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사람이 좋다」
1960년대
태극기 성조기가 그려진
원조 밀가루 포대 배급 받아
너나 할 것 없이
겨우 입에 풀칠하던 어린 시절
고물상 집 영수 형이
폼나는 로마이 구제품 쎄비로를
쪽 빼입고 동네 휘젓고 다니면
혀를 끌끌 차며 어른들 하시는 말씀이
저눔은 부모 등골 빼먹는 놈이야
저리 뽀다구나 잡고 다니면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형 참 멋쟁이였는데
2021년
법적 노인임에도
벗 청노 정주 자산은
쪽 곧은 몸매에
철철이 붉고 노랗고 파란 옷들을
패셔니스트 스타 저리 가라 잘 챙겨 입고
페드로나 헌팅캡을 즐겨 쓰고는
고품격 화려한 신발로 품위를 더하니
영화배우가 따로 없다
다행스럽게도
가난이 추억이 된 나라에서
입에 풀칠 걱정 없이
그럭저럭
장년을 살고 있어 감사하다
단지, 아직도 가난의 트라우마에
나 죽어서 까지의 무한 자식 걱정에
쟁여 둔 돈 꺼내 쓰지도 못하면서
陋屋(누옥)을 감내하며
부모의 그 시절 간난신고에 허우적거리는
우매한 이들 늘그막 인생을 지켜보다 보면
가난한 내 행색까지 초라해짐을 느낀다
부자된 나라
첨단화된 安屋에서
옷 잘 입는 사람이 좋다
슈트롬 운트 드랑!
전쟁 후 폐허의 나라에서 태어나
보릿고개로 허기진 유년을 보내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만들며
질풍노도의 삶을 살아 내지 않았나
이제는
나를 위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