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카페에서 ㅡ
상벤투스역 앞
한낮 시끌벅적한 노천카페에서
여행자 발품 좀 풀려고
샌드위치에 생맥주를 마셨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또 아프리카 어디 어디 언어들이
질서없이 내 귀를 들고난다
여기서는 내 언어를 하는 이가 없다
피부도 각양각색이다
검고 아주 검고
희고 아주 희고
나는 검지도 희지도 않다
아까부터 좁은 테이블 여기저기 사이사이 손 내밀며 구걸 중인 여성이 보기 딱해 1유로 건네니, 한술 더 떠 주는 김에 1유로 더 달라 검지 쭉 펴며 죽는시늉이다
호시탐탐 내가 남긴 샌드위치 부스러기를 노리고 있던 비둘기란 놈이 후다닥 테이블을 어지럽히고 달아났다
내게 무관심한 언어들은, 색을 달리한 각각 높이의 코 아래 입을 통해 제 말들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혀 고독하지 않고
지금 여기 이 구경거리가 재밌다
바로 옆 테이블, 아주 흰 피부의 젊은 남녀의 입술들이 갑자기 포개지더니 떨어질 줄 모른다
(포루투갈, 상벤투스역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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