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사람이 좋다

박산 2021. 4. 26. 10:22

명동 단골 청요릿집 '일품향' 앞에서, 멋쟁이 靑老 定州 紫山과 함께

 

「옷 잘 입는 사람이 좋다」

 

1960년대

태극기 성조기가 그려진

원조 밀가루 포대 배급 받아

너나 할 것 없이

겨우 입에 풀칠하던 어린 시절

고물상 집 영수 형이

폼나는 로마이 구제품 쎄비로를

쪽 빼입고 동네 휘젓고 다니면

혀를 끌끌 차며 어른들 하시는 말씀이

저눔은 부모 등골 빼먹는 놈이야

저리 뽀다구나 잡고 다니면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형 참 멋쟁이였는데

 

2021

법적 노인임에도

벗 청노 정주 자산은

쪽 곧은 몸매에

철철이 붉고 노랗고 파란 옷들을

패셔니스트 스타 저리 가라 잘 챙겨 입고

페드로나 헌팅캡을 즐겨 쓰고는

고품격 화려한 신발로 품위를 더하니

영화배우가 따로 없다

 

다행스럽게도

가난이 추억이 된 나라에서

입에 풀칠 걱정 없이

그럭저럭

장년을 살고 있어 감사하다

단지, 아직도 가난의 트라우마에

나 죽어서 까지의 무한 자식 걱정에

쟁여 둔 돈 꺼내 쓰지도 못하면서

陋屋(누옥)을 감내하며

부모의 그 시절 간난신고에 허우적거리는

우매한 이들 늘그막 인생을 지켜보다 보면

가난한 내 행색까지 초라해짐을 느낀다

 

부자된 나라

첨단화된 安屋에서

옷 잘 입는 사람이 좋다

 

슈트롬 운트 드랑!

전쟁 후 폐허의 나라에서 태어나

보릿고개로 허기진 유년을 보내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만들며

질풍노도의 삶을 살아 내지 않았나

이제는

나를 위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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