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께서는 모꼬지 참석자 전원에게 시화집을 증정하셨습니다
3.
건더기와 국물 김문수
누구는 건더기 먹고
누구는 국물 먹고
누구는 국물도 없다
기여도일 수도
운일 수도
신분일 수도 있겠지
경계는 시대 따라 사람 따라
조금씩 혹은 뭉치로 변하지 않았던가
건더기의 비율이 높아져
국물이 줄었다
국물이 반기를 들자
국물도 없는 이들이 앞장섰다
대안 없이 힘이나 숫자를 앞세우면
솥이 깨질 수도
건더기와 국물마저 날아갈 수도 있다
큰 솥을 구해서
국물은 모두에게
건더기와 국물의 질도 높여서
누구나 만족하는 길은 없겠는가
* 경향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4.
사모곡(思母曲) 2 박종희
내 설빔에 묻어 있는
어머니의 고단하신 잠
할아버지 할머니 옷고름에 묻은 효심이
하얀 옥양목두루마기에 배어 있어요.
제사 준비에 분주하시던 어머니
설이 오기 전 손꼽아 볼 수 없이
밤잠을 설치셨던 어머니
그래도 기쁨의 미소가 배어 있던 우리 어머니
당신의 연세만큼 살아보니
어머니의 사랑은 헤아릴 수 없는 땅이요
하늘임을 깨달았습니다.
* email : pakchong@chol.com
시화집 ' 詩가 가고 그림이 오다' 중에서- 호숫가에서
5. 촌놈은 무슨 촌놈 박산
폼만 잔뜩 잡는 투명을 가장한 유리로 치장한 빌딩들과
콘크리트 덩이 아파트먼트 주거住居는
나를 그냥 속 좁은 빈 강정으로 튀겨 놓았을 뿐이다
돈으로 포장되어진 금빛 상표 붙은 의복들과
반짝이는 자동차들로 줄줄 묶여있는 줄도 모르고
도시인입네 하고는 목에 맨 넥타이가
꽉 조이는 줄도 모르고 산다
하늘과 땅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지
별과 구름의 친분 관계가 어떤지
이곳저곳 비집고 샘을 튼 속절없는 강江이
결국 바다로 흘러드는지
도시인에게는 그냥 다 까맣게 칠해진
흑백영화의 한 부분이다
감자 닮은 마누라와 팡팡 찍어 만든 식성 좋은 아이들이
애비 닮아 그냥 한 중학교 정도만 졸업하고
산山 보고 이유 없이 잘 돼 달라
넙죽 절 잘하는 촌놈이면 좋으련만
엉덩이 시린 변소에서 조간신문 한 장 들고
한 삼십분 읽어대다
“마렵다” 재촉하는 아들 놈 나오라는 소리에
헛기침 한번 하고
코가 쨍하게 뻥 뚫린 마당에서
“아침밥 다 되었냐” 소리치는 촌놈이면 좋으련만
장기 져서 마신 술에 짧은 제 실력 탓 인줄도 모르고
오늘 뒤지게 운 없다 비틀거리며
애꿎은 길가 돌멩이만 발로 차다가
이유 없이 솟는 힘 주체 못해
‘이노무 마누라 오늘 저녁 죽어봐라’
그런 촌놈이면 좋으련만
전문도 전공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게 다 내 잘난 양,
잔 머리만 잔뜩 굴려 나는 “땡그렁” 소리에 취해
도시의 악성 바이러스에 죽어가는
뇌와 내장들의 신음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다
늦철든 썩은 도시인이 모든 게 다 내 병病인 양하여
하늘 올려 별 찾고 달 찾아 나도 촌놈인 양하려니
베란다 한쪽 늘어선 화분 속에 사는
건들거리는 한란寒蘭 몇 줄기
‘제 주제에 촌놈은 무슨 촌놈’ 하고는
알지 못할 비웃음이 가득하다
(시집 - 노량진 극장 중)
* 최근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 블로그 http://blog.chosun.com/scrpark
시화집 ' 詩가 가고 그림이 오다'
6. 카카오톡 talk 이생진
『스티브 잡스』* 를 읽다가 컴퓨터 앞에 앉은 잡스의 사진을 본다
사진 밑에 이런 말이 있다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 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 이 없습니다”
라는 말
나도 그 말을 훔친다
인근에 CCTV가 없길 다행이다
잡스에 끌려 애플 속으로 들어가다가
갤럭시 앞에서 서성댄다
카카오톡을 치면 톡톡 튀는 깨알
나는 잡스가 좋아
나는 갤럭시 좋아
나는 낯 모르는 네가 좋아
톡톡 치면 치는 대로 파닥이는 팔등신
나는 해뜨는 내일보다
해지는 오늘이 좋아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안진환 옮김(2011?민음사) 448쪽-3
* 시집 33권 외 다수. 최근작 ‘실미도, 꿩 우는 소리’
* 블로그 http://islandpoet.com/blog
정초 독자로 부터 받은 스마트폰으로 그린 신년휘호 스마트폰으로 받음
* 지난 달에 이어 이생진 시인께서는 IT기기와 시와 문학의 접목에 대해
당신의 경험에 비추어 구구절절 말씀해 주셨습니다.
특히 이날 참석한 유영진 SNS leader가 지난 해 모꼬지 참석해 도움말을 준 것이
IT기기에 대한 촉매가 되었었다 하시며
" 붓도 연필도 지속되고 있지만 최첨단의 IT기기 사용을 망설이면 안된다'는
특히 문학에서도 적극 적용해야한다 강조하셨습니다.
* SNS의 메신저로서 독보적인 Leader, 소셜전문가그룹 유영진대표가 오랜 만에 참석하여
시가 갖는 SNS의 기능과 평생을 엔지니어로서 살아오는 개인적 문학의 곤핍함에 비추어
이생진 시가 주는 자신의 유년시절 감성어린 기억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 동양화가 손정숙님과 네살 때부터 시를 지었다는 최정화씨가 참석하셨습니다.
저희 모꼬지 참석을 위해 대전에서 KTX를 이용하여 항시 올라오시는 이다현님도 역시
내려가는 KTX 10시행 열차를 예약하고 2012년 첫 1월 모꼬지를 참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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