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나라

박산 2021. 5. 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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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나라

 

5 만에 47년생 P 형을 만났습니다.

 

유럽 미주 한국 등에서 일본 종합상사 플랜트 담당으로 일했고

90년대 나와는 업무적으로 만난 사이였지만

세월의 명령으로 이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수술 후유증 탓인지 부쩍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서울 사람 상사원 출신답게 여전히 깔끔한 입성에

부드러운 대화로 상대를 편하게 주는 재주는 여전했습니다.

 

위스키 소주 사케 맥주 종류 불문하고 말술을 마다하지 않았던 P 형의 지금은

그저 따라 놓은 술잔에 겨우 입술을 적시는 정도라

내심 같은 술꾼이었던 동지애가 솟구쳐 아쉽고 짠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얘기 얘기 끝에 던지듯 내게 이리 묻습니다.

 

" 갑갑한 팬데믹이 사라지면 어디 가고 싶어요?"

 

순간 이태리 아말피 해변, 중국의 리장, 일본의 겨울 홋카이도,

자주 출장 다녔던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파고드는 타이베이 뒷골목 등이 머리를 스쳤지만

간절히 떠오르는 곳이 군데 있었습니다.

 

"포르토 뒷골목 다니며 달만 배회하고 싶습니다"

 

"포르투갈이요, 세일즈맨 출신 시인이라,,,,, 어렴풋이 이해는 갑니다, 좋지요 포르토!"

 

가서 쌈직한 뒷골목 숙소 잡아 사나흘은

밤에 가슴 밑바닥부터 파고드는 리스본 파두만 듣고 다니다가

고독이 넘쳐 우울이 최상에 이를 즈음에는

포르토 와인 홀짝이며 삶은 감자에 바칼라우를 찾아 먹고는

맛에 취해 며칠 지내다가

여행자의 허기가 절정에 이를 때면

프란세지냐 샌드위치 개를 사서

한꺼번에 배가 터지게 먹고는

도우르 강변을 다리가 뻐근해질 때까지 걷고 싶습니다.

 

그러고는 며칠을 늘어지게 늦잠으로 게으름을 피우고는,

정한 목적 없이 그들이 사는 동네 뒷골목 구석구석 구경하다가

허술한 생선구이집 찾아 들어

사르디나에 맥주로 목을 축이고는

눈치껏 동네 사람과 섞다

행여 길벗 하나 사귀게 되면,

나는 며칠 여기를 떠나니 전에 한잔 하자 약속을 하고 싶습니다.

 

대충의 나의 이런 장황스런 旅夢 듣고 있던 P 형이 한마디 보탭니다.

 

"나도 꼽사리 끼자 하면 된다 하겠지요, 자유 찾아 혼자 다니는 여행자 시인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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