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4

박산 2017. 5. 22. 09:48

 

 

                                                               2017 봄 한국 해안 중 가장 아름답다는 성산포 일출봉 아래 오정개 해안 이생진 시비거리에서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4}

2017년 5월 26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해밀 통신: 양숙

 

2. 파도는 흐른다: 허상

 

3. 폭력: 김미희

 

4. 여자와 남자 : 김효수

 

5. 이 모든 것을: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6. 별과 너: 권영모

 

7. 짜장면: 김중열

 

8. 푸른 오월: 낭송 김경영/시 노천명

 

9. 꽃피는 가슴: 김태호

 

10. 바람의 허업虛業: 박산

 

11. 괭이밥: 낭송 이생진/시 김한결 with 담론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3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83} 2017년 4월 28일 스케치

 

1. 할 말 없다: 낭송 이다현 / 시 양숙

 

초등학교 앞 자동차 두 대

깻잎운전 간신히 비켜가는 경사진 언덕길 길섶에서

한참이나 찻길 안으로 들어선 전봇대 광고지 못 붙이게

요철 고무판으로 두툼한 옷 입혔다

 

전신주 아랫도리는 매일같이 닥지닥지 광고지 덧대 입어

노인네 한겨울 껴입은 내복처럼 두툼하다

 

'쭉쭉빵빵 색시녀 단돈 3만원'

현란한 글자가 바로 딱 아이들 눈높이다

 

"저게 무슨 뜻이어요? "

애써 못들은 척했다

할 말이 없다

 

하늘에 새털구름 넘 예뻐서

"얘들아 하늘 좀 봐" 가리켰더니

아뿔싸! 전신주 위쪽에 걸린 훈장

'못 받은 돈 대신 받아 줍니다'

주먹만 한 글자가 눈을 확 당긴다

 

'010-0000-0000' "저리 전화하면

작년에 친구가 빌려가서 안 준 돈 받아 주나요?"

 

이번에도 못들은 척했다 할 말이 없다

하굣길, 학원 학습지 교회 광고지 비닐봉지에 넣어준다

불필요한 비닐봉지 사용 말자고 늘 강조하는데

거의 매일 비닐봉지에 달랑 연필 한 자루 사탕 한 개 껴묻어 안겨주다시피 한다

 

"어른들은 왜 날마다 이렇게 커다란 비닐봉지를 줘요?"

대답 없자 연거푸 묻는다 “세 개 받아도 되요?”

이번에도 역시 못들은 척…. 할 말이 없다

 

* 시인 낭송가

 

2. 사람들: 김효수

 

어린 시절부터 죽어야 할 날짜를 알고 사는 사람들 있을까

사랑에 빠져 가슴 태우는 사람들 이별할 날짜 알고 있을까

육체의 눈은 밝아 집에 아무 불편함 없이 찾아가는 사람들

상대방 표정을 읽고 그 상황에 맞게 대처를 잘하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성공이나 실패 죽음이나 이별도 알 수 있을까

육체의 눈은 어두워 영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존재들

사람은 왜 하루의 앞도 바라보지 못하고 긴 한숨에 살면서

멀리 있는 그 존재들 알려고 욕심부리다 늘 걱정으로 살까

왜 사람들은 사람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까지 알려 할까

결국 속 시원하게 알지도 못할 것들인데 사람들 왜 그럴까

며칠 밤을 하얗게 새워도 무엇 하나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사람들 왜 죽는 날까지 허공 바라보며 길게 고민하는 걸까

세월에 흐르는 물처럼 자연에 순응하며 살 수는 없는 걸까

지나간 어제나 다가올 내일에 집착은 저 멀리 던져 버리고

오늘을 위하여 얼굴에 웃음을 담고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사는 날까지 사람들 저 멀리 언뜻 희미하게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존재들 소중하게 바라보며 살 수는 없는 걸까

육체가 부족함 없이 편하고 배불리 남은 세월 사는 것보다

이성이 있는 사람답게 영혼을 위하여 살아갈 수 없는 걸까

마음 비우고 바람처럼 양심이 세상 어느 곳이든 오고 가며

머문 자리마다 진실의 씨앗을 남기고 떠날 수는 없는 걸까

사람은 누구나 다 숨을 쉴 때마다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데

어찌 이 세상은 사람들 모여 살수록 점점 추하게 변하는가

 

* 진흠모/ 시인


 

3. 5월의 鄕愁 향수: 허진

 

5월이면 달콤한 아카시아 꽃내음 찔레꽃 향기 아득한 고향 향수(鄕愁)에 젖어 있네

시냇가엔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 울창하고 찔레꽃 덤불에 뒤덮여

5월이면 찔레꽃이랑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여 온 동네 꽃내음으로 뒤덮였지,

아카시아 꽃 따다가 밀가루 묻혀 살짝 익히면 꽃 버무리가 되었다

달콤한 꽃 버무리 우리는 몇 사발이고 먹었지!

나는 그 꽃향기 그윽한 5월 어느 날 고향 마을과 이별했다

조국의 부름으로 낭만도 사랑도 묻어둔 채 곱게 빗어 넘긴 멋들어진 장발머리 날리며

눈물로 자식의 무운 비는 어머님의 애절하신 그 모습 뒤로하고 입영 열차에 몸을 실었다

달콤한 아카시아 꽃내음과 짙은 찔레꽃 향기 천진하게 꿈꾸던 시절 그리워라 !

함께 뛰놀던 내 고향 초동 친구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 되어 저녁노을 바라보면서

은자동아 금자동아…. 손주 녀석들 사랑에 폭 빠져 있겠지?

 

* 진흠모/ 시가 머무는 마을 이끎이/ 낭송가/ 시인

 

 

                                                      시비 - 술에 취한 바다(성산포 이생진 시비 거리 바다를 향해 누운 19개의 시비 중 하나)

 

 

4. 소나무 하고: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겨울 산이 봄 되고 싶어서 온 몸을 긁적이고 있을 때

나는 산에 눈치 채지 않게 살금살금 발을 옮겨

잘 알고 지내는 소나무 옆에 왔는데

소나무도 나이를 먹으니 도가 튼 모양이다

저 바위 하나 일으켜 주고 좋은 일 하나 해 보라고

소나무도 말이 서투르긴 하지만

내 이론과 일치한다는 데서

소나무 옆을 지날 때는

꼭 내가 목례라도 하고 지난다

 

-시집 <산에 오는 이유>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5. 바람만바람만: 낭송 한옥례 / 시 박산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나의 당신 보고픔에 대해서

벌써 어제 일이라 잊고 지내실지 모르지요

어쩌면 당연하단 생각이지만요

한 마디 건네지 않았던

침묵과 좋아서 나오는 웃음을 참았던 건 실수였지요

그래도 오늘 그댈 우연히 보았다는 건 행운이지요

그대야 날 느끼지 못하셨겠지만

바람만바람만 그대 뒷모습 잠시 따라가는 순간이 행복이었지요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박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에서)

 

* 시낭송가

 

6. 꽃술: 권영모

 

어린이대공원 밤 벚꽃에 끌려 버거운 세상일을 잠시 접었지

연인들은 페로몬에 취하지만 나는 술에 취하고 꽃에 취했다

웅성대며 마시던 술 오늘은 꽃의 속삭임과 함께 마신다

스치는 밤바람에 조금은 움츠려도 술잔에 떨어지는 꽃술에 행복이 먼저 취해간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 모두가 꽃잎이 떨어지는 저 꽃술에 취해

꽃잎은 말없이 떨어지는데 춤을 춘다고 깊이 빠져든다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저 떨어져 내리는 꽃잎 술잔 속의 꽃술이 되어.

 

* 진흠모/ 서예가/ 전각가/ 시인

 

7. 전철별찬: 낭송 전필주 / 시 김중열

 

때때로 삶이 괴롭다 살아가기 힘들다 하였더냐

오늘은 잉여의 삶 그중에 최고의 날 내일보다 오늘이 청춘이라 하려거늘

비록 어제에는 기쁨도 희망도 품고 살자 우기기를

슬픔이여 안녕이라 다독이며 용기를 불러 또 한 잔에 취했더라만

멋진 친구들 부름에 가득한 근심마저 모두 덮어 버리고 달리는 전철 안에서 희망을 부른다

"출입문 닫습니다."

멘트에 이제까지 있던 절망과 미련일랑 승강장에 벗어제쳐

끼리끼리 놀라들 하여라 가버린 임 그립다고 그리 애태우려나 오는 임은 반갑다고 아니 맞이하려는가

스치면 인연이요 떠나도 인연인 것을 오고

가는 무수한 상념 중에 딱히 부잡고 싶어도 보내야 하는 삶이 있어 잊으라 하여라

보내라 하여라 빗장을 지른다고 대문이 열리지 않으려나

사립문 펼치라 오신다 삐꺼덕 바람에 닫히고 열려 헐거워만 지더라니

취중에 건너가는 희로애락 아쉽다 말자 하여

경로석에 젊은 이 피곤하여 잠들었다

내버려 두어라 헐거워진 젊음이 안쓰럽더라니

오호! 겉모습 쇠하여도 내 안에는 푸르름뿐

나 오늘 또한 청춘 되어 그냥 즐기려거늘

[노트 2227. 16.2.14. 퇴근길 전철 안에서]

 

* 낭송가

 

8. 봄은 기웃거린다: 김태호

 

오랜 잠 뒤척이던 실개천은 자갈바닥 깨웠지

해묵은 더께먼지 털어내고 하루 한 날 살갗 찢어 뿜어내는

고로쇠 진액은 잔설녹인 얼음장 밑 흐른다

 

봄의 왈츠, 빠른 음표를 쪼아대는 굴뚝새 한 마리

물기 오른 버들개지 잔털 위로 아지랑이 아른대면

두 마리 청솔모는 남겨둔 잣송이를 기웃거린다

 

영롱하게 맺히는 이슬은 햇빛을 담고 구불구불

구김살 주름 펴는 흙속의 지렁이도 고개 들어 먼 하늘 기웃거린다

 

할미새는 어디서 늦잠 자나 알 수 없지만

깨어나면 마른둥지 틀어 앉아 깃을 빗고 있겠지

방울방울 매달린 꽃망울엔 고향 봄이 아련해 떨어지는 향수 물고 어디론가 찾아가겠지

다 품어 기른 새끼 옆에 끼고 두고 갔다 돌아올 길목에서 봄은 기웃거린다

 

* 시인

 

9. 어머니의 물감상자: 낭송 김경영/ 시 강우식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 꽃물을 연초록 잎새들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 꽃물을 시집갈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 꽃물을 꿈을 나눠 주듯이 물감봉지에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장사를 하다보면 콧물마저도 무지갯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아니 계십니다. 물감상자 속의 물감들이 놓아 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나에게는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0. TQ 지수: 박산

 

전쟁 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

먹는 일이 급해 싸는 일은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싸는 곳에 아로마 은은하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 흐른다

급한 일을 급하지 않게

오히려 느긋하고 즐겁게 본다

거기다가 무료다

휴지 세제 손 닦는 휴지까지

TQ 지수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 꽤 다녀봤다

기차가 멈추면 아무데나 뛰어나가 일을 보는 나라도

쭈그려 앉아 일 보려다 발 디딜 틈이 없어 포기했던 나라도

컴컴하게 열린 공간에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로 코를 막고는

밤 고양이 눈에 불 켜듯 반짝이는 담배 불빛과 연기 자욱한 채

서로 빤히 마주 보고 일을 봐야하는 나라도 가봤다

나라가 가난하니 이해가 갔다

우리도 그랬었으니까

그렇지만 TQ 지수 제로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EU 국가들은 정말 이해 불가다

뚱뚱하고 인상 험한 아주머니들이

지하철역 고속도로 휴게실 유명 관광지 등의

비좁은 화장실 문 앞에서 떡 버티고는 돈을 받는다

동전 투입구로 급한 일을 막아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0.5유로 받아서 뭐 얼마나 더 잘 살려고 그러는지

우리 속담 '있는 놈들이 더 한다'는 말이 맞다

TQ 지수 10점 만점에 6점도 주기 아깝다

 

* TQ 지수: 박산이 만든 화장실 지수(Toilet Quotient)

 

* 진흠모/ 이끎이/ 시인

 

 

                      2017년 봄 제주 구좌읍 다랑쉬굴, 여든 아홉의 이생진 시인께서는 11구의 시신이 발견 된 여기에서 

                             그들의 영혼을 시로 달래고자 막걸리를 따라 올리고 과일을 놓고 떡을 놓고 꽃을 꺽어 놓고 이리 간절히 절을 올린다

                             좌냐? 우냐? 그런 거 따지지 말라 사람이 죽어 발견되었는데 시로 위로해 주어야 하는 게 시인의 책무 아니던가?    

 

11. 맹골도 1: 이생진 -꿈 이야기

 

서거차도를 출발할 때 청소하던 아줌마 그 고생하며 뭘 보러 맹골도까지 가느냐 했다

갈 곳이 그렇게 없느냐고 라면 사러 갔을 때 관매도 구멍가게 아줌마도 그랬다

그때부터 맹골도 갈 땐 그 아줌마들을 피해 갔다

그때마다 내가 내게 물었다

뭐하러 가지?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속으로 웃었다

가봐야 안다고 이 고집

남들이 볼 때 내 꿈은 웃음거리지만

꿈을 비웃지 말라

인생은 아무리 못해도 실패란 없다

그건 왜? 인생엔 기준이 없으니까 (2001)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 맹골도와 병풍도 사이는 세월호가 잠들어 있던 곳입니다.             

                             섬 여행을 하는 ‘섬으로’ 팀들과 병풍도를 가는데 이 팀을 이끄는 이승희님의 주도로

                             배 위에서 세월호 추모 기도를 드렸습니다.             

                             여기서 황금찬 선생님의 소풍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이었고 가장 지근거리에서 소통하신 황 선생님의             

                             50년 인연이 상념이 되어 교차되었지요.

                             욕심 없는 분으로 문단 권력을 기웃거리지 않은 순수한 분으로 기억하려 합니다.             

 

                            어제는 황 선생이 계시는 안성 묘역에 가서 평소 좋아하시는 커피를 세 잔 올리고 왔습니다.            

                            오늘 지금 우리 모꼬지에서 황금찬 선생님을 기억하며 묵념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성산포 이생진 시비 거리 공연 현승엽 가수와(2017 봄)  


 

* 20년 만에 물어물어 이생진 시인을 찾아오신 김성천님이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감성 넘치는 음성으로 낭송하셨습니다.

 

* 유재호님의 시노래 ‘우리는 서로 아느냐(이현주 시)’ ‘섬 (신대성 시)’ 등

 

* 김영희 이춘우님 부부 물망초 등 연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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