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6

박산 2017. 7. 19. 10:56


 

동영상, 사진 by 김명중님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6} 

 

 

2017년 7월 28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97)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바다 품은 냉장고: 양숙

 

2.비 내리는 날: 김효수

 

3.섬으로 가는 자유인: 낭송 조철암/시 이생진

 

4.낮술: 김중열

 

5.바다: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6.혼자였어: 권영모

 

7.오역誤譯하지 마세요: 김태호

 

8.돌아오지 않는 마음: 낭송 김경영/시 황금찬

 

9.실버공화국: 박산

 

10.곽도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 이생진 with 담론

 

 

                 비좁은 자리임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즐거운 생일 잔치 중인 진흠모님들, 가운데 사진 7th 모꼬지 생일 꽃떡 커팅( 송민숙 김명옥 이생진 곽성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5} 2017년 6월 30일 
진흠모 일곱 번째 생일잔치 

1. 동영상 인사島 시가연港 (by 김명중) 

2. 무크지 ‘인사島 진흠모 이야기 3’ 중에서 

 (평소 무대에서 낭송 안 하시던 분들 위주로 낭송했습니다.) 

                                                                                                 진흠모 인사도 무크지 vol 3, 꽃으로 디자인 된 '카르페 디엠'  


1) 카르페 디엠: 김명옥 

꽃샘바람 불어 꽃몽오리 좌불안석하는 봄의 플랫폼에서 
사전의료지시서를 쓰네 
심폐소생술 NO 
식물인간 NO 
갈비뼈 부러지는 생존을 견딜 수 없네 
중환자실의 어둠이 사망보다 더 어둡네 
메일로 전송하며 시계를 보네 
시침, 초침은 언제나 NOW . . . 

 * 화가, 시인 

2) 투덜대다: 김문수 

오늘은 차안 내일은 피안
오늘이 오늘다워야 내일을 생각지 않지
아이스크림 장사 나서면 비 오고
우산 팔려니 햇볕 쨍쨍거리는 걸

* 변호사 


 

3) 카르페 디엠: 김태경 


비빌 언덕을 찾아 콧김이 샌 황소 한 마리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걸어간다
종로3가 4번 출구에서 연인처럼 기다리는 바람을 만나고 그 사랑과 손잡고 걸어가다
인사동길 끝에서 만나는 시가연이여 작고 아담한 공간에서 묵은 정을 품고 와 웃는 사람들
인사동이라 인사를 한다 찻잔 위로 음악이 흐르고 삶을 녹여 마시는 정월의 오후가 목젖에서 따스하다
낭송이 끝난 후 이생진 시인과 현승엽 가수의 멋진 공연이 파도친다
시도 술도 삶도 다 푸른 섬에서 바다를 보는 듯 감미로워라
멀리서 고흐가 붓질한 해바라기를 들고 온다
고갱이 붉은 옷 입고 천천히 온다
함박눈 내린 날 숨 고른 황소 한 마리 비빌
당신의 언덕에 누워 풀처럼 연한 시를
고흐의 그림을 되새김질한다 ​
오, 카르페 디엠이여!

* 학원 강사

 

4)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연주 ‘봄날은 간다’ 

흔히 듣는 익숙한 노래 곡도 김광석이 연주하면 작은 오케스트라가 된다.
때론 고요하게 흐느끼다 조금씩 거칠게 가는 듯 가다 웅장하고 화려하게 접어드는 그의 연주법에 빠져든다.
간드러진 트로트 곡이 고상한 클래식으로 흐르다 다시 트로트로 돌아온다. 
나훈아가 부르는 아리아를 듣는 느낌이다.   

 

그의 연주를 진흠모 모꼬지에서 듣는 건 큰 행복이다(山).

5) 옆에 있을 때: 김태호 

그때는 햇잎이 그리울 줄 몰랐다
언제나 꽃송이 같이 웃을 줄만 알았다
바람결 물결치는 잔주름 파문을 넘어
빛의 파장이 번질 때 눈부셨다
그렇게 우리는 말없이 손잡고
서로의 체온을 감지했지
그때는 해넘이 그리울 줄 몰랐다
임진강 물비늘이 갈매기 깃 타고
저녁놀 깊숙이 물들어 갈 때
우이령 골짜기 단풍잎 밟으며
그렇게 우리는 초승달 손잡고
돌 고개 쉬엄쉬엄 넘었지

* 시인

6) 가을이 유혹할 때: 노희정 

가을 하늘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푸르다고 자랑하며 기세등등하고
이런 날엔 멋진 세상 하나 가슴에 품고 기차를 타 볼 일이다
목적지가 있든 없든 무조건 열차에 올라 철로에 몸을 맡기고 지푸라기 같은 사념들 창밖에 날려 보내라
이 느낌 이 순간은 오직 지금 뿐! 내일엔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소유 할 수도 없는 것
찰나의 생각에 인생이 바뀌고 무모한 행동이 역사를 바꾼다
가을이 날 오라 손짓 할 때 가을이 날 유혹할 때 가을이 날 품어 줄 때
마음 속 찌든 때 벗어 버리려 떠나자! 떠나라!

* 시인, 육필문학관 관장 

7) 세상에 이런 일이!: 윤준경 

 어젯저녁 한 시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도 소식 모르시죠? -무슨 소식요? -이생진 선생님, 사모님 돌아가셨어요. _네? 순간 나는 서운함과 함께 심한 배신감마저 들었다. 요즈음 인사동 시모꼬지에도 자주 못 나가고 선생님을 뵌 지도 오래 되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떻게 한마디 소식조차 전해주는 이가 없었단 말인가? 나의 격한 감정을 진정시키며 그 시인이 들려준 말은 절대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생진 선생님께서 남에게 폐 되는 것을 원치 않아 자녀들에게도 일체 함구령을 내려 오직 가족끼리만 모여서 소박하다 못해 쓸쓸한 장례를 치루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선생님의 며느님이 근무지에 상가를 내면서 소식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미 일주일 전의 일이 되었으니 이제라도 선생님을 아버지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존경하며 따르는 박 시인을 비롯한 진흠모(이생진을 흠모하는 모임)회원들에게는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으나, 선생님께서 극구 알려지기를 원치 않으시니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자리에 누웠으나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는 오늘 아침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오늘 시간 있으세요? -왜? -드라이브하려고요. -어디로? -광릉내나 송추 쪽이나요. 선생님을 만난 것은 11시경, 우리는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차에 타면서부터 선생님은 “점심은 내가 살게요” 라고 하신다. 가다가 길을 몰라 헤매기도 하면서 장욱진미술관에 도착하니, 밤나무 아래 많은 사람들이 알밤을 줍는 듯 가을의 정취가 짙어 있었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으신 선생님으로부터 화가 장욱진의 생전의 이야기도 듣고 그의 미술의 지향점이 심플함이라는 것과 또 같이 전시된 작자미상의 민화와 그의 그림을 비교해가면서 평소보다 깊이 있게 작품을 감상했다. 미술관을 나와 사진도 한 컷 찍고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데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지금 장욱진미술관에 있는데 세 시까지 갈게요. -집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세 시까지 간다고 했어. -집사람? 다른 때 같으면 사모님 건강이 좀 어떠신가 제일 먼저 여쭈었겠지만, 사모님 이야기는 차마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우리는 다시 집 가까운 곳까지 와서 전에 고 박희진 선생님과도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던 생선구이 집에 들어갔다. 박희진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도 오늘 대화의 주 메뉴였다. 너무 아깝게 가셨다거니, 정리를 잘 해놓고 가셨다거니, 여자들이 많이 따랐지만 선생님께는 시가 있었기 때문에 단호히 독신을 지키실 수 있었다거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슬픔을 누르고 계신 선생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몇 번이고 울컥울컥 눈물이 솟구치려 했지만, 나도 아무 일 없는 듯 웃고 떠들며 대화를 이어갔다. 식사를 마치고 차에 오르시며 대뜸 지폐 한 장을 꺼내 대시보드에 넣으시려고 하신다. 나는 정색을 하며 그것을 다시 선생님의 백에 넣어드렸다. - 다음엔 내가 살게요.

사람살이가 서로 폐도 끼치고 도움도 주고받으면서 사는 것이거늘 바쁜 사람들 괜히 오고가고 번거롭게 할 거 없다고 부인의 장례를 혼자서 치르신 선생님. 인사동 시모꼬지 회원은 물론 전국 각지의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많은 시인과 팬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나처럼 황당해할까. 우리나라 섬 천 개 이상을 그것도 몇 차례씩 발로 걸으시며 수십 년 시를 써오신 선생님, 황진이를 연구하여 시집 <너도 울어라, 황진이>를 내시고 김삿갓의 발자취를 따라 각지를 돌아다니시며 자료를 수집하여 <김삿갓>을 내시고 화가 고흐를 깊이 연구하여 <반 고흐, 너도 미쳐라>를 내시는 등,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비롯하여 40여 권의 시집을 내시고도 절대로 문단 주변을 기웃거리시거나, 문학상 등에 연연하시는 일 없이 오로지 자신의 길만을 가시는 자유인- 제주 명예 도민이시며 신안군 명예 군민이신 그 명예가 어찌 거저 얻어졌겠는가. 

 몇 년 전 아들을 결혼시키며 한 사람이라도 손님이 더 와 주었으면 했던 나의 생각이 부끄럽고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저녁이다.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나도 그분이 전과 다름없이 노환의 부인을 돌보시며 시낭송을 즐기시고 이따금 섬 여행을 떠나시는 분, 그대로 선생님의 일상을 지켜드리고 싶다. 누가 만약 이 글을 읽고 혹시 선생님께 전언이라도 보낸다면 어쩌나 심히 걱정하면서…. 이 글을 쓴 지 한참이 지나고 지난 인사동 시모꼬지에서 선생님은 여전히 시를 읽고 팬들과 웃으시며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사진으로 전해왔다. 이 비밀이 오래 지켜지기를 나도 바라고 있다. 그래야 선생님께서도 아무 일 없는 듯 일상을 보내지 않으실까.

* 시인, 성악가 

                                                     무크지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는 모습들  

8) 카르페 디엠식 변명: 이생진

그 후 인사동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
죽은 시인의 도시가 아니라
도시의 시를 죽이지 않았다는 자부심
그래서 내일도 오늘처럼 기다려진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오늘을 잡아라 이 세상이 끝나는 날
   신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뒀는지 물으려 하지 말라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기에
- 바빌로니아 점술가들에게 마지막이 언제인지 묻지 말라
  어떠한 일이 닥치더라도 받아들여라
  주피터가 우리에게 또 한번 시련의 겨울을 선사하든 말든
  혹은 투스칸 절벽이 무너져 버리고 그 순간이 마지막 순간이 되든지 간에!
  그대가 현명하다면 포도주는 바로 오늘 체에 걸러라 짧기만 한 인생에서 먼 희망은 접어라
  우리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을 우리를 시샘하며 흘러가 버리니,
  내일은 믿지 마라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 호라티우스作 <카르페 디엠!>

* 오늘 내 시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네

  인사동에서는 오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시가 있는 오늘.

 

* 인사동을 꿋꿋이 지키는 방랑 시인

            인사도 무크지 발행에 관한 소회를 밝히는 4인의 편집인들(左로부터 박산, 양숙 편집인, 이윤철 발행인, 김정욱 디자이너)  


9) 산이 흐른다: 한옥례 

산에 진홍빛이 흐른다 백두대간 능선 따라서 꽃물결로 일렁인다
산에 구름바다가 흐른다
대청봉은 어느새 사라지고 운무가 쫓겨나면 감췄던 용의 이빨이 무섭게 드러난다
산에 역사가 흐른다.
물 시린 덕산계곡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녹음은 짙어지나 빨치산 붉은 피의 신음소리는 더 켜진다
산에 야생화가 흐른다
호젓한 화채능선 천상 화원에는 금강초롱에 이슬방울이 대롱대롱 맺힌다
산에 희로애락이 흐른다
배낭 무게가 무거울수록 고통의 희열을 안겨주고 등산화가 가벼울수록 깔닥고개에는 아픔이 먼저 달려간다.

* 낭송가 

10) 자위: 현승엽 

한 귀퉁이 유혹
허스름한 포옹
깊은 숲가를 거닐다
물러난 계곡을 삼키곤
조각난 해탈에 든다

* 이생진의 시를 노래하는 싱어송 라이터
  진흠모 모꼬지는 현승엽의 노래로 끝난다 

                   이생진 시 '섬묘지'에 곡을 붙여 천승현이 노래하고 김광석이 북을 잡고 송민숙이 춤을 추었다   

11) 가수 천승현 노래 

이생진의 시 '섬묘지'에 곡을 붙였다.
천승현 특유의 멜랑콜리한 목소리가 노래를 시보다 더 슬프게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픔을 노래한 '한중가'도 그랬고 
우리 민요 '진주 난봉가'에 든 한국 여성의 한을 목소리로 해석한 그의 노래 역시 슬프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 실린 여러 편의 시 중에서 '섬묘지' 역시, 
그는 가장 슬픈 시로 만들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종묘제례악 이수자 송민숙 님의 한을 삭이는 듯한 절제된 동작의 무용과 함께했다)<山>

* 천승현의 물음에 답하여 이생진 시인께서는, 이 시를 제주 오름의 돌무덤에서 썼다고 부연했다.
 

                                                               김윤희 님께 감사패 증정
3. 
 이윤철 발행인이 무크지 발행에 대한 소개와 ‘만원클럽’에 감사한다는 인사말과 
 양숙 편집인의 편집 후기 김정욱 디자이너의 책 디자인에 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순풍에 돛을 달고'에서 5년 여 봉사 해주신 김윤희님께 진흠모 모두의 정성을 모아 감사패 증정이 있었습니다 

4. 생일 떡 커팅 (김명옥 송민숙 이생진 곽성숙) : 장상희 권영모 님이 떡 제공  

 
5. 시조창의 명인 문현님의 '수잡가, 푸른 산중하에'의 은은한 풍류를 비롯하여  
    유재호 시노래/ 김성천 단소(청송곡)/ 한혜숙 한명란- 이생진 시 '황진이' 시창/
    윤준경 시인 ‘저 섬에서’ 등 노래 공연이 있었습니다.  

6. 시가연이 비좁은 지하 행사장임에도 불구하고 내려오는 계단에 앉아서까지 행사에 참여해 주시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진흠모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생일잔치를 위해 멀리 지방에서 오신 분들께는 비좁은 식사 자리에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저희 진흠모 이생진이 좋고 그의 시가 좋아 모이는 자리, 조금은 불편한 게 뭔 대수이겠습니까? 
  
    ‘진흠모 가수 현승엽과 함께하는 이생진 퍼포먼스’에서 이생진 시인께서는 이리 일갈 하셨습니다; 

  " 집사람이 자꾸 저기서 오라하는데 나는 못가요! 
   여러분들이 계셔서, 인사동이 있어서! 여기 시가연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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