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111+87

박산 2017. 8. 21. 09:36



                          이생진 시인께서 읽으신 시 '곽도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 실제 곽도 할머 (이승희님 사진)

                    빳빳한 허리의 시인께서 사진 높이를 맞추려고 함께 허리를 굽히신 모습이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가수 현승엽과 천승현이 함께하는 '이생진 시인의 시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9월 8일 금요일 7시 선농단 역사문화관 (전철 1호선 제기역 1번출구))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7} 


2017년 8월 25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97)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할매 말고!: 양숙 

2.장마: 김효수 

3. 낙엽: 권영모 

4. 7호선 첫차: 허진 

5. 태풍의 눈: 김태호 

 

6. 너는 너하고 산다: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7. 헤일 수 없는: 김중열   


8. 신록: 낭송 김경영/시 서정주 

9.下橫山灘頭望金華山: 낭송 박산/시 楊萬里 (하횡산탄두망금화산/南宋1127-1206) 

10. 그 집 막걸리: 이생진 -내외주가內外酒家 with 담론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6} 1017년 7월 28일 스케치 

1. 바다 품은 냉장고: 양숙 

바닥 흔들었던 매생이와 감태가 싱그런 오월 녹색으로 틈 헤집으며 
호구 조사했던 돌문어 의기양양 완장 찬 채로 유유자적 
해저 군자 해삼과 군소 돌덩이처럼 완강하게 
서해 바다 누비며 합창하던 민어 부푼 부레 볼멘소리조차도 
퉁퉁 불어 꽝꽝 얼어 있다가 발등을 찍는다 

‘진즉 좀 풀어줄 것이지….’  

뭍 한가운데서 바다라니 언감생심! 
덕분에 바다를 품었다고 저리도 좋아하는 냉장고는 
좋아 어쩔 줄 몰라 헤벌쭉 

*바닥: 전남 해안지역에서 바다를 일컫는 말. 제주에서는 ‘바당’이라고 한다.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비 내리는 날: 김효수 

어두운 하늘에 잠시도 쉬지 않고장대처럼 비 내리는 날 
우산도 하나 없이 거리에 축 늘어진 나무처럼 젖어 있다 
오늘처럼 비 내리고 무섭게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던 날 
조그만 우산 하나 쓰고 옷이 축축하게 젖는 줄도 모르고 
너와 나는 아이처럼 뭐가 그리 좋아 서로 눈만 마주쳐도 
얼굴 금세 벌겋게 물들어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지 
그 날도 오늘처럼 앞이 보이지 않게 비 거세게 내렸는데 
어찌 그 날은 한없이 웃고 있었고 오늘은 가슴이 우는지 
넓은 세상에 마음 나눌 사람도 하나 없이 살아간다는 건 
참 처량하고 슬퍼 긴 한숨에 세월 보내며 견디고 있는데 
하늘이 남의 속도 몰라 주고 이렇게 비 장대처럼 내리면 
어쩔 수 없이 나무처럼 서서 추억이 씻겨나가길 바랄 뿐 

* 진흠모/ 시인 

3. 섬으로 가는 자유인: 낭송 조철암/시 이생진 

배 위에서 구두끈을 매는 여인은 아름답다 
내가 배를 타고 떠도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배 위에서 배낭을 메고 귀로 파도소리 들으며 
눈으로 먼 섬을 가리키는 여인은 아름답다 

그런 낭만은 어디서 배웠을까 
학교 선생님이 가르쳐 줬다고 하면 그건 명교사다 
빈집 문은 어떻게 잠그고 왔을까 
요즘 도둑이 심하다는데 
파도소리에 맞춰 콧노래 부르며 
먼 섬으로 가고 있는 여인은 아름답다 
여자여서 그럴까 
아니 남자라도 그런 남자는 세상을 살 줄 아는 남자다 
사람들은 갈 데가 없어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살 줄 몰라서 방황하는 것인데 
저렇게 떠돌아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말 자유를 누릴 만한 사람이다 
함께 만세를 부르자고 할까 
우리만의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 -시집 <'거문도' 중에서> 

* 진흠모/ 사업가 

                                                                 현승엽&이생진 퍼포먼스

4. 낮술: 김중열 

한낮에 문득 하나 둘 옹기종기 모여들어 딱히나 하소연도 아니고 미운 정 고운 정도 아니고 그리움만 괜스러이 끄집어내어 보았지요 엊그제 소나기가 남기고 가버렸던 좋은 임과 우산 속 이야기 그 안에 체취들 어제 마시던 막걸리 아직 남어 있기를 널찍한 사발잔에 한잔 더 마시고 싶더랍니다 그래라 하여 비어지며 홀로로 넋두리도 불러 씹어보자며 못 태워진 열정 불러 모아 휘저어 섞어 마시고 있습니다 퍼붓는 장맛비도 아스팔트 위에서 튕겨진 정념들로 덤으로 불러 한산한 단골식당에 있는 그리움 조각 속에서 괜스레 안주투정 부려봅니다 길게 느려져 갈 그림자와 떠나갈 그리움들 주거니 받거니 그리웠다 쪼아리며 한잔 두 잔 권하기를 그냥 취하고 싶다 주절주절 늘 하기를 비어진 잔엔 무너진 하늘 구멍 그 만큼 푸념이 마냥 그리그리 쏟아지고 있더랍니다.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5. 바다: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물 따라 가다가 물이 돌아와서 나도 되돌아왔다 
물만 혼자 가버린 것 같아서 창문부터 열어 봤는데 
물은 그곳에 있고 배만 가 버렸다 
물 따라 간 배가 돌아오려나 삼십 일이고 일생이고 기다렸다 
나도 물 따라 가 볼까 했는데 물은 늘 그곳에 있고 배만 오지 않았다 
물은 이별을 나르고 저만 돌아오는 것 
물은 세월만 젓고 저만 남아 있는 것 
언젠가는 나도 저 물 위로 가고 돌아오지 않을 거다 -시집 <바다에 오는 이유>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6. 혼자였어: 권영모 

내가 날 위로하며 살아온 벅찬 감동도 없었지만 
날 바라보는 이들을 생각하며 내가 내게 실망하지 않으려 했던…. 

결국 혼자였어 외로워도 외롭다고 못하며 날 감추고 날 다스리며 살아온 날 
가슴에 고인 눈물 닦아주는 이 없는 내가 날 달래 온 시간들  

오늘은 말할 수 있어 네게 기대어 한없이 울고 싶다고 
내가 내게 기대어 살아온 날이 외로웠다고 혼자인 것을 

이제야 알았지만 혼자로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당신이 말없이 있어줬기 때문이라고…. 

* 진흠모/ 서예가/ 시인 

7. 김월성 이종숙님 이종숙 님 자작시 어머니 낭송 


8. 돌아오지 않는 마음: 낭송 김경영/시 황금찬 

이웃이 봄볕 같기 마음의 담을 헐어 꽃잎을 실에 꿰어 지연같이 날렸더니 
구름 위 솟은 마을 성머리에 걸려 돌이 되고 말았다 

십년 다시 백 년에 돌아오지 못 하는 꽃잎의 전설 문을 열어 놓고 
한 나절 또 한 나절 새 한 마리 날아오지 않는 빈뜰 빈뜰 
돌아오지 않는 마음자리에 미움의 나무에 열매가 연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9. 실버공화국: 박산 

마당 큰 가람에 고목 있어 
산도 오를 겸 소싯적부터 다녔던 곳 
가는 길목 그저 스쳐 지났던 면 소재지 
발 딛는 일이 수도권 전철 덕에 부담을 덜었다 

시장을 끼고 아기자기 늘어선 가게들 
세월을 뒤로 돌린 60년대 식 간판을 감상하는데 
유독 여기저기 눈에 띄는 다방 간판들 
골목골목까지 다방에 모텔 

유난히 지긋해 보이는 여행객이 많다 
취기에 불콰한 중년 사내에게 넌지시 
웬 다방이 이리 많으냐? 물었더니 

차茶만 파는 다방이 아니란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10. 곽도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 이생진 

가끔 곽도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를 꺼내 본다 
호미처럼 굽은 할머니 
추녀 밑에 채송화 심어 놓고 미역을 말리던 할머니 

그녀는 전혀 나를 생각하지 않을 텐데 
나는 왜 그 사진을 꺼내 보나 

*곽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리에 속하는 섬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세월호 침몰자리에 50년 전, 곽도의 사라진 어부들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서거차도까지만 배가 운행되어 곽도 까지는 노를 저어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사고로 과부가 된 세 분의 할머니를 아는데, 안 보면 보고 싶어집니다. 
               팽목항에서 30여km 떨어진 곽도는 미역이 많은 섬입니다. 미역을 말리는 할머니를 보고 쓴 시입니다 (중략) 

               우리사회는 점점 더 시가 필요합니다. 시를 인용만 하는 정치가 너무 오염되어 진정한 시가 필요합니다.
               시는 자유입니다 시는 연애입니다 
               내일 보다 오늘을 보세요! 카르페 디엠! 


* 장마 무더운 휴가철로 인한 평소 보다 적은 인원이 모여 오붓한 모꼬지를 보냈습니다. 
  시 얘기에 이어 각자 노래자랑도 했습니다. 

* 유재호님의 ‘눈물 젖은 두만강’ 열창에 이어 ‘현승엽과 함께하는 이생진 퍼포먼스’ 로 2017 무더운 여름밤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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