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가 좋다 -
처음엔
좋다 싫다 없던 사람이
조근조근 말 몇 번 섞어보니
하얀 이 훤히 드러나게 잘 웃는 이
잊을 만하면 문자로
오늘 술 한잔 어떠신지?
품에 안기듯 슬쩍
정으로 군불 지피는 이
첫인상이
우락부락 울퉁불퉁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잘 비벼진 짜장면 면발처럼
미끌미끌 맛있게 *섯버믈리는 이
입성이 별로여서
술값 낼 것 같지 않더니
지갑 속 꽉 찬 부富를
시집 펼치듯이 천천히 자주 여는 이
만난 지 두 해가 넘도록
어느 학교 다녔는지
어디 사는지
입 뻥긋도 묻질 않아
성질 급한 내가
먼저 다 말해주는 이
말러의 교향곡을 좋아한다더니
막걸리 한 사발에
벌건 깍두기와 머릿고기 우적거리며
손장단 제 흥에 겨워
육자배기 한 가락 흥얼거리는 이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한 인간성으로
십 년 후에도
변치 않음을 내가 보증하는 이
이런 이가 좋다
*섯버믈다: 섞어 버무리다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2011)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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