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태기 가을맞이 ㅡ
봄볕에는
처녀 가슴 부풀고
가을볕에는
과부 바람난다는데
한가한 영감태기는
가을 숲에 앉아
밤나무 우듬지 사이
구름 구경 중이다
소나무에 바짝 붙은 늦매미는
죽어라 짧은 명줄에 울어대고
수선스럽기만 한 수컷 까치는
거칠게 사랑 구걸 중인데
세상 놀랄 일 없어진
도사가 된 줄도 모르고
막 기지개 켠 소슬바람이
자꾸 코를 간질인다
添:
아침 사랑하는 S가 보내준 시를 읽다가
평소 시를 참 잘 쓰는 시인이란 잠재의식으로
칭찬 감상을 적어 보냈더니
릴케의 '가을날' 이였습니다.
아 맞아! 도입부가 익숙했고
전개 또한 가까운 벗의 음성 같았지요.
이유는 번역자 각각의 다름 감성입니다.
ㅡ 주여 지난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ㅡ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ㅡ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이외에도 또 다른 번역 시도 많습니다.
중간 부분들은 더 다름으로 다가옵니다.
릴케의 고향 보헤미아 왕국 프라하에도 가을은 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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