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小景」
그저 두어 번 이발로 안면 있는
한 쉰 됐을 이발소 아주머니가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웃음으로
ㅡ어서 오세요, 선생님!
어째 안 오시나 했어요?
ㅡ나를, 요?
왜요?
ㅡ멋지시잖아요!
ㅡ.... (순간 당황해서 뭐라 해야 할지, 옆 다른 손님 눈치도 보이고)
ㅡ코로나 때문에 머리가 많이 기셨지요?
다른 손님들도 자주 못 오세요
ㅡ근데 선생님 혹시 글 쓰는 일 하세요?
ㅡ...(잠시,,,날 아나? 하고 망설이다가)...아니요 글은 무신요, 근데 왜요?
ㅡ뵐 때마다 제가 시골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시인이셨던 국어선생님 꼭 닮으셨어요
ㅡ허허! 짝사랑을 닮았다니
이거 내가 영광입니다
좋아하는 친구와
쌈밥 점심에 낮술로 막걸리 마시고는
긴 머리카락이나 자를까 왔는데
젊은 아주머니가 이리 날 반기니 기분은 좋다
그녀가 시원스럽게 싹둑싹둑 내 머리를 자르고 다듬었다
머리카락 수염 지저분한 걸 못 참는 성미가
이 아주머니 덕에 마음까지 개운해졌다
내가 짝사랑을 닮았다는
그녀의 말이 귀에 박혀
이발소를 나오면서도
히죽히죽 웃음이 귀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