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23

박산 2015. 7. 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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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2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4월 27일(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시를 좋아하시는 분 누구나 오셔서 머물다 가시면 됩니다

    모꼬지 회원도, 회칙도, 회비도 없습니다

     

    1. 고독, 원샷 - 윤준경

     

    2. 실망했던 세상 - 김정욱 낭송 (이생진 시)

     

    3. 벚꽃 - 양숙

     

    4. 해가 뜨고 해가 지고 - 유재호 낭송 (이생진 시)

     

    5. 김영갑의 손짓 - 박산

     

    6. 문학평론가 김석준의 5분평

     

    7. 이어도 사나 - 이생진 with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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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22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스케치

    3월 30일(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1. 사순절에 관하여- 김경영

    "어린 양을 보아라 우리 그날...'로 시작되는 성시

    낭송가 김경영의 잔잔하고 호소력 깊은 낭송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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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내 갈 곳 364번- 양숙

     

    십년 전쯤?

    “문중에서 숭조당(崇祖堂 납골당) 만든다

    네가 갈 곳이니 돈 보내라”

    노인네 왜 묻지도 않고 별걸 다 하시네 하면서도

    노모님 성화 못 이겨 돈 보내드리고도

    한 번도 거론해 본 적이 없었다

     

    육신 중 누구에겐가 도움 될 거라면 주고

    난 그저 어디든 흩뿌려 지길 원하는데

    代 내려갈수록 누구하나 들여다보지도 않을 것이고

    괜히 흔적 남겨 돌보지 않은 서러움과 쓸쓸함에

    죽은 혼도 슬퍼할 일을 왜 하자 저러시는지

    흙으로 돌아가면 될 일을 왜 이리 구조물 만들어

    산 자에게도 좁은 산하 어지럽게 하시려는지

     

    친정 부모님 합장하면서도 봉분 석 세우는 일로

    구조물로 자연 훼손 말고 그냥 흙분만 하잔 딸들과

    그래도 남 보기에 허술하지 않게 하잔 아들 입씨름

    지 자식들 데리고 성묘도 제대로 하지 않는

    아들의 그 알량한 효도에 그만 물러났었다

     

    그냥 자연으로! 하던 차

    시부님 모시는 일로 직접 들어와 본 내 자리

    364번. 과연 이 곳 崇祖堂이란 화강암 구조물

    찾아올 아이들 그냥 멀리 나들이 겸한다 여기면 되겠지

    저 세상 부모 만나러 아이들 소풍 나왔다 여기면 되겠지

    하지만 대를 이어 일터와 먼 이 곳까지 찾아올 것인지

    혹시 살아가면서 하소연할 곳 없어 엄마 보고 싶어도

    넘 멀어 못 오고 울음만 참다가 지쳐버리는 것은 아닐지

     

    그래도 혹시 내가 올 곳인지도 모를 거라 여기니

    싸늘한 화강암 덩어리가 덜 차갑게 느껴지지만

    매인 것 싫어하고 바람처럼 돌아다니기 좋아하는데

    생활대가 달라 살아가며 시시콜콜 쌓아둔 추억도 없는

    층층시하 시어른들과 한 공간속에 갇혀 지내는 것은

    정말 싫으니 이를 어쩌?

     

     

    * 최근 시집 -‘하늘에 썼어요’

    * email : 55yas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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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의 봄' 사진작가 윤영호 2012,04,20 촬영 후 스마트폰으로 보내옴

     

     

    3. 겨울 한때 -             박종희

     

    하늘에서 들려오는 겨울 노래

    흰 눈 되어 쌓이면

    비호같이 활강하는 스키인

    눈바람 가르며 설산을 누빈다.

     

    비발디를* 생각하면 여름에도 오는 눈

    우정 사이사이를 타고 돌다

    넘어져도 즐거운 능선에 피는 꽃

    잊어버린 소년의 모습을 되찾으니

    시간이 멈춰주더라.

     

    * 비발디 : 강원도 스키장

    * email : pakchong@chol.com

     

    5. 은밀隱密- 박산

     

     

    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아파트먼트에서

    거울 속의 마네킹처럼 보여지며 살고 싶지는 않다

     

    정직하지 않은 삶이라고 욕해도 좋다

    나는 수족관 속의 어魚류가 아니다

     

    간혹은 갈색 커튼이 드리워진

    침침한 스탠드 불빛 아래서 올 사람 막아

    문門걸어 잠그고 침묵을 가장한 채로

    찌그러진 치즈 한 무더기에

    제멋대로 굽은 윙글스 몇 조각과

    버번위스키 한 병만으로

    한 며칠 그냥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게으르고 싶다.

     

    지나친 고요가 싫증이 나랴 치면

    발가락으로 누르면 켜지는

    그런 낡은 전축을 가까이에 두고

    아무도 들여다 볼 수없는 은밀한

    나만이 소유 할 수 있는 그 나태懶態를 위하여

    세상에다가는

    "나 그냥 며칠 죽었다" 고 통보하고

    그러다 원하여 꿈꾸길

    세상살이 한 몇 번은 죽었다 살아나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동안의 의식도 없고

    무명無明의 기억이 사라진 그런 순간처럼

    다시 태어나길 한 두어 차례만 반복하여보아도

    모자라 질겁하여 그렇게

    악惡으로 추구했던 것들에 대對한 반성과

    소유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감사의 눈물지어질 터인데

     

    그러다 다시 죽어질 날을 위하여 겸허히

    몇 장의 편지를 쓰고

    그 몇 장의 끝에는 은밀히 사랑했던

    지상의 연인을 위한 연서를 쓰면서

    마무리 문장 뒤에 찍은 "!" 표 하나에 부풀어 오를

    그녀의 유방을 생각 할 텐데

     

    눈떠 다시 살아온 기억일지라도

    미로迷路를 찾아 헤매는 미련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어

    아직도 그 음침한 은밀함을 추구한다면

     

    편한 날 하루 낚아

    따라오는 이 없고

    앞서가는 이 없는 지리산 한 자락,

    구례 지나 '왕시루봉 - 늦은 목제길'을

    물만 가득 든 배낭 하나 짊어지고

    어둠이 마중 나온 문비우동을 오르면 어떠할까

    나의 그 은밀함을 지켜 줄 수만 있다면

     

     

    * 최근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 블로그 http://blog.chosun.com/sc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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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노인과 바다 - 이생진

     

    우연히 TV에서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의 집과 바다를 보고

    책꽂이에서『 노인과 바다』를 꺼낸다

    『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배요

    헤밍웨이의 돛대요

    헤밍웨이의 항로다

     

    수영에

    보트에

    사냥에

    낚시에

    축구에

    야구에

    권투에

    전투에

    투우에

    소설에

    시에

    사랑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 겁 없는 야성을 부러워하긴 했지만

    헤밍웨이 그 자신이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사노라면 누구나 행복도 있고 불행도 있는 법

    그 장단이 고르지 않아 그렇지

    무엇인가 있기는 있다

    인생에

    역시 인생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지론에 이의는 없지만

    약한 의지력에서 그랬나 나는

    열여섯에 죽지 않고 살아남았음을 고마워 하는데

    시기적으로는 열여섯보다 21세가 적합했다

    그땐 눈먼 수레바퀴 밑으로 빠져 나와

    이상하게 살아남아서 시詩 시하며 시를 쓰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것을 헤밍웨이에게 자랑하고 싶다

    헤밍웨이는 갔다

    나는 그의 『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있고

    그가 죽은 나이에 살아서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은 기적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적이다

    그것을 제 손으로 쏴 죽인다는 거

    그건 숨막히는 죄악이다

    그가 전쟁에 뛰어들어 취재하는 열정과 술 마시는 쾌락과

    네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 그런 속성 아니면 또 무엇으로……

    아니다 그는 이미 어쩔 수 없는 ‘살라오salao’에 이르렀던 것이다

    ‘살라오’란 『노인과 바다』첫 장에 나오는 ‘가장 운이 없는 사람’

    나는 그것을 분석할 책임이 없다

    그저 읽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가 자기에게 쏜 엽총소리와

    고흐의 권총소리를

     

    감별할 의무도 없다

    때로는 그들의 최후를 내가 반성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마지막 순간처럼 어지러울 때가 있다

     

    내가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을 걸어놓고

    헤밍웨이의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

    『무기 여 잘 있거라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노인과 바다』

     

    이 중에 나는 『 노인과 바다』를 제일 좋아한다

    지금도 TV에서 키웨스트의 집과 바다가 나오기에 얼른

    『 노인과 바다』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첫 장부터 다시 읽는다

    『 노인과 바다』 어쩌면 그렇게 내게 알맞은 제목인가 하고

    아바나의 소년에게서 커피를 얻어 마시는 기분으로 읽는다

    오늘은 이상하게 푸른 바다가 노란 밀밭과 빨간 투우장으로 보인다

    그들은 갔지만 그들의 승리를 위해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 시집 33권 외 다수. 최근작 ‘실미도, 꿩 우는 소리’

    * 블로그 http://islandpoet.com/blog

     

     

    이생진 시인 담론-

     

    걷기는 자신을 세계 속으로 열어 놓은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 다비드 르 브르통

     

    베토벤, 루소, 칸트, 소로우 등 불멸의 존재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걷기에 따르는 규칙적인 산책을 했다는 점입니다.

     

    감히 말하건데, 새벽 5시면 어김 없이 일어나 산책을 나가 동네 사람들에게

    새벽 시간을 알려주었던 칸트가 우리나라에 現身했다면 그 분은 틀림없이

    이생진 시인일 것이라 단언합니다.

     

    이 날도(금요일) 부산 오륙도를 거쳐 크고 작은 섬을 돌고

    거제도에서 목요일 늦게 올라오신 老시인의 입술은 여기저기

    부르터서 시인을 뵙기에 내심 안타까웠습니다.

    항시 하는 의문이지만 왜 여든 넷의 시인께서는 편안히 집에서

    근처 공원이나 산책하시지 먼 섬을 가시고 복잡 도심을 배회하시는 걸까

    그러나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항시 '고독하려 한다'는 단문으로

    답하시고 담론에 들어가십니다.
    여기에서 고독은 바로 시라고 이해하긴합니다.

     

     

    KBS '명사들의 독서'에 초청 받아 방송을 하신 얘길 하시며

    서두에

    "에휴 난 명사가 아닌데 무신 명사들의 독서에 날 초대" 하셨답니다

     

    그곳에서 방송한 내용이 위 시와 관련 지어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였다고 하시며 ,,,몇 번을 읽어 본 소설이지만 결론은 '고독을 강조한

    소설이었다' 라고 하셨습니다.

    담론 후, 저 역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소개한 '우이도로 가야지(이생진/우리글)' 역시 고독과 대화한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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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희 모꼬지 전속 가수 '현승엽의 작은 리사이틀'이

    평소와 같이 동인들의 요청으로 흥겨운 시간을 갖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