
10. 박만엽 - 멀티포엠
11. 김경영 낭송 - 아 어머니 (신달자 시)
12. 김석준 評 - 체 게바라 왕양명 등의 고전 평전으로 본
'과연 나도 그런 존재인가 '에 대한 가설로
5분 평이 있었습니다
13. 이생진 - 시와 사랑
이규보 황진이를 들어 담론이 있으셨습니다
시집 발간 ;
양숙 시인 - '하늘에 썼어요'
조정제 시인 - '미친 꽃이 피었습니다'
모꼬지 동인이시며 저희 모꼬지를 위해 소리 없이 봉사하시는
양숙 시인께서 한 분 한 분 찾아가 자신의 서명이 담긴 시집을
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옷차림이 특색이 있어 한 번만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거제도의 퍼포먼스연기자 조정제 시인 역시
겸손한 언어로 시집을 건냈습니다
<예송리 갯돌 - 양숙>
얼마나 많은 얘기 나우었기에
얼마나 맞대고 얼굴 부볐기에
얼마나 자주 어깨동무 했기에
얼마나 힘차게 말타기 했기에
이렇게 닳고 닳아 서로를
껴안아도 아프지 않게 되었을까
* 초등교사의 동심으로 본 시말이 노랫말에 가깝습니다
<애인을 찾습니다 - 조정제>
강자 경자 구자 기자 동자 둘자 미자 봉자 순자
성자 선자 안자 ...........
(이외 230여 명 여자이름 나열 )
말자 맹자 꽁자 '''
모두 사랑합니다
하나만 걸려라!
( 시인이 준 시집을 보고 적으려니 이름이 너무 많아
생략했습니다
올 마흔 넷이라는 시인에게 정말 하나만 걸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