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박산 2017. 6. 19. 10:04

 

 

                                                                        황간 - 상주 석천계곡 트레킹 중 만난 돌다리

 

돌다리 -

 

다리 사이에 구멍을 뚫기로

요기 저기 요만큼 저만큼 타협했지요

돌멩이들에겐 정말 미안합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구르는 즐거움과

생긴 그대로 살 자유를 구속했으니

파인 구멍들에게도 그렇긴 하지만

 

각자의 모양 유지에 충실해야 합니다

꽁꽁 얼었다 봄볕에 풀리더라도

장마 끝에 태풍이 몰아치더라도

뽑히거나 흩어지면 안 됩니다

 

박은 돌멩이도 뚫려 커진 구멍도

부서져 상처투성이입니다

죽자 사자 참고 견디다보면

‘해 뜬 날이 더 많았었다’

세월에 자위하지 않을는지요

 

물론 말입니다

앞 구멍 박혔던 돌 사라지고

뒷구멍이 아예 막히기도 합니다만

이래저래 구멍 다시 뚫리고

성형되고 자유를 포기한 새로운 돌멩이가 박힙니다

 

다리 아래 스쳐가는 물이야 알 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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