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초등생들

박산 2017. 10. 6. 11:33



늙은 초등생들 ㅡ 


동암역 오후 5시 약속 
4시58분 부리나케 출구를 나가는데 
아주 익숙한 얼굴 셋이 
모범생 자세로 나란히 앉아있다 

머리 희끗희끗한 예순 넘은 초등생들 
착하기도해라! 

적당히 마신 술 핑계로 
유쾌하게 떠드는 건 
결국은 서로에 대한 격려 

여름 비 오시는 늦은 밤 
헤어지기 싫은 아이들 되어 
손잡고 어깨 두드리며 잘 가라! 잘 가! 

웃을 일 없는 세상 
한바탕 웃음 몇 바가지씩 
각자의 어깨에 짊어졌다 

하나도 무겁지 않다 

 (2017 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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