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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 끼리는

좋은 사람들 끼리는 ㅡ 말 한마디에도 정이 듬뿍 담겨 있고요 하찮은 우스갯소리에도 마냥 좋아 죽지요 밥 한 그릇씩 나누는 일도 숯불에 구운 고기 한 점 놓아 주는 일도 마주 보며 술잔을 맞부딪치는 일도 묵묵히 깜깜 바다를 구경하는 일도 하릴없이 호숫가를 배회하는 일도 시시한 詩를 낭송하는 일도 모다 좋은 사람들끼리는 여름 가고 가을 오듯 겨울 가고 봄 오듯 당연하게 올 기대에 부픈 좋은 사랑일 뿐입니다

2021.11.09

타향

타향 ㅡ 늦저녁 노을 진 바닷가 파도 소리를 듣습니다 붉은 물감 흩뿌린 하늘이 바다의 푸른빛을 제 색으로 물들일 때 괜스레 흐르는 나그네 넋 놓은 눈물은 철썩철썩 불규칙 리듬으로 붉어져 떨굽니다 아!... 사는 게 결국 이런 거로구나! 찾기 어려웠던 퍼즐을 어쩌다가 맞춘 듯 실체 없는 철학 같은 무형의 논리로 깨달음의 경지에 자위합니다 차츰 어둠으로 더 검어지는 바위에 걸터앉아 우 우 응 응 순간의 자작곡을 허밍하는데 가뭇없던 자동차 먼빛으로 지나는 소리에 문득 돌아온 현실감에 진저리칩니다 태어났다고 그곳이 내 땅이 아니 듯 이곳 역시 잠시 점유하는 내 땅일뿐입니다 배낭에 든 비닐봉지 속 바나나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단팥빵과 캔맥주도 꺼내 바위 한 편에 상을 차림니다 어느샌가 사라진 노을 따라 나그네 움..

2021.11.04

주책없이 오지랖만

주책없이 오지랖만 ㅡ 저녁 8시 지하철 내 바로 옆 손을 꼭 잡고 붙어 있는 젊은 남녀 속삭이는 얘기들이 굳이 주워 담으려는 것도 아닌데 귀에 쏙쏙 듭니다 하루를 주어진 운명대로 열심히 살았던 장삼이사들의 그렇고 그런 일상의 회사 얘기부터 점심으로 먹었던 파스타가 정말 맛있었다는 얘기에 이르렀을 즈음 툭 던지듯이 남자가 묻는 말 "그거 말씀 드렸어? " 결혼식 얘기입니다. 갑자기 이들의 대화에서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스쳐도 될 이들과의 인연이 조금 더 길었음인지 내가 내리는 역에 이들도 내리고 자연스레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 갑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 버스정류장이 있는 사거리로 나가는 직전 길목에는 MOTEL 간판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깜빡이는 골목이 나옵니다 손목을 슬며시 잡아끄는 남자에게 "돈 아껴야지 ..

2021.11.01

철책에 서서

철책에 서서 ㅡ 철책 넘어 안개 자욱한 저기가 어딘가 물 빠진 갯벌은 한 많은 여인네 가슴처럼 움푹움푹 구멍이 파였다 나도 저런 적 있었는데.... 일사분란 떼 지어 나는 고니들은 1렬횡대 5열종대 7열횡대...群舞로 이 짙은 안개를 걷어 내는 중이다 바다 건너 동네 확성기 소리가 바람 타고 웅웅 날아 오는데 무거운 사람들이 무거운 귀를 기울인다 어느샌가 고개 내민 아침 햇살이 철책에 선 늘그막 사람들 어깨에 걸린 무거운 짐들을 하나둘 덜어 내고 있다 철책을 돌아서니 황금빛 들녘이었다 (교동도 2021년 10월 , 가을 추위가 일찍 찾아온 날 아침 씀)

2021.10.27

유튜브 in My Life

유튜브 in My Life ㅡ 이영훈 이승만TV 김지윤 김용삼 박종인 역사의 땅 고미숙 Tom Hillddleston Redfrost Motivation Poem Reading 여행족 두억시니 빠니 보틀 희철리즘 소이 곽튜브 Family Kim 인사동tv 아가사 크리스티 셜록 홈즈 MLB 김형준 송재우 Koln Opera 김영우 조수미 강지민..... Poetry Reading Poetry Therapy 유튜브에 풍덩 빠져있다 이런 얘기와 시와 소설과 낭송과 노래를 보고 듣는다 YouTube has already become a part of my life...이렇게

2021.10.25

타인의 방

시집 《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 타인의 방 익숙했던 것들이 갑자기 타인의 방에 든 양 낯설었다 스마트폰은 회중시계 흉내를 내며 손아귀에서만 놀다 호주머니 속으로 들었다 존재의 공간은 시도 때도 없이 안개가 꼈다 상황 판단을 위한 계산은 아주 어려웠지만 수치상으론 모든 게 완벽하다 했다 그래도 달무리 따위의 현상에는 나름의 슬픔이 여전했고 작아진 기계들은 움직임을 숨겼다 아침과 저녁이 구분 지어진 하루가 새삼스러운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풀벌레도 꼭 풀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은퇴 하늘 구름 한 무더기 스멀스멀 입으로 들어와 애오라지 먹은 김밥 한 줄에 공간 많은 위장 꼭꼭 채우니 배꼽 주름 펴지며 움칠움칠 이때 작은 별 몇 개 음속音速으로 내려와 따개비처럼 얼굴에 다닥다닥 붙었다..

2021.10.21

꼰대 Song

꼰대 Song ㅡ 너 나 할 것 없이 제맛에 먹고 마시며 제멋에 산다지만 그중 내가 제일로 꼴통이다 호프집 치킨 시켜 놓고 막걸리 달라 성화고 예의 갖추는 자리라도 가려면 빨간 단색 넥타이만 고집한다 어디 그거 뿐이랴 칠칠치 못한 가슴속엔 아프고 쓰렸던 잿빛 기억들이 주인도 버리는 걸 잊어버린 창고 구석탱이 삭은 고무호스같이 똬리를 틀고 있다 털어낼 건 훌훌 털어버리고 지울 건 하나 둘 다 지우면서 이 길 저 길 새로 난 길 다 가 보련다 "라때는...!" 해 봐야 꼰대 소리밖에 더 듣겠나

2021.10.17

은사시나무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2011, 우리글≫ 은사시나무 - 야트막 산길 “어디 가세요!” 잎새 잃은 은사시나무가 외쳐요 쓰윽 쳐다보니 삐쩍 말라 키만 멀거니 큰 벌거벗은 모습 어찌나 추워 보이던지 떼로 모여 사는 녀석이 왜 저리 청승맞게 홀로 떨어져 있는지 “왜! 그건 알아 뭐하게!” 생각 없이 뱉어버린 짧고 퉁명스런 짜증에 나무 꼭대기 몇 장 안 남은 잎사귀들 어쩔 줄 몰라 팔랑거려요 짠한 마음으로 다가가 어루만져 속삭였지요 “사실은…‥ 갈 곳도 없이 그냥 가는 거야” 그제야 울먹이는 목소리로 “ 나도 그냥 서 있는 거예요 너무 외로워서…‥” 등 뒤로 찬바람이 불어왔지만 이미 깊은 사이가 된 듯 서로의 가슴을 비볐지요

2021.10.14

끊기 힘든 버릇

끊기 힘든 버릇 ㅡ 2009 갤럭시 8GB부터 갤 2,5에 이어 현재 갤10이니 스마트폰 1세대다 만병통치 약 같이 엔간한 건 다 스마트폰이다 업무적 메일 체크부터 작은 살림살이 입출금 내역에 송금까지 어디 그 뿐인가 글쓰기도 거의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약속·스케줄은 물론이요 하루만 '박산의 잡문 소통'을 걸러도 손가락에 가시가 돋듯 무슨 일 있으세요 어디 아프신가 진솔한 문자로 물어 오는 한 마흔 분 남짓한 영혼을 나누는 지인들과의 소통 일간지 문화면 살펴보기에 메이저리그 각 팀 스코아 체크하여 승리투수 홈런타자 등등을 확인하기 넓고 넓어 끝이 안 보이는 유튜브 바다에서 한나절을 파도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헤엄치며 노는 것도 모자라 잠 잘 때도 이어폰으로 시와 소설을 들으며 잔다 마약 보다 끊기 힘든..

2021.10.11

그대가 견지하는 침묵의 의미는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그대가 견지하는 침묵의 의미는 판단의 유보이고 관망하는 중인가 행여 그대의 삶이 지친 여행 끝에서도 찾지 못하는 절망의 길처럼 지독한 고독 끝에 찾아오는 춥고 시린 배고픔이 침묵 구도의 방편과 도피가 아니기를 돌이켜 그대가 그간 뱉어낸 언어들을 기억해보면 경계를 넘나드는 정돈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사다움과 확고한 신념으로 소나기 퍼붓듯 쏟아 냈던 벅찬 열정들 그것들이 지금 내 기억엔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그대의 침묵이 가슴 저리게 안타까워 잠시의 휴식을 위한 위장이려니 생각하겠네 한두 해 겪어본 것도 아니니 제발 단풍과 곧 떨어질 낙엽을 핑계 삼지 말고 추운 겨울도 너무 두려워 마시게나 나도 새봄까지는 그대 따라 침묵하고 싶지만 인내로 가장하여 나를..

202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