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2

박산 2017. 3. 23. 10:53

 

 

                                                           모꼬지 동인들과 위 세권의 시집을 나눔했습니다. 제주 구좌문학회, 여울아라, 이인평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동짓달 - 조선희

 

게난 어떵헌 말이우꽈

어멍 아방이 교통사고로 갔댄 허는 말이우꽈

설운 애기들 셋만 남겨 두고,,,

어떵허민 이런 일이 다 이 신고 양

   

(제주 구좌문학지 '동녘에 이는 바람' 중에서)

 

-중략-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카랑카랑 구름을 불러

그 위로 놀던 학 무리가 나래로 춤을 추기를

신령의 긴 머리카락은 바람을 품어가고

튕기는 바다 물방울은 태양을 하나씩 품어

,,,,시 한 두름씩 터트리기를

-중략

 

(여울아라 김중열의 '지금에 중)

 

신도림에서- 이인평

 

한 겨울에 桃園이 그리웠다

전철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에 갔다

新桃林인줄 알았는데 新道林이었다

하지만 道林도 좋고 新道林도 좋았다

桃園이道遠이면 어떠랴

-중략

 

(이인평 시집 '신도림에서')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2} 2017년 3월 31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모르지요 봄은: 양숙

 

2. 말하는 산: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3. 봄이 오는지: 김효수

 

4. 바람만바람만: 낭송 한옥례/시 박산

 

5. 파도는 흐른다: 허상

 

6. 술에 취해 자는 잠: 김명중

 

7. 잔: 낭송 김경영/시 이근배

 

8. 4월의 노래: 낭송 허진/ 시 박목월

 

9. 시대착오[anachronism]: 박산

 

10. 혹惑, 혹은 유혹: 이생진 -독서난맥 with 담론

 

 

<인사島 무크지 3호 원고 3월 31일 원고 마감합니다>

 

김정욱 양숙 이윤철 박산 4인의 편집인이 의논한 결과

이생진 선생님께서 건의하신 주제 ‘카르페 디엠 carpe diem’으로 정했습니다.

아직 원고 미제출하신 분들 원고 마감 전 제출 부탁드립니다.

1. 주제: 카르페 디엠 carpe diem

2. 자격: 진흠모 모꼬지 참가자 누구나 (제한 없음)

3. 원고마감: 2017년 3월31일

4. 보낼 곳: 양숙 010-3749-9806 이메일 : yasoo5721@sen.go.kr

 

발행인 이윤철 / 편집인 양숙 올림

 

 

 

                   

                                                                           시계방향으로 윗줄  이인평 박산 유재호 이생진 김경영 이성수 김중열 김명중님

                                                                                              아랫줄 정나래 한옥례 주경희 낭송가님들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1} 2017년 2월 24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스케치

 

1. 무청 시래기: 낭송 이다현 / 시 양숙

 

추위와 싸우느라 퍼렇게 벼려진 얼음송곳

서릿발 덜 녹아 울퉁불퉁한 봄 텃밭

움찔거리는 기지개가 들어있다

찌는 듯한 땡볕 목마름에

후두두둑 잎을 뚫을 듯한 소나기 시원함이 들어있다

우수수 쏟아지는 은행잎 붙안은

고단한 육신 서늘한 바람이 들쳐준

겨드랑이 밑에 푸르른 단맛이 쟁여졌다

처마 밑 해바라기하는 속닥임 쟁이며

된장과 만나 구수한 정다움 엮어 낼

엄니의 거칠어진 손금이 들어있다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그림자 지문: 김태호

 

너는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뿌리라고 본다 가끔 잘 따라오는지 멈춰 서서 기다려 본다

바람이 흔들릴 때 비틀 거리는지 붙들어 본다 혹시 아무데나 함부로 밟는지 살펴본다

비둔 길 똑바로 걷고 있는지 먼 앞을 내다본다 좌우로 기우는지 저울추에 앉아본다

느슨한 마음 풀고 두리번거리는지 다잡아 본다 복사본의 원본을 진단해본다

먹성 좋은 파쇄기의 치아는 가엽다고 본다 지워버린 발자국에도 지문이 박힌다고 본다

큰 깃이 작은 솜털 품는지 지켜본다 한 낮의 정수리를 내려다본다고 본다

발가벗은 너는 부끄럽지 않다고 본다 거울 앞에서 일그러진 너를 다림질해본다

어느 아침 무영탑이 무너지는 꿈도 본다 길이 얼마쯤 남았는지 측량해본다

너는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랑이라 생각해본다

 

* 진흠모/ 시인

 

3.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낭송 허진/시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진흠모/ 시가 머무는 마을 이끎이/ 낭송가

 

4. 지금에: 정필주 낭송 / 시 김중열

 

성산포 일출봉에 열한 살 아해를 가득 품은 노신사와 함께 노래하여

기타를 두드리는 30대 중반 마음을 갖은 가수가 있더라니

노시인이 바다를 부르고 빈센트 반 고흐를 불러 일으키기를

가수는 기타를 두드리며 파도를 움켜쥐고 못다 할 격정을 함께 노래하자

하여 모두가 바다 위로 구르거늘 바람이 분다

서서히 일렁이는 서귀포 앞바다는 화산이 분출된 태곳적 이야기로 달려간다

많은 이들이 굵게 이는 파도를 타고 노래한다

기타 줄이 요란스레 바람을 흔들기를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카랑카랑 구름을 불러 그 위로 노닐던 학 무리가 나래로 춤을 추기를

신령의 긴 머리카락은 바람을 품어가고 튕기는 바다 물방울은 태양을 하나씩 품어 함께하는 이들에게

시 한 두름씩 터트리기를 존재로 작은 흥분으로 기타 줄에 엉킨 육순 중반의 장발로 헝클리며

거품 일구어 춤을 추더라니 " 그리운 성산포" 일출봉에서 춤을 추더라니

여든 아홉 해로 일구어진 선계의 마음 그대로 품어 왔던 지금에

 

*열한 살+여든 아홉=삼십 중반 + 육순 중반= 100

* 아라밴드 이끎이/ 시인

 

5. 그녀는 모를 거다: 김효수

 

그리워 눈물 삼키며 정처 없는 길 바람처럼 떠돈다

고운 얼굴에 마음도 예쁜 그녀는 꿈에도 모를 거다

관심 있는 줄은 알아도 이렇게까지 깊이 사랑할 줄

만약에 안다면 매서운 추위에 꽁꽁 얼어버린

길 바쁜 일도 미루고 가슴 달래주려 함께 걸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알까 봐 인적이 없는 거리 떠돈다

함께 걸으면 좋지만 바람이 시기해

예쁜 그녀 몸에 북쪽 하늘에서 가지고 온 독한 감기라도 옮길까 봐

아니면 꽁꽁 언 길이 그녀를 붙잡고 넘어뜨릴까 봐

그리울 때는 아무도 없는 곳 홀로 낙엽처럼 떠돌다

눈사람 하나 크게 만들어 놓고 멍하니 보기도 한다

 

* 진흠모/ 시인

 

6. 왜 가느냐: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모슬포 사람이라도 마라도 가는 길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마라도 가는 나루터가 어디죠?" 물으면 어느 사람은 머리를 갸웃거리고 어느 사람은 머뭇거리고

바다 끝 마라도 가는 길이 바로 코앞인데 마라도 가는 길을 모른다

물 건너 서울 가는 길은 알아도 눈앞의 마라도 가는 길은 모른다

마라도 주민 육십여 명 그분들에게나 절실한 길 그 밖의 사람들은 모른다

서울 가는 비행기 방향은 가리켜도 바람 부는 마라도 그곳엔 왜 가느냐고 다시 묻는다

바람 불기 때문에 간다 파도치기 때문에 간다 가다가 끝이 나기 때문에 간다 -시집 <먼 섬에 가고 싶다>.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7. 복수초: 김명중 복수초

 

복수초(1) 어느 해 겨울 새하얀 눈 속에서 샛노란 얼굴 빼꼼 내밀며 신기루처럼 다가온 복수초

               매운 겨울바람에 꽃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하지만 꽃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걱정도 고민도 없다

 

복수초(2) 두 번째 겨울 차디 찬 함박눈 오는 날 샛노란 얼굴 보듬어 가슴에 안고 체온으로 눈을 녹여 예쁜 미소로 삼키면

               나는 꽃이 되어 얼굴을 내밀고 꽃은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난다

복수초(3) 세 번째 겨울 펄펄 송이눈 오는 날 가냘픈 꽃망울 눈에 묻히지 말라고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 아래 호숫가 바위 밑에

               옮겨 심었다 나는 꽃비를 기원하고 꽃은 풍년을 염원했다

복수초(4) 네 번째 겨울 진눈깨비 내리는 날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을 찾았다. 맑은 노란빛깔 복수초는 겨울마다 찾아오는 철새

               와의 약속을 믿지 않지만 호수를 바라보며 기다린다. 기다릴 수밖에 다른 일은 없다고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을 알지 못했다. 없는 것을 알지 못하면 있어도 없는 것을, 이제야 나는 알았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 깃털잎 날리라고 욕지도 수국 밭에 옮겨 심으리라 빨간 등대가 보이고 조그마한 바위섬이 멀리

               보이는 곳에

 

* 진흠모/ 안산 근무 어사(경찰)시인

 

8. 겨울 호수: 권영모

 

바람에 일렁이던 고요한 밤에

별이 빠지던 오늘 밤에는

저 하늘을 품은 채 얼어 버렸어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춤을 추던 별들은

창백하게 얼어붙은 모습으로 반짝이는

쓸쓸한 겨울밤의 호수 별똥별 호수에 떨어져 내리면

호수는 콧등치기를 한다

손발은 꽁꽁 얼어 가는데 내 마음은 날개를 편다

호수의 꿈 별들과의 속삭임 콧등 치는 호수와의 밀어 내일이면 모르지

하얀 눈 내려 호수에 얼어붙은 저 별들을 다 지우고 떠날는지...

 

* 진흠모/ 서예가/ 시인

 

9. 겨울행: 낭송 김경영/시 이근배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 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발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당신의 적삼에 배이던 담과 등잔불을 끈 어둠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 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가지를 꺾던 눈밭의 당신의 언 발이 짚어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 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거립니다 ​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0. 그가 전화 했다: 박산

 

함박눈 내리는 날 그가 전화 했다

약간은 탁하지만 익숙한 음성으로

여기 오대산이야

 

쪽 뻗은 느릅나무 숲

툭툭 몇 뭉치 눈이 떨어졌다

 

작은 움직거림 새들

은은한 동종 소리 시린 귀를 덮는 순간

그의 말이 다시 들렸다

 

온 지 좀 됐는데 종로 뒷골목 술집이 그립다

여기서 살까 왔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그리고 말이야 저번에 갔던 그 집 매운탕…

 

눈보라가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바지춤 내려 흔들어

포물선 그어 시원하게 오줌 줄기 뿌리고는

통쾌한 기분으로 풀썩 큰 대자로 누웠다

 

쉼 없이 쏟아 뿌려대는 하늘이 위대했다

흰 숲에서 들리는 꼼지락거리는 소리

눈동자 맑고 검은 고라니 한 마리 뒤뚱거리며 지나갔다

 

그의 말이 다시 들렸다

 

밤이 무서워 아니 싫어 겨울바람이 짜증 나

그는 외로움을 하소연하는데 들은 척 만 척

난 이미 RF를 타고 거기 가 있다

점으로 다가온 황조롱이 한 마리가

무언가 입에 물고 숲으로 사라졌다

 

이후 그가 뭐라 했는지는

쌓인 눈에 덮여 안중에도 없었다

 

*RF : radio frequency 무선주파수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에서)

* 진흠모/ 진행자/ 시인 * 진흠모/ 진행자/ 시인

 

10. 生子 : 이생진 -살아서 시를 쓴다는 거

 

공자孔子

노자老子

맹자孟子

손자孫子

순자荀子

장자莊子

주자朱子

한비자韓非子 (가나다 순)

 

나도 내 이름에 <子>를 달아본다 <生子> 멋있다

생기가 돈다 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유일한 생존자 이것이 특혜다

산 자에겐 고독이 있다

그 고독을 갈고 닦아 시를 쓴다

얼마나 행복한가 生子!

나는 지금 시를 쓴다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서점에 가서 노자와 손자를 샀습니다. 책을 사면서 오늘 발표하는

                        시의 idea를 얻었습니다. ‘生子’ 살아있다는 것 살고 싶다는 욕망 살아서 여러분을 만나 이렇게

                        시를 읽고 있다는 즐거움이 중요합니다. 위 시에 인용한 훌륭한 분들은 다 이세상 사람들이 아닙니다.            

                        한국전쟁 37개월을 꼬박 군 복부를 했으면서도 아직도 난 살아있습니다.             

                        내 서명이 필요할 때 나는 ○에 生자를 넣어 사용했습니다. (중략)

 

 

 

 

                                                                                                                      이성수(오른쪽) 영화 감독과 함께하신 이생진 시인

 

 

* 유재호님 노래와 현승엽의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 제주 구좌문학회(회장 조선희)에서 발행하는 동인지 ‘동녘에 이는 바람’을 보내주시어 고귀한 글 집을 감사히 나눔 했습니다.

   구좌문학의 발전을 빌며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진흠모 열혈 동인 김중열님이 리드하는 밴드 ‘여울아라’ 동인지를 나눔 했습니다. 김중열 리더님께 감사드립니다.

 

* 이인평 시인이 시집 ‘소금의 말’을 들고 찾아와 그의 시와 이생진 시인에 대한 인연과 시인이 추구하는 문학과 시에 대한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독창성에 대한 문단의 위상을 강조하며 평소 이생진 시인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전했습니다.

 

* 처음 찾아주신 민경자님의 ‘내가 백석이 되어(이생진)’ 시인 앞에서의 낭송이 있었습니다 시집 나눔에 감사드리고

  저희 모꼬지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 최근 청소년 성장 영화 '미안해' 촬영를 끝낸 이성수 영화감독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못된 기억으로의 여행   (0) 2017.05.0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111+83  (0) 2017.04.19
무량(無量)  (0) 2017.03.13
바라나시-  (0) 2017.03.06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1  (0) 2017.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