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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陶情)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도정(陶情) - “잘 지내시지?” 보고파 목소리라도 들으려 통화하고 싶지만 사는 게 번거로운 세상 행여 그리움도 사치라 할까 어찌 내 심사心事 같겠는가 넌지시 카톡으로 “?” 보냈더니 두 장의 풍경 사진과 세 장의 인물 사진에 각각의 사연을 꼼꼼히 보태 구구절절 보내온 회신 '당신도 내가 보고팠구나!' 울컥 고마운 마음으로 또 보고 또 읽다가 마치 마주 보고 있는 듯 새록새록 솟는 정을 빚었다 * 陶情: 陶情且小詩 - 정을 빚어 다시금 시를 짓는다 남극관(1689-1714)의 시 雜題 중

2022.12.01 (5)

달나라 얘기

달나라 얘기- 일방 주는 것만 알고 받는 걸 모르는 바보들은 자신이 재벌인 줄 아는 21세기 한국의 부모다 시아부지 대접을 받나 장인 대접을 받나 착각하지 마라 다 그런 건 아니다 워낙 없이 산 찌든 살림에 학원비 한번 대주지 못하고 아프게 아들딸 키웠다는 내 친구 J는 액수의 크고 적음을 떠나 매달 며느리 딸로부터 계좌에 용돈이 찍힌단다 소소한 도리로 흔했던 일이 달나라 얘기처럼 귀에 든다

2022.11.27 (1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3】 2022년 11월 25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남산 둘레길」 코스모스 한창인 초가을 오후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만나 ​한동안 핫했던 경리단길 언덕을 지나 ​하이야트호텔 앞에서 초코릿으로 당 충전 ​멀리 보이는 남산도서관 ​책가방 줄로 순서 기다렸던 기억 ​벤치에 앉아 데이트했던 소녀 ​지금은 어디쯤에서 손주 돌봄을 하고 ​있으리라는 상념도 잠깐 ​신갈나무 군락지로 숲이 깊고 ​촉촉한 흙길 산책로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 ​쉼터 정자에 앉아 쭉 뻗은 다리..

2022.11.19 (6)

호라티우스를 꿈꾸며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호라티우스를 꿈꾸며 - 하루하루를 사는 게 다 전쟁이지 밥벌이 핑계로 내던져진 육신 미끈한 자동차 붉은 입술과 하이힐이 어울리는 애인 건성으로 웃어주는 甲들 이 전쟁에선 무조건 살아내야 한다 생존을 위해 몰래 품고 있던 칼을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위해 뺐다 벤츠 트렁크에 있던 명품 골프채가 때론 마구잡이로 부수는 도구로 변모했고 기세등등하던 甲이 불쌍한 乙 신세가 되었다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 역시 부지기수다 쉬익 바람을 가르는 칼 소리가 익숙해지고 시간을 충실히 버티는 중 전쟁이 잠시 멈췄다 어깨 부서지고 머리 깨져 터져 나온 회복 불가할 상처가 쓰리고 아팠는데 갑자기 하늘이 행운을 내려주었다 나의 부자 친구 마이케나스! 그가 준 대지에 큰 집을 짓고..

2022.11.17 (7)

그가 또 만나자 했다

그가 또 만나자 했다 ㅡ 가슴에 詩를 꼭꼭 쟁여 지내며 시 대하듯 얼굴 보자는 고마운 벗이 있다 두물머리 지나 그곳에 산다 모처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났다 제철 방어 뱃살 회로 수북이 떠서 난 서울장수막걸리 두 병 그는 사랑하는 참이슬 두 병을 깠다 내 시집 《노량진 극장》, 시 속의 그 극장이 어디 있었느냐 물었다 시시콜콜 살아온 얘기 보다는 사는 얘기를 했다 웅얼거리는 투이지만 정감어린 그의 한 마디 한 마디 혹여 놓칠까 귀 쫑긋 세우고 들었다 혼자 일어나 혼자 밥 먹고 산수유로 담군 술 혼자 마시는 밍밍한 얘기 고독을 뭉개며…, 사는데 이골 난 도사 얘기다 담엔 내가 먼저 만나자 해서 詩時한 얘기를 해야지

2022.11.14 (5)

버림받은 남자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황금알 2020』 버림받은 남자 - 만산홍엽 가을 진 지 언제인데 자신만이 푸른 여름인 줄 안다 밥 한 끼 변변히 얻어먹지도 못하면서 저 잘난 맛에 부리는 성질이 공허하다 쉰 줄에야 그냥저냥 주위 눈치로 봐 주었지만 예순 줄 넘어서는 눈 씻고 찾아도 봐 줄 게 없다 불행한 건 본인만 모른다는 거다 겨울이 코앞인데도 여름 타령이다 흘러간 유행을 좇는 건 불행이다 육신 여기저기 힘 빠져 가는데 유독 입만 살았다 타협의 방법을 누군가 친절히 알려주어도 들은 척 만 척 혼자만의 알 수 없는 자신감! 아무리 큰소리쳐도 아무도 반응이 없다

2022.11.04 (16)

11월은 겸손할 때다

11월은 겸손할 때다 ㅡ 계절을 달리하며 묻힌 때를 11월에는 닦아내야한다 봄 내음에 취한 척 꽃을 핑계로 저 여인에 품었던 불손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신사동 빌딩을 간절히 한 채 사고 싶어 가당찮게 은행을 털 모사로 신사임당을 무작정 흠모했던 머저리의 무모함도 퍼내야한다 어디 그것뿐이랴 저눔들은 億億 하다 千자를 붙여도 모자라 兆兆하는데 정작 이눔은 百百 十十에도 움츠려드는 새가슴으로 괜스레 조상 탓이나 하고 있는 못난 타성도 버려야한다 낙엽을 낭만으로 감성하기 전에 가슴속 삭은 낙엽 쓸어내 겸손을 담을 때다 11월은 그래야한다

2022.11.01 (9)

도시의 강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황금알 2015》 도시의 강 - 어둠이 찾아와 불빛이 잉잉거렸다 다리 위 술 취한 자동차들이 별 몇 개씩 따고 지났다 물고기 두 마리가 펄떡 둔치로 뛰어올라 입술 붙은 연인의 가슴에 각각 붙어 비늘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할딱거렸다 누군가 집어 던진 스마트폰 동영상이 제멋대로 누워 켜지더니 사라진 모래톱을 꺼내 찍기 시작했다 저만치서 뿔 달린 검은 소 한 마리가 딸랑딸랑 워낭소리로 다가오다 길이 갑자기 사라지자 하늘로 날았다 어둠 물결 속 한옥 기왓장들이 이끼를 잔뜩 앉힌 채로 둥둥 떠다니다 바람이 몰고 온 나트륨 조명에 각진 콘크리트 덩이로 변했다 아까부터 어정어정 강을 바라보며 검은 옷과 흰옷을 순간으로 갈아입던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홀연히 사라졌다 하늘 향해 울부짖는 ..

2022.10.30 (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2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2】 2022년 10월 28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생자 사랑」 - 양숙 사전을 펼치다 우연히 ‘생’에 눈이 갔다 안 그래도 요즘 무더위에 죽을 맛인데 기차도 아니면서 마구 내달리며 쌩 쌩 쌩 온 천지에 더위를 뿌린다 쌩떼 쌩고생 쌩매장 쌩이별 쌩지옥 에구 그만 그만! 편안한 것 좀 없나? 휘리릭 넘기다 좋아 딱! 너야 ‘생’ 오늘 저녁 생자랑 한잔 어때? 주류당 넌 ㅇㅇ생 비주류당 난 생ㅇㅇ 순순히 나와라 생자 오바! 생명 생각 생기 생산 생태 생화 生字씨 사랑해..

2022.10.2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