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의 길」
기계 돌아가듯
딱딱한 업무적 만남이었지만
한 해 두 해 세 해 보낸 세월로
그의 사업 내력은 물론
가족 내력까지 하나둘 알게 됩니다
차돌 같이 작고 단단한 체구의
62년생 공장 운영하는 K 사장은
삶에 어느 누구보다 열심이고
여느 장사꾼의 한 자락 까는
얕은 술수 없는 순수한 그의 대화체는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내게도
하는 말 그대로 들립니다
삼겹살집 화로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흔들지 않은 막걸리 병 위쪽의 맑은술만
홀짝홀짝 몇 잔 따라 마셨음에도
오늘따라 취기가 빨리 왔는지
사연 있는 아들 얘기 아내 얘기를 반복하며
전에 없이 눈이 붉게 풀어집니다
술자리 파해 헤어지는데
어려운 막내동생 두고 헤어지는 듯
알싸한 마음이 가득 들어
살며시 어깨를 안으며
어여 들어가 쉬시게나! 하니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히더니
안 하던 90도 폴더 인사로
고맙습니다, 고문님! 하고는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작아진 등짝을 보이고 가는데
바닷가 고층아파트 사이사이
마침 야속한 골바람까지
예순 줄 들어선 그의 처진 어깨를 때립니다
골바람 등진
귀갓길 대리운전 차 안에서
함께 마셨던 앞자리 62년생 동갑내기
우리 회사 尹 사장 어깨에서도
똑같은 무언의 갑갑함이 느껴졌습니다
이 순간 가슴을 파고드는 생각이
이 찬란한 봄날
이 두 구멍가게 사업가가
다 잊고 한 사나흘
꽃구경이나 실컷 다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간절했습니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는 것도 모자라
가정사에도 시달리며
순탄치 않게 실재(實在)하는
현장에서 번민하는 사업가
이 둘을 마주하면서
사실은
.
.
.
사업 선배로서
영업이 어떻고
매출이 어떻고 따위의 컨설팅보다는
부둥켜 꺼어이 꺼어이
함께 울어 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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