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8

박산 2017. 9. 21. 10:20



 

제기동 선농단에서 2017년 9월8일 

열혈 친흠모님들 참석으로
 ‘이생진 섬 바다 사람이야기’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섬으로'  '시가 머무는 마을'  '진흠모 광주'  ‘바빠 자주 얼굴 안 보이던 진흠모 분들’ 등 
인사동이 아닌 선농단 지하 갤러리에서 모처럼 뭉쳤습니다  
추도 여행의 피로에도 불구하시고 
백 명이 넘어 빼곡하게 자리한 독자들 앞에서 
정열적으로 시를 낭송하시고 
피가 되고 살이되는 경험적 삶을 위한 담론을 들려 주셨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시도 삶도 미쳐야 합니다 

묵묵히 선생님의 시와 철학을 흠모하는 열성 진흠모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보람된 공연이었습니다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8} 2017년 9월 29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97)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마지막 수업 : 양숙 

2. 홀로 사는 사람: 김효수 

3. 어머님의 아리랑: 낭송 김명중/시 황금찬 

4. 마이산: 김문기 

5. 야한 묘한 숙한: 김중열 

6.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이덕수/시 이생진 

7. 이슬이었지: 권영모 

8. 다시 가보세요: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9. 타깃: 김태호 

10. 너를 위하여: 낭송 김경영/시 김남조  

11. 山中與幽人對酌(산중여유인대작): 낭송 박산/시 이백(701-762) 

12. 詩가 뭔데: 이생진 with 담론 


*공지: 낭송 및 무크지 원고 이메일이 아래 주소로 변경되었습니다.
        양숙 편집인 (010-3749-9806) 55yasoo@hanmail.net 


                                                                                         左로 부터(김명옥 권인호 김윤희 양숙 이윤철님과 함께하신 이생진 시인)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7} 2017년 8월 25일 스케치 

1. 할매 말고!: 양숙 

환갑 문턱에 발 디뎠지만 
새로 불리고픈 이름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굳이 새로운 틀에 가둘 거면 
근사한 호칭이라도... 

아줌마? 
할머니? 
할줌? 

근데 지금 나는 어디에? 
헷갈린다 

‘재수 없으면’이 아니라 
60/120년! 
‘지금까지 만큼’을 ‘더 살아내야 한다’는 
끔찍한 현실이 숨 막히게 짓누른다 
왜 하찮은 호칭 따위를 가지고 다... 
누가 휘두르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엄마 살아가신 그대로 따라가니 
쉬웠던 것임을 자식 기르며 이미 겪었으면서도 
엄마와 다른 뭐가 없을지 쓸데없는 고민이다 

아무것도 아닌 호칭 문제로 말이다 
아직은 쓸 만한 구석이 남아 있는데 
뭐라고 불러줄 건지 궁금해 
은행잎 환한 길 둥싯대며 걸으면서
‘할매 말고!’를 되뇌는데 
때마침 부르르 떠는 전화기 반가운 손자다 
“외할머니!” 
“아이구 내 새끼!” 

*할줌: 할머니 아줌마 중간쯤(신조어) 
*둥싯대다: 굼뜨고 거추장스럽게 잇따라 움직이다.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55yasoo@hanmail.net 

2. 장마: 김효수 

장마는 끝나지 않았는지 추적추적 비 온다 물살에 끊어진 다리는 복구조차 못 했는데 
산사태로 흙과 돌은 길에 아직 그대로인데 장마는 끝나지 않았는지 추적추적 비 온다 
자식처럼 새벽부터 피와 땀으로 키운 곡식 물에 잠겨 일어나지 못하고 처참히 죽는데 
장마는 끝나지 않았는지 오늘도 비가 온다 마을회관엔 집을 잃은 주민이 한숨을 쉰다 
들에는 쓰러진 곡식 애타게 세우던 농민이 그동안 복받친 설움 끝내 참아내지 못하고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비를 맞으며 운다 허공을 잡고 가슴 치며 서럽게 울부짖는다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앞으로 어찌 살라고 입에 풀칠할 만큼은 그래도 남기고 가시지 
새끼 배곯는 꼴 어떻게 보라고 그러시는지 이제 닥칠 삶에 기력조차 잃어버린 농민은 
쓰러져 죽어가는 곡식 자식처럼 품에 안고 한숨에 넋두리 늘어놓다 빗줄기 따라 운다 

* 진흠모/ 시인 

3. 낙엽: 권영모 

네가 춤을 추며 떠나는 모습에 난 괜한 서글픔으로 남았었지 
색동저고리 치장을 하고 메어있던 사슬에서 벗어나 긴 여행을 떠나는 너의 뒤 모습에 
너 떠난 자리 쓸쓸한 모습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던 낭만도 작은 미풍에도 뒹구는 모습에도 
내 마음도 널 따라 떠났었어 그 허전한 가슴의 가을날이 또 다가오는데 
내 마음은 이미 널 따라 떠날 준비를 한다 

또 다른 이름으로 내게 다가올 봄날에 
너 떠난 자리 초록 잎으로 

* 진흠모/ 서예가/ 시인 

4. 너는 너하고 산다: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너는 누구하고 가장 긴 침묵을 지켜 왔으며 
가장 깊은 비밀을 누구에게 숨겨 봤느냐 
너는 너하고 산다 
여자하고 살다가 남은 시간을 
너는 너하고 살고 
남자하고 하다만 이야기를 
너는 너하고 한다 -시집 <바다에 오는 이유>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5. 헤일 수 없는: 김중열 

타락한 도심의 하늘에선 별이 보이던가요 
탐욕에 눈이 멀어 말로만 수만 가지 별들을 보았다고 아름답다 경이롭다 
거짓과 헛욕심에 눈이 멀었으니 빛나는 별들일랑 보았을 리 없지요 
어린 날 개울가에서 빈 깡통에 몇 마리나 잡았느냐 누군가 물었을 때 
헤일 수 없다 자랑했지요 한 마리도 없으나 당당하게요 
오늘에도 여전하게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별이 구름 건너에서 부르건만 
갈 수가 없으니 별들을 헤일 수 없겠지요 

내 마음엔 헤일 수 없는 별들이 어린 날 당당하게 헤일 수 없다는 별들이 하나둘 셋 넷  
그리고 더 많이 꿈속의 비눗방울 되어 저 높은 하늘로 올라갑니다 
헤일 수 없는 사랑을 품고 밤하늘 장막 가득 채우겠다며 
소망의 비눗방울 터트리며 별, 달, 너와 나를 모두기를 새록새록 눈을 뜨는 이 밤에 
희망으로 채워진 은하수 흘러 흘러 달빛으로 율려의 하모니로 사랑을 바라보며 
하얀 나래짓 한답니다 

오늘 밤 꿈엔 희망, 소망, 사랑 그리고 별, 달, 속삭이는 맑은 하늘을 품고 
하얀 나래짓으로 가득하렵니다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7. 下橫山灘頭望金華山: 낭송 박산/시 楊萬里 (하횡산탄두망금화산) (남송1127-1206) 

山思江情不負伊 (산사강정불부이) 강산은 사람을 속이지 않나니 
雨姿晴態總成奇 (우자청태총성기) 비 오는 날 개인 날 그 자태 모두 고와 
閉門覓句非詩法 (폐문멱구비시법) 문 닫고 시구 찾는 것 옳은 시법 아니니 
只是征行自有詩 (지시정행자유시) 길을 나서 보아야만 시가 생긴다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모꼬지 처음 찾으신 조은숙 조은희 자매와 함께하신 이생진 시인 


8. 그 집 막걸리: 이생진 -내외주가內外酒家 

옥인동 주점 내외주가에서 술을 마셨다 
송석원松石園은 천수경(1757~1818)의 호요 집터 이름이다 
인왕산 산자락에 초가삼간 짓고 시를 읽었다는 千壽慶 
1786년 송석원 시사회가 열린 후 
그가 떠날 때까지 30년 300여명의 시인들이 모여들어 시를 읊었다는 곳 
단원이 그 광경을 그림으로 남겼고 
추사가 松石園이라 쓴 글씨 암각으로 남아 있다는 곳 
나는 멋모르고 그 집 마룻바닥에 앉아 술잔을 들었다 
흰 물김치 따라 나온 막걸리 어찌나 물이 깊고 무거운지 
혀에 밴 生막걸리 금방 사라졌다 
이럴 수가 하며 호리병을 흔드는 
내 거동 나는 내 몸에 있지 않고 옥류천 달빛에 가라앉고 있었다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오늘 읽은 시의 ‘그 집 막걸리’, 인왕산 자락에 있는 막걸리 집은 예술인 부부가 운영하는 술집입니다.  
       지금 우리가 인사동에서 시낭송을 하고 있지만 231년 전에도 옥인동 천수경에서 역시 시를 읽는 낭송회가 있었습니다.
              (중략) 
       시인들은 술을 좋아합니다. 나 역시 김삿갓에 관한 시를 쓰기위해 그의 발자취를 따라 여수 순천부터 전국을 다니며 
       각 지방의 고유의 막걸리를 마셔 봤습니다. 그 막걸리 맛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중략) 


@ 시낭송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조은숙 조은희 자매가 처음 참석하시어 이생진 시인을 흠모하게 된 사연을 곁들여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 김문기님이 참석하시어 평소 시인의 시를 너무 흠모한 끝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929년생이란 소개를 보고  
   분명 돌아가셨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뵐 생각을 못했었는데 인터넷을 보니 현재 인사동에서 시낭송을 직접하고 계신다는 
   사실에 놀랍고 너무 반가워 꼭 찾아뵙고 싶어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드렸더니 직접 받으셔서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르겠다고 모꼬지에 참석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직업이 쉐프인 53세의 김문기님은 감성이 풍부하여 즉석 시를 지어 
   낭송하는 재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가 시에 얼마나 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지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 여행가 최병화님이 오랜만에 참석하셨습니다. 

@ 진흠모 가객 유재호님의 시노래 ‘웃은 거’(김동환의 시), 꿈 속, 울어라 기타 줄아 등의 열창이 있었습니다. 

@ 거문도 공연에서 헐레벌떡 늦게 합류한 현승엽 가수가 꾸미는 무대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퍼포먼스로 
   진흠모 8월 물러가는 여름밤을 보냈습니다.
   사계절 함께 얼굴 마주하는 분들께 반갑고 즐거웠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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