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노명희 작곡가 김귀숙 백나실 김현주님 그리고 이생진 시인 - Photo by 박종희
111-19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12월 30일(매달 마지막 금요일) 6시
(* 연말 귀가 교통 불편 감안하여 한시간 앞 당겼습니다)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1. 밥맛에게 차였다 - 양숙
2. 동백아가씨 (이미자 노래) 이생진 시 - 유재호 낭송
3. 새로운 삶의 길 - 박종희
4. 대책없는 여자 8 - 안숙경
5. 건더기와 국물 - 김문수
6. 오르가슴의 순간 - 변규백
7. 땡큐유! - 박산
8. 문학평론가 김석준의 5분 평
9. 나도 갤럭시다 - 이생진 with 담론
111-1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스케치
11월 25일 7시
1. 열광의 도가니 /양숙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아기 단풍 채
붉어지기도 전에 떨어져
하필이면 구름다리 맨 아래 계단
발 옮겨 디딜 여지없는 곳에 자리 잡았다
급한 걸음 이미
허공에 뜬 발
어찌할 바 몰라
잠시 기우뚱거리다
반사적으로 구겨진
조막손 없는 좁은 곳
간신히 큰길
가장자리에 까치발로 버둥버둥
생명 다한 작은 나뭇잎 한 장에도
이토록 마음 쓰이는데
어떤 도가니에 빠지면 그런 도가니가 될까
온 나라가 도가니 열풍이다
지하철 안에서 책보는 도가니
연예인 이야기 아닌 자기 계발 힘쓰는 열공
도가니
내 피땀 세금으로
먹고살며 거들먹거리고
온갖 이권
챙기기에만 혈안인 국회 299분과 숱한 지방 나리들
국민들 위해 하신 일 무엇인지 발걸음마다 지켜보는 도가니
호사스런 사무실과
허울 좋은 外遊가 필요한지 따지는 도가니
내 세금 어디에 어찌 쓰이는지 눈 부릅뜨고 확인하는 도가니
자연사 거부하며 온갖 의료비 부풀려 배 채우는 시스템
도가니
밤새워 연구하는
과학도를 진정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도가니
3D 산업역군들께 얼굴색 안 가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도가니
창의성 무시하는
입시제도가 나라 앞날에 필요한지 고심하는 도가니
어느 것이 진정 미래를 위한 일인지 토론하는
도가니
나는 과연 분노할
자격 있는 주체성 있는 시민인지 자문하는 도가니
아 정말 많은
도가니가 필요하다
도가니에 빠지고픈
열정의 도가니들
열광의
도가니로!
*공지영 소설(2009.6) 보고 울었다. 2011년
한국은 ‘도가니’ 열풍
* 최근
시집 - ‘하늘에 썼어요’
* email :
55yasoo@hanmail.net
장상희 사장, 여자축구연맹 김민열 사무총장
2. 몽골 풍경 /장상희
몽골 9월
벌써 첫눈이내립니다
추운 처마 밑
참새는 돌잡이 주먹만 하고
새벽하늘 쏟아지는 큰 별들 곁에 있는
조각달이 오히려 초라합니다
초원에 작은 개울에는 송어가 지천이라
메뚜기를 낚시에 꿰어 던지니
오이만한 송어가 쑥쑥 올라오고
골프장 그린에 공이 올라가면
까마귀란 놈이 잽싸게 물고 가버려
홀아웃도 못하는 골프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사우나탕 속 남자들 덩치는 어찌 그리 크던지
씨름 선수들이
단체로 목욕 온줄 알았습니다
초원 게르에서 갓 잡은 양고기는 너무 맛있어
그 독한 보드카를 홀짝홀짝 얼마를 마셨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끝없는 연둣빛 초원에서 다시 말 달리고
싶습니다
* 인문학을 즐기는 사업가
3. 대책 없는 여자 6 /안숙경
“제과점에 널려있는 노란풍선 2개를 양쪽 어깨에 달고,
날아보려고 두 팔을 흔들고 있고요.”
“차들이 빵빵 냅다 소리 지르는 시청 한복판에서
동해물과 백두산 이를 부르며 날아보려고 두 다리를 흔들고 있고요.”
“신 김치에 찬밥 한 덩이를 넣고 푸욱 끊여 한 냄비 먹고 날자니
트림에 비위가 상했는지 하늘이 노랗게 화가 났고요.”
“맞서라,저질러라, 날마다 구호를 외치며 삿대질을 해도
사고뭉치 감성은 초벌구이가 생략된 날림 도자기로 세상에 버티고
있고요.”
* 최근 시집 : 보름달이 뜨면 배고픈 여자
* email :sundance425@naver.com
박종희 & 수필가 오기환님
4. 바닷속 나의 궁전 / 박종희
스쿠버다이빙으로 정년퇴임을 즐긴다
필리핀 Athor rocks에서 물살을 헤쳐
나를 반기는 水國을
만난다
(간략…)
그러고 보니 머리는 반백이요
정년퇴임인지, 무엇인지
새롭게 열려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구나
즐기며 살 생각이 가슴에 차오르며
새로운 기대감으로
젊어 못해본 일, 마음껏 하고 싶다
5. 한恨ㅡ황진이 /낭송-유재호
하지만
이 한恨
어디에 푸나
진사進士의 무릎인가
선사禪師의 목탁인가
아니면
선비의 먹물인가
풀고 가야지
가야금 뜯듯
내 가슴 뜯으며
풀고 가야지
*시 이생진 시집<그 사람 내게로 오네>에서
* 봉재 사업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歌客
6. 경계 /김문수
마음은 경계가 없어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거
경계는 이동하는
성질이 있어
사물도 사랑도 친구도 달리 보인다
살아가는 방법의 경계는
더없이 복잡하여
우리들을 고민의
바다로 빠뜨리지만
뜻을 세워 절차탁마하여
작은 도(道)라도 이루면
사람답게 살았다고
조그맣게 말할 수 있으리라
시는
인연과 관심이 문제일 뿐
경계 넓히고 깊게 하면
그게 도가
아니겠는가.
*김문수 : 변호사
7. 잠지 /박산
잠지를 소원했던 여자는 잠지 달린 아기 낳아 쪽쪽 빨아 이뻐했는데
잠지 달린 서방은 그까짓 게 뭐라고 씨불거려 거만 떨며 어깨 힘주더니
제 사타구닐 쓰윽 쥐어 봤다
잠지의 성장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잠지 안 달린 여자는 늙었지만
아직도 쪽쪽 빨아댈 잠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자 잠지 달린 서방은
실없는 흐음 신음소리와 함께 이유 없는 헛기침질이다
* 최근 시집-‘구박받는 삼식이’
* 블로그 http://blog.chosun.com/scrpark
8. 어디로 가는 걸까-지하철에서 /이생진
어느 해 초가을
아침 5시 40분
나보다 먼저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저
노인
당신은 누군가요
나는 쌍문역에서 탔고
당신은 나보다 먼저 탔으니 창동, 아니면 노원
이처럼 이른 아침에 그도 배낭 하나 나도 배낭
서로 늙은 것도 처량한데
이 아침에 배낭이 닮았으니 같은 길을 나선 것 같아
반갑네
그런데 나는 등산화
당신은 신사화에 신사복을 입은 것을 보니
아들네나 딸네
추석에 왔다 가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나처럼 먼 섬 우이도
목포에서 배 타고 도초와 비금을 지나 우이도 돈목 넓은 백사장
그럼 나하고 한참 동행하겠네 했더니
그 노인은 삼각지로
빠지고 나는 용산역에서 내려
다시 기차를 타네
그는 어디쯤에서 신발을 벗을까
나는 천안쯤 와서 그를 잊었는데
* 시집 33권 외 다수. 최근작 ‘실미도, 꿩 우는
소리’
* 블로그 http://islandpoet.com/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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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생진 시인께서는 이날 자작시를 낭송한 장상희 사장 김문수 변호사
박종희 선생을 언급하시면서 꼭 시인이 아니라도 본인의 감성을 꾸준히
글쓰기 한 결과, 이렇게 훌륭한 시를 지을 수 있다고 같이 기뻐해 주셨습니다.
특히 은퇴 후, 시 작업에 매진하시는 박종희 선생께 늘그막 ‘좋은 친구’ 하나
얻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저 역시 인사동에 이생진 시인학교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규백 & 변규만님의 연주와 노래
* 오랜만에 참석하신 변규백 변규만 형제 음악가가 참석해 주셔서
변규백님께서 그 동안 바뻐 참석 못했음을 말씀해 주시고
‘아름다움(이생진 작시 변규백 곡)’
‘찔레꽃(손호연 작시 변규백 곡)’ 등의 악보와 함께 변규만의 대금 반주에
노래를 불러 주셨습니다.
편부경 시인 임윤식 사장 이원옥 사장
* 제주에서 작곡활동하시는 노명희 작곡가가 원주 박경리문화관 창작기간을
마치고 피곤한 일정의 중간을 인사동에 들러 모꼬지와 함께 하셨고
물어물어 인터넷을 통해 저희 모꼬지를 처음 오셨다는
김현주 김귀숙 백나실 최정화님 등이 즐겁게 참석하셨습니다.
* 저희 모꼬지 동인이시고 시사월간지 ‘오늘의 한국’ 사장이신 임윤식
시인께서 ‘이생진 시인과 함께 떠나는 섬 여행’
(* 임윤식 글 사진)이 실려 있는 11월호를
참석자 전원에게 증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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