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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부라 대학 (포5)

코임부라 대학 ㅡ  포루투갈 코임부라 대학이 있는 동네 이름은 코임브라 市다. 이틀에 걸쳐 이 도시를 걸으며 든 생각은, 몬테구江이 보이는 언덕배기 맨 꼭대기에 있는 이 대학은,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도심 골목 곳곳이 학생들의 버스킹 파두 공연 등 시민 생활권에도 깊숙이 대학의 문화가 스며든 듯 느껴졌다, 12만 명의 인구 중 재학생이 2만 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1290년 설립). 지금은,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이 대학 학생들의 검은 망또로 더 유명해졌다. 이 영화 덕을 더했는지, 돈 받는 조아니나 도서관, 상 미켈  소성당 등과 함께 관광객 필수코스로 많은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중이다. 내가 방문한 날도 단체와 개별 탐방객들로 붐볐다. 대학 캠퍼스라기보다는 여느 관광지 같았다. 탐방..

여행 이야기 2024.11.14

1/n

= 1/n   내가 먹은 만큼 나눠내자는데  무슨 불만이 있을까만  사람 사는 세상  어찌 삐죽 내 몫만 내밀까  형편 따라  2/n도  3/n도  4/n도….   내가 좋아하는 영어 한 마디  ‘Let Me Buy a Round for Everyone’  -내가 여기 거 다 쏠께!-  가끔은 이래야 세상사는 맛 나는 거 아닌지   서넛 만나 막걸리 한 사발 하는데  1/n은 무신 얼어 죽을….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2024, 예서의 시)》 중

2024.11.08

고맙다고 (포4)

고맙다고 ㅡ  가톨릭 국가 ‘포루투갈 살이’ 포루투 브라가 코임브라 비제우 리스본 이 동네들을 걸으며 한결같이 경이롭고 웅장한 성당에 들어 자애로운 성모와 예수를 만나고 또 만났다  니체를 따르는 무신론자 임에도 이리 기도했다;  고맙다고  칠순 넘긴 이 나이 열흘 넘어 보름 넘겨 매일 15000보 걸으며 성모, 당신을 만나게 해주어  또 고맙다고  인생은 고통이라면서도 결국은 행복을 가르쳐준 존경하는 나의 쇼펜하우어 님께도 비바람 파도치는 대서양을 보고 걸으며 새삼 이 진리를 깨닫게 해주어  또 고맙다고 해맑게 웃고 즐기며 여기저기 널린 작은 상점에 들러 1유로 5유로 10유로짜리 옷과 기념품을 살 수 있어서  또 고맙다고  우리 조상보다 훨씬 용감무쌍해서 대항해시대를 선도했던 포루투갈 보다도 지금 우..

2024.11.05

포루투갈에서 스치는 인연 (포3 파두)

포루투갈에서 스치는 인연 ㅡ  여행이 원래 그렇다  슬픈 사랑의 세레나데, '코임브라 파두 공연장'   아내는 맨 앞자리 앉았다 나는 두 번째 칸 바로 뒤에 앉았다   둘 다 옆자리가 비었다 조금 늦게 온 백인 부부가 사이사이 앉았다 그의 아내와 내 아내가 함께 앉았다 내 옆자리에 앉은 흰 머리칼에 흰 턱수염이 덥수룩한 남편이 물었다;ㅡ Why don't you sit with your wife?        왜 아내와 안 앉아요?  ㅡ I don't really like her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일순간 앞뒤에 앉은 이들까지 모두 함께 웃었다 미국 뉴저지에 살고 단체 관광으로 왔다 뉴저지에는 한국인이 많아 친근하단다 호박엿 홍삼 캔디 몇 개와 초콜릿 몇 개 나누고 공연이 끝난 후 주최..

2024.10.31

노천카페에서 (포2)

노천카페에서 ㅡ  상벤투스역 앞 한낮 시끌벅적한 노천카페에서 여행자 발품 좀 풀려고 샌드위치에 생맥주를 마셨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또 아프리카 어디 어디 언어들이 질서없이 내 귀를 들고난다  여기서는 내 언어를 하는 이가 없다  피부도 각양각색이다  검고 아주 검고희고 아주 희고  나는 검지도 희지도 않다  아까부터 좁은 테이블 여기저기 사이사이 손 내밀며 구걸 중인 여성이 보기 딱해 1유로 건네니, 한술 더 떠 주는 김에 1유로 더 달라 검지 쭉 펴며 죽는시늉이다  호시탐탐 내가 남긴 샌드위치 부스러기를 노리고 있던 비둘기란 놈이 후다닥 테이블을 어지럽히고 달아났다  내게 무관심한 언어들은, 색을 달리한 각각 높이의 코 아래 입을 통해 제 말들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혀 고독하지 않고 지..

2024.10.25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6‘(274+275)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6‘】(10월 25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詩/歌/演(02)7206264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276 낭송 예정자:   김미희 김효수 유재호 조철암 김중열 이원옥 김경영 박하(박호남) 선경님 박산 이생진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5’ 스케치】(9월 27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1. 구인사 : 낭송 김미희/시 이생진 - 꿀벌 구인사(구인사) 깊은 계곡불전 앞 자판기 두 대커피에 맛들인 꿀벌들가을엔 코스모스 들국화도 많은데종이컵을 따라다니며 구걸하는 꿀벌들수려한 산중에서 꽃에 핀 꿀을 따지 않고종이컵에 묻은 설..

2024.10.19

기도하는 도시 (포1)

기도하는 도시 ㅡ  비 오시는 아침 이국의 길을 걸었다  중세로 통하는 門 ‘아르코 다 포르타 노바’를 지나 동네 사랑방 카페 아르코에 갔다  이른 시간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살짝 당황한 브라운 헤어 쥔 아줌니, 마리아! 마리아! 딸을 불렀다 따뜻한 에스프레소 1유로 나타 0.8유로, 직전 도시의 비싼 물가와 비교됐다  빗줄기가 세차졌지만 나그네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  현재를 외면한 온통 과거인 브라가 대성당에 들었다  벽화, 이끼 낀 석물, 천정의 그림들, 황금빛 파이프 오르겐 등과 침묵의 수도자 같은 방문객들 모두가 경건했지만  모든 이들이 기도하는 이 도시에서 니체주의자인 나는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  유일하게 힘차고 우렁찬 종소리에 발길을 돌렸다  날이 개기 시작했다  아담한 ‘산타 바바라 광장’에..

2024.10.14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한 여섯 살 먹었을까  노란 날개 달린 발레복 입은  예쁜 여자아이가  빨간 브라우스 입은 예쁜 엄마와  룰룰랄라 버스에 올라서는  내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아이가 쫑알거리는 말이  “난 할머니가 너무 좋아  할머니 오시라고 전화해야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엄마가 하는 말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2024,예서)》 중   * 시니어들의 애환을 노래한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가 MZ세대 포함 3, 40대의 공감을 얻어 기쁜 마음이 큽니다.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