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황금알 2020 68쪽》 「부속품 UP6070」 원래 난 빽빽한 회로기판에 꼭 끼어 있었다 호흡조차 공동 규칙이었던 이 배치를 벗어난다는 건 죽음, 바로 그것이었지만 어느 날 나만 쏙 뽑혀 버려졌다 불에 태워지려는 순간 천운이 내게 내렸다 재활용이란 한물간 유행가로 태그 위의 넘버링은 'UP6070' 가까스로 이어진 전설 같은 생명이었지만 죽을 듯한 외로움이 준 조급함으로 다시 끼어들 회로기판이 절실했다 얼마의 기다림이었을까 녹슬어 부서진 부속품 하나가 바람에 날려 사라진 빈자리가 났다 있는 힘 다해 냉큼 끼어들고 보니 상하좌우가 삐뚤빼뚤 헐렁하다 나도 여기서 녹슬고 부서지는 중이다 통증을 견디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외롭고 그리움에 떨어야 하는 그 지독한 몸부림의 아픔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