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6‘(274+275)

박산 2024. 10. 19. 09:30

 

모꼬지 '275' 진행 중인 지현 김미희 님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6‘

(10256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

//(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276 낭송 예정자:

 

김미희 김효수 유재호 조철암 김중열 이원옥

김경영 박하(박호남) 선경님 박산 이생진 

 

선경님 with 생자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5’ 스케치

(927630분 마지막 금요일

 

1. 구인사 : 낭송 김미희/시 이생진

 

- 꿀벌

 

구인사(구인사) 깊은 계곡

불전 앞 자판기 두 대

커피에 맛들인 꿀벌들

가을엔 코스모스 들국화도 많은데

종이컵을 따라다니며 구걸하는 꿀벌들

수려한 산중에서 꽃에 핀 꿀을 따지 않고

종이컵에 묻은 설탕을 핥는 벌

꽃이 싫어진 것일까

아니면 타락한 것일까

웬지 내가 부끄러워지네

 

* 진흠모/낭송가/시인/인사동TV 운영위원 

 

진흠모 노희정 님 주최

 

 

2. 여름: 김효수

                                   

 

동쪽 하늘에 벌겋게 떠오르는 태양 서서히 용광로처럼 끓고 있다

시침은 오후 두 시를 지나가는데 더위는 꼭짓점을 향하여 달린다

따갑게 내리는 햇살에 거리마다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그대를 만나서 내 가슴이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달궈졌다

                             

* 진흠모/시인 

 

진흠모 김명옥 개인전

 

3. 술 한 잔: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산에서 머루주 한 잔 마셨다

다래주 한 잔 더 달래서 마시곤

골짜기 물따라

곤드레 만드레

물 되어 내려왔다

 

내가 왜 이렇게

행복해지느냐고

실없는 말을 해가며

새처럼 노래 부르다가

산골 물도 그렇게 따라오기에

너도 술 한잔 했느냐고 물었다

 

-시집 (산에 오는 이유)

 

* 진흠모/가수/낭송가

 

진흠모 오경복 한옥례 '시예랑' 공연

 

 

4. 있었던 일: 낭송 조철암/시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 진흠모/시인/낭송가 

 

생자 아라메길 2022

 

 

5. 마침표 하나: 김중열

 

밤새 울던 소쩍새는

어이해 햇쌀 가득 지금에도

마음 속 여기저기 떠놀아

울어대며 노닐자 하려더냐

 

우짖어 맑은 소리 여전하기를

내 마음 곳곳에서 노래하기를

간다 했건만 메아리로 남겨돌기를

 

사랑한다며

정만 남기고 떠나가니

나홀로 사랑 품고 있으련다

여전히 기루기를

 

마침표 하나

다시금 쿡 찎어 눈시울 붉히건만

 

아하!

허전하기는 늘 여전하기를.....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생자 울릉도 2022

 

6. 손님: 이원옥                                       

 

오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소식이나 전해주고 왔으면

갑자기 무더위와 습기를 가득 품고 와서

길게 드러누운 심통맞은 손님

 

이제야 가나 저제야 가나

이번에는 빨리 가기를 바랬다.

 

햇빛 한 조각

바람 한 자락이

쉬어가는 시간

 

시원한 비를 내려

세상의 모든 때 목욕시키고

내 마음의 때도 산뜻하게 씻겨준다.

 

미우나 고우나

내년에 또 올텐데

잘 갔다가

좋은 소식 가지고 오렴

 

* 진흠모/시인/사업가 

 

김경영 님 2024 여름

 

 

7. 푸르른 날: 낭송 김경영/ 시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가을 항아리

 

성산포에서, 진흠모 가수 현승엽

 

8. 기다림: 이생진

 

-자기1-

 

너만 기다리게 했다고 날 욕하지 말라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이상하게도 같은 세월에

엇갈린 입장을

물에 뜬 섬처럼

두고두고 마주 보았다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4’ 스케치

 

(8 30 6 30분 마지막 금요일)

 

 

화순 운주사 와불

 

1. 초매(草昧) : 낭송 김미희/시 박산

 

이제껏 내가 살아온 익숙한 공간이라는 

누군가의 말에도 

지금 눈앞이 새삼스럽다 여겼는데 

과거라 말하는 때의 기억이 는개를 타고 왔다 

 

한동안  봤던 아버지가 웃으며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고는 셀카를 찍는다 

1995 ()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는데요

그냥 웃으신다 

순간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이 산산이 부서져 

 되고 나무 되고 돌멩이가 되었다 

 

한강이 보이더니 63빌딩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닌 시간들이 바람을 불러 

억새를 매질하고 있다 

잉잉잉잉잉잉

 

진땀에 이마와 겨드랑이가 촉촉해졌다 

느슨하게 풀린 허리띠를 졸라매도 

바지춤은 살을 빼며  헐거워졌다 

 

정신을 차리려다 정신 차릴 이유를 결국은  찾았다 

태양을 몰아낼 정도의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하늘에 걸린 스크린  우주복 입은 아나운서가 말했다 

이어서 기상예보를   알았는데 

태양보다  강하다는  빛이 바로 튀어나와 

엄청난 크기의 서치라이트를 통해 구름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는 

그래도 성이  찼는지 강을 무자비하게 갈라놓아 

범람한 강물이 시청 방송국 삼성빌딩 LG빌딩을 삼키고 청계천을 어디론가 보냈다 

 

얼빠졌던  목을 적신 차가운 물에 겨우 정신이 맑아지려는데 

눈을 멀게  정도의 강력한  빛이 얌전해지더니 세상이  바뀌었다 

 

사방이 온통 처음 보는 것들이다 

옷을 헐하게 입은 온전치 않은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등이 익숙한 아버지도 누군가와 함께 가는 뒷모습을 보이다 다시 사라졌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이 잠시 다녀갔다 

엎어버린 화투판 화투장처럼 기억했던 이름들이 뒤죽박죽이다 

 

생소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눈을 감아 버렸다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음이 느껴졌다 

 

는개가 사라지는 중일 것이다 

 

아직 눈을 감고 있어 모른다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예서의 시/2024)  

 

* 진흠모/낭송가/시인/인사동TV 운영위원 

 

'그리운 바다 성산포' 새벽 (2023, 박산 찍음)

 

 

2. 장마철: 김효수

                                             

갑자기 폭포처럼 쏟아지는 비 그쳤는가 했더니 다시 비가 내린다

젊은 시절에 하얀 도화지 같은 마음에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다가

여운만 남기고 떠나버린 사람 잊은 줄 알았는데 떠오르는 것처럼

요즘 하늘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맑았다가 흐리는지 잘 모르겠다

중년의 여자가 갱년기 겪느라 얼굴에 열이 올랐다가 내린 것처럼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하여 정신없이 길을 재촉해 걸어가는 사람들

땅보다 하늘 뚫어지게 바라보다 몇 번이나 우산을 접었다 펴는지 

                             

* 진흠모/시인 

 

서산 '조재억 학덕비'에서 생자 2022

 

 

3. 언니의 양지: 낭송 김문자/ 시 이생진

 

나는 네 앞에서 30년 후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고작 생각한 것은 내일 아니면 모레,

그것이30

나는 쫓겨 나온 것처럼 밖에 나와 있구나

그런데도 어쩌면 이렇게 반가우냐

내가 네 앞에서.

너를 위해 쓰던 시를 30

그 후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또 한 번 네게 줄 시를 쓰는 일은

너무나 과분한 행복이다

다시 코스모스길 따라 소나무 숲에 묻힌 교실에 들어가

언니의 양지에 커텐을 달자

모두 모였구나 앞으로 30년 후는 생각지 말자

그땐 내가 없거나 네가 없거나 이 세상은 남의 것이 된다

하지만 나는 내 이름을 저승에서도 한 번 더 부르고 싶다

꼭 그 출석 부를 가지고 오라.

그때 또 한 번 네게 줄 시를 쓰마

아마 그 시가 마지막 시일지도 모른다.

 

*김문자: 1950년대 충남 서산여고 이생진 시인 제자 

 

유재호 박산('순풍에 돛을 달고'에서)

 

 

4. 책임: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내 책임은 누가 지나

내가 지면 얼마나 지고

네가 지면 얼마나 지나

나도 내 책임 져본 적 없고

너도 네 책임 져본 적 없이

책임만 남아도는 이 세상

 

-시집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 진흠모/가수/낭송가 

2007 부산 '김성종 추리문학관'에서 생자 낭송 후

 

 

5. 마지막 노래: 김중열

 

여느 산골 기슭에 아파트 12

새 한 마리 있어, 꿈을 먹고 살겠다

둥지를 틀고 있었지

 

어느 날인가 보고픈 것 외면하며

하고픈 노래 그 소리 또한 잊히여

눈물 또한 메마르랴

 

그냥 그리 볼품 없는 새 한마리

그냥 그리 잊혀진 세월로 살고 있었지

 

매가 되는 그런 날에 힘차게 날아보겠다

종다리 되어 하늘 높이 치솟는 노래로

꿈을 꾸는 그런 세월을 고독이라며

외로이 여직에 기다리고 있었지

 

주름져 퇴색바랜 지금을 외면하며

슬피 우지도 못하여

물진 노을 드리운 그날 향해

서투른 나래짓이라도 하여 볼까

성성한 지난 날로 날개짓 시늉할까

 

경끼든 날에 번개와 천둥 소리에

심장은 갈라지고 피멍에 터진 서러움 속

바람마저 세차게 몰아칠 깊은 밤에

빗소리 불러 부르르 한번 떨어나 보겠다며

핏빛 먹구름 미금고 때를 기다렸다지

 

하나는 모르지만 둘은 알겠다

주름진 새는 꿈을 머금고 알몸으로

싫커정 울겠다 하였건만

 

몹시도 시린 날에 곤하여 추락하다

나뭇가지에 걸쳐 파득 푸득 서서히

처연하게 혼잣말 하기를

 

그곳으로 돌아가리라

 

마지막 노래 한가락 내뱉고는

파르르르 떨며 눈을 감더란다.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객석에서의 생자

 

 

6. 폭염과 열대야: 조철암

 

기록 경신

파리 올림픽은 폐막 했는데

폭염과 열대야 일 수는

연일 신기록 행진 중

 

말복이 지나면 새벽에는 선선해져

이불을 끌어 덮는다는 것도 옛말

늦더위로 인해

열흘이나 지난 입추는 좀 미안하고

낼모레인 처서는 많이 부끄러울 듯

 

폭염과 열대야도 세월 앞에서는

결국 꼬리 내리겠지만

창밖의 매미는

무더위와 사투하는지

여느 해보다

격렬하게 울고 있다

 

* 진흠모/시인/낭송가 

 

2015 진흠모 다섯돌 생자

 

 

7. 아내와 나 사이: 이원옥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있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진흠모/시인/사업가 

 

교정 중인 양숙 이명해 님 2023

 

 

8. 그들이 사랑한 이유: 낭송 김경영/ 시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백석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지

 

그들은 삼년 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 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그녀가 죽기 열흘 전

힘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1000억의 재산을 내 놓고 후회 되지 않으세요?

"후회?"   "무슨 후회?"

 

그사람 어느때 가장 생각 나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 나신다면?

어디서?

한국에서?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에서 태어나  문학 할꺼야

 

그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  했다

 

사랑을 간직  하는데는 "시 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무크지 편집 회의 후 광화문 2022

 

 

9. 부운浮雲: 박산

 

하늘 열린 날, 우물에 빠진 구름 몇 개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

쏟으면 없어지고 꺼내면 사라져 그래도 꼭 한 번은 잡아 볼까

꽉 잡아도 보고 두루뭉술하게 말아 쥐어도 봤지만

빠져나가는 놈들 억지로 용쓰며 잡다 결국 빈 손바닥.

구름은 잡아 뭐 하려나! 세월이 다독여 준 마음 하나로

어즈버 태평세월 보내느라 까맣게 잊은 지 오래인데

요사이처럼 기후 편편하고 빠질 우물조차 없는 세상에도

뜬구름 잡는 이들 동무하러 내려와 펑펑 자폭 중이다.

 

* 박산 시집무야의 샛별(2015)

 

* 진흠모 이끎이/시인/자유 기고가/인사동TV 방송주간 

 

생자 구순 잔치

 

생자 미수 잔치

 

10. 편지 쓰는 일: 이생진

 

시보다 더 곱게 써야 하는 편지

시계 바늘이 자정을 넘어서면서

네 살에 파고드는 글

정말 한 사람만 위한 글

귀뚜라미처럼 혼자 울다 펜을 놓는 글

받는 사람도 그렇게 혼자 읽다 날이 새는 글

그것 때문에 시는 덩달아 씌어진다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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