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기억으로의 여행

박산 2017. 5. 8. 11:38

 

 

 

 

잘못된 기억으로의 여행 - 

 

익숙함조차도 전기분해로 변형된 연기演技일까

 

거기엔 커다란 푸른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있고

화양연화花樣年華 속 입가 고운 여인이 날 보고 웃고 있다

손잡고 따라 웃는 내 얼굴이 낯설지만

생각해 보니 전혀 아니었던 건 아니다

(지금 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높지 않은 겸손한 산 아래

산 닮아 얌전한 개울이 흐르고 있다

아침을 비추던 해도 잠시 쉬러 구름 뒤로 숨었다

사람들이 내게 몰려와 뭐라 말을 건낸다

표정이 모두 밝고 조금의 성냄도 없다

한가운데 주인공이 되기 싫었던 내게

도대체 이게 뭔 일?

 

잠시 무심無心으로 내가 나를 본다

뭐라 껄껄대며 나도 그들도 웃는다

하늘이 부슬비를 촉촉이 내린다

평화로운 흑백 세상으로 천천히 변해간다

사방이 느릿한 춤사위 같은 한 폭의 아늑한 풍경화다

 

그 속에 내가 있다

 

이 기억의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가 어디였고 저리 행복했던 내가 있었나?

잘못된 기억이라 굳이 부인하기는 싫다

내 연기의 끝이 이런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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