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품 UP6070

박산 2021. 6. 24. 10:23

◁'Passion for VENEZIA' 이광무 화백▷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황금알 2020 68쪽》  

  

 

「부속품 UP6070」

 

 

원래 난

빽빽한 회로기판에

꼭 끼어 있었다

 

호흡조차 공동 규칙이었던

이 배치를 벗어난다는 건

죽음, 바로 그것이었지만

어느 날 나만 쏙 뽑혀 버려졌다

 

불에 태워지려는 순간

천운이 내게 내렸다

재활용이란 한물간 유행가로

태그 위의 넘버링은 'UP6070'

 

가까스로 이어진 전설 같은 생명이었지만

죽을 듯한 외로움이 준 조급함으로

다시 끼어들 회로기판이 절실했다

 

얼마의 기다림이었을까

녹슬어 부서진 부속품 하나가

바람에 날려 사라진 빈자리가 났다

있는 힘 다해 냉큼 끼어들고 보니

상하좌우가 삐뚤빼뚤 헐렁하다

 

나도 여기서 녹슬고 부서지는 중이다

통증을 견디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외롭고 그리움에 떨어야 하는

그 지독한 몸부림의 아픔보다는 낫다

 

옆에 붙은 부속품에 감사의 말을 건넨다

"Thank you for staying by your side!"

 

 

 

* UP6070 : UPUsed Part의 약자고

  6070은 인간의 물리적 나이 숫자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DW  (0) 2021.07.01
장마 3  (0) 2021.06.28
밤꽃  (0) 2021.06.21
상생  (0) 2021.06.14
대접  (0) 20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