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박산 2021. 6. 21. 10:13

◁'호반의 집' 헤르만 헤세(1877~1962)▷

시집 《'노량진 극장' 72쪽 (우리글, 2008)》

 

「밤꽃」

 

유월六月

밤나무 숲길

 

짝을 찾지 못한 전라도 총각 수천 명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각각

뽑아낼 길 없는 가득 찬 정액

일 년에 딱 한 번

인근 산 숲에 쏟아 부어 밤꽃이 되었다

 

유월 산 숲 밤꽃 길은

 

서른 젊은 부부에게는 문 걸어 잠군 달콤한 침실이다

마흔 먹은 립스틱 짙게 바른 여인에겐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쉰 살 사내는 이유 없이 아랫도리 힘만 들어갔다

예순 아주머닌 콧속에 밤꽃 가득 부어 눈을 감았다

일흔 잡수신 영감님은 공연히 에헴 하고 헛기침을 했다

여든 드신 할머닌 이게 무신 냄새더라

연신 고갤 흔들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3  (0) 2021.06.28
부속품 UP6070  (0) 2021.06.24
상생  (0) 2021.06.14
대접  (0) 2021.06.10
박산 갈증  (0)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