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小景

박산 2021. 5. 31. 10:20

◁初夏花景▷ 이광무 화백

 

「이발소 小景」

 

 

그저 두어 번 이발로 안면 있는

한 쉰 됐을 이발소 아주머니가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웃음으로

 

ㅡ어서 오세요, 선생님!

   어째 안 오시나 했어요?

 

ㅡ나를, ?

   왜요?

 

ㅡ멋지시잖아요!

 

.... (순간 당황해서 뭐라 해야 할지, 옆 다른 손님 눈치도 보이고)

 

ㅡ코로나 때문에 머리가 많이 기셨지요?

   다른 손님들도 자주 못 오세요

 

ㅡ근데 선생님 혹시 글 쓰는 일 하세요?

 

...(잠시,,,날 아나? 하고 망설이다가)...아니요 글은 무신요, 근데 왜요?

 

ㅡ뵐 때마다 제가 시골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시인이셨던 국어선생님 꼭 닮으셨어요

 

ㅡ허허! 짝사랑을 닮았다니

   이거 내가 영광입니다

 

좋아하는 친구와

쌈밥 점심에 낮술로 막걸리 마시고는

긴 머리카락이나 자를까 왔는데

젊은 아주머니가 이리 날 반기니 기분은 좋다

 

그녀가 시원스럽게 싹둑싹둑 내 머리를 자르고 다듬었다

 

머리카락 수염 지저분한 걸 못 참는 성미가

이 아주머니 덕에 마음까지 개운해졌다

 

내가 짝사랑을 닮았다는

그녀의 말이 귀에 박혀

이발소를 나오면서도

히죽히죽 웃음이 귀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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