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nience

박산 2017. 9. 10. 10:13



Convenience - 


누가 돈 낼까 
전전긍긍하여 먹는 밥 한 끼 보다는 
냉수에 밥 말아 김치 찢어 씹는 게 
맛있습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마시느니 
냉수 한 사발이 시원 합니다 

사사건건 캐물어 대답하기 싫은 이랑 
백날 앉아 있느니 
빈방에 누워 코 후비는 게 
더 편 합니다 

가기 싫은데 억지로 체면 생각해 갔다가 
김새는 것 보다는 
 조금 미안하더라도 안가는 게 
머릿속이 가볍습니다 

순간적 욕정에 눌린 정사情事 후 
허겁지겁 속옷 찾아 입는 것 보다는 
달콤한 입맞춤 후 가벼운 포옹이 
훨씬 상큼 합니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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