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4‘】
8월 30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274 낭송 예정자: 김미희 지현, 김효수, 김문자, 류재호, 김중열, 조철암, 이원옥, 김경영, 박산, 이생진.
생자의 친구 김효수 ㅡ 박산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3‘ 스케치】
(7월 26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1. 여기 미나리꽝이 흐르고 있었다네: 낭송 김미희/시 박산
미나리가 많아 그냥 미나리꽝이라 불렀다네
바람 불면 휙 뒤집힐 쪽배 하나 떠 있었고
배추 고추 아욱 심어 똥거름내 텃밭이 붙어 있는
이 작은 미나리꽝에도 미꾸라지 붕어 메기가 살았다네
옛날 옛적 훠어이! 훠어이!
꽝 물은
땡땡 전차 다니는 도로 밑을 지나
요란스레 한강철교 넘는 기차 소릴 미워하며
노량진역 샛강 건너 여의도로 흐르고 흘렀다네
어느 날부터인가 꽝이
트럭에 실려 온 마구잡이 것들로 메워졌다네
배고픈 사람들의 허기진 눈길로는
잘 가라는 인사 한마디 못했다네
50년 세월이 더 흐른 지금
꽝을 깨우던 새벽안개
물보라 치며 날던 왜가리
광대뼈 불거진 늙은 쪽배지기의 노 젓는 풍경
붉은 노을 떨어진 꽝가 풀숲에서 들리는
아이들 술래잡기 다방구 소리
이모노공장이라 불렸던
주물공장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녹물까지도
그곳에 살다간 사람들의 영혼으로 사라졌다네
배고픈 자동차들이 쉴 사이 없이 드나드는 주유소, 1호선 전철역 입구, 9호선 지하철역 입구, 장승백이역 입구, 육교, 수산시장 입구, 햄버거집, 치과, 내과, 칼국수집, 시장, 닭갈비집, 호프집, 커피집, 은행, 원룸, 빵집, 포장마차, 꼬치집, 작고 큰 건물에 빼곡 들어선 학원들, 고시원, 당구장, 노래방 등등에 간신히 비빌 공간 허용한 올망졸망한 사육신묘지 노들나루로 이어지는 골목들
다 모른다네, 여기가 어디였었는지를
여기 미나리꽝이 흐르고 있었다네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중)
* 진흠모/낭송가/시인/인사동TV 운영위원
2. 눈을 감았네: 김효수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길
우수수 장대처럼 꽃비가 쏟아지는 길
우연히 여인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네
얼굴에서 광채가 태양보다 더 강해서
넋을 놓고 보다가는 눈이 멀어버릴까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감아버렸네
* 진흠모/시인
3. 가거도ㆍ구름이 모이는 곳: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독실산 639미터
산너머 새벽부터 넘어간 구름
어디에 모였을까
산너머 저 바다 끝까지 바라봐도
구름 한 점 모인 곳이 없네
새벽부터 넘어간 구름
어디에 모였을까
* 진흠모/가수/낭송가
4. 영아ㆍ3: 김중열
추억의 꽃 속에 어리어
흔들리며 춤추는
젊은 날 푸른 파도 불러내
싫커정 그려보고 싶을 때
영아!
너를 먼저 부르고파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건만
너는 왜 어이해 어이타고
길어진 그림자로 나를 부여잡고
많은 이들이 무지개 그려가는
추억의 술잔 속에 숨어만 있으련가
어데선가 가냘픈 슴소리로
부르는 너의 기타 소리 좇아
비어진 술잔을 채워가며 취하여
영아! 영아! 싫커정 불러나 볼까.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5. 나무장 김 씨: 조철암
오육십 년대 서울의 변두리 노량진
집집마다 수도가 있기 전 한 빠게스(양동이)씩
수돗물을 팔던 공동수도 주인
그 시절에는 드물게 육척 장신에
기골이 장대하고 호탕하게 생긴 어른
이전에는 땔감나무를 팔다가
형편이 좋아져 공동수도 주인이 되었어도
정겨운 예전 이름 나무장 김 씨로 불리고 있었다
큰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체격이 좋아서
그 당시 인기 스포츠인 프로 복싱 선수였고
둘째 아들은 상고를 막 졸업히고 은행에 취업해
온 동네에 푸짐하게 떡을 돌렸으며
자식 농사 잘 지었다고 모두 부러워했다
재개발로 곧 사라질 그 동네 부근을 지나다
문득 나무장 김 씨 생각에
유년 시절을 반추하며 혼자 씨익 웃었다
* 진흠모/시인/낭송가
6. 生의 한 가운데 서서: 이원옥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누구는 그리워 애태우기도 하고
누구는 애증의 그림자를 태우며 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각의 여행도 하고
생각의 울타리에 갇히기도 한다.
생각은 우리를 기쁘게 하기도하고
또 우리를 슬프게 하기도 한다.
생각을 잘해야 생각이 난다.
아무 생각 안 할때 생각나는 것
생각을 안하면 오히려 또 오르는 생각들.
기억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바쁘고
우리는 기억도 모르는 곳에서 기억을 찾고
바람이 불어서 하늘이 젖기도 하고
바람이 불어서 마음을 적시기도 한다.
여름은 어느 날 확 들어왔고
가을은 이별조차 없이 가버렸다.
광장에서 수다 떨기보다.
고립과 은폐를 견디면서
쓰러진 고독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익숙함에서 낯설은 곳으로 가야 한다.
세상은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제 스스로 모든 일을 떨군 소리를 들어야 한다.
生의 한가운데 서서 내가 나를 기르며
오늘과 다르게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 진흠모/시인/사업가
7. 아! 어머니: 낭송 김경영/시 신달자
어디에도 펼 곳이 없어서
둘둘 말아 가슴 밑바닥에 숨겨둔 그 꿈
어머니 지금은 어느 곳으로 흘러
한자락 구름이라도 되었을까요
구름이 되어 애끓는 비가 되어
맨몸으로 하늘에서 뛰어 내려
자식의 문전에서 궂은 바람을 씻겨 가시나요
죽더라도 이거 하나는 죽을 수 없어
이 세상 어디쯤에 샘 하나로 남겨져
흐렁흐렁 낮익은 데서 저린 예감 전해오면
물기도는 바람타고 달려가려 하시나요
아! 어머니
아직도 그 눈물 지상에 남아 있습니다
마르지 않는 은빛의 약속 촉촉히 축여서
이 자식 저 자식에게 뿌려 주고 계십니다
오직 어머니 꿈 하나는
불멸의 빛으로 살아 남아서
자식의 발걸음 앞 아픈 어둠을 당신의 가슴으로 빨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식들은 저마다 어머니의 뜨거운 심장을 들고
시린 어깨를 가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젠 냉정히 돌아 서십시오
우리들도 우리들의 심장을 꺼낼 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 나의 어머니여!
*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8.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한옥례/시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진흠모/시예랑 대표/낭송가
9. 아내와 나 사이: 이미경 낭송/ 이생진 시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있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진흠모/낭송가
10. 얼레리꼴레리: 박산
정신이 왔다갔다하는 김 영감이
제정신일 듯 할 때는
어디 어디 동네 지번까지 들먹이며
거기 내 건물 월세가 얼마인데 하며
돈 자랑 흰소리로 유세를 하는데
그러다가도 어찌 된 영문인지
보호사 아주머니 가슴을 움켜쥐고는
호주머니 휴지를 꺼내 팁이라고 건넨다
아침이면 붉은 칠로 입술을 단장하고
살랑살랑 엉덩이 흔들며 마당 거니는
눈웃음이 몸에 밴 공 여사는
영감님들이 침 흘려 선망하는 1순위인데
언제 어디서 어찌어찌 밀당을 했었는지
풍체 좋은 김 영감과 눈이 맞았다
복도 마당 할 것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이들이 벌이는
목불인견의 애정행각에
여기저기서 질투 섞인 얼레리꼴레리!
말 많은 노친네들 탈도 많아지고
미풍양속에 저촉됨을 묵과할 수 없는
실버전문가 양로원 원장은
직원들과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끝에
날 잡아 방 하나 비워 합방을 허락했다
찰떡에 촛불 켠 축복 속의 합방 다음 날
아침 식당에서 사달이 났다
눈웃음기 사라진 싸한 얼굴의 공 여사는
김 영감 코앞에 얼굴 바짝 디밀고는
뺑덕어멈 심봉사 비웃음으로
에이고 비ㅇ시ㄴ! 에이고 비ㅇ시ㄴ!
양로원 원장의 시름이 또 깊어졌다
* 진흠모 이끎이/시인/자유 기고가/인사동TV 방송주간
11. 꽃과 사랑: 이생진
꽃은 사랑의 변명이다
아름답다며
코를 갖다대는 동기와 동일하다
이런 동일함 때문에 시를 쓴다
하지만 시를 코에 대는 사람은 없다
시는 머리로 읽고
가슴에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시드는 일이 없다
그래, 너에게 시를 바치는 일은
너에게 꽃을 바치는 일보다
더 그윽한 일이다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 묘법 스님, 유재호 시노래, 현승엽과 함께하는 생자 시인 퍼포먼스 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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