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없이 오지랖만 ㅡ
저녁 8시 지하철
내 바로 옆 손을 꼭 잡고 붙어 있는 젊은 남녀 속삭이는 얘기들이
굳이 주워 담으려는 것도 아닌데 귀에 쏙쏙 듭니다
하루를 주어진 운명대로 열심히 살았던 장삼이사들의
그렇고 그런 일상의 회사 얘기부터
점심으로 먹었던 파스타가 정말 맛있었다는 얘기에 이르렀을 즈음
툭 던지듯이 남자가 묻는 말 "그거 말씀 드렸어? "
결혼식 얘기입니다.
갑자기 이들의 대화에서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스쳐도 될 이들과의 인연이 조금 더 길었음인지
내가 내리는 역에 이들도 내리고
자연스레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 갑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 버스정류장이 있는 사거리로 나가는 직전 길목에는
MOTEL 간판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깜빡이는 골목이 나옵니다
손목을 슬며시 잡아끄는 남자에게
"돈 아껴야지 바보야!"
여자가 눈을 흘기며 조금은 커진 목소리로 샐쭉 쏘아 붙이자
무참해진 남자의 표정이 축 처진 어깨로 어찌나 측은해 보이는지…‥
"그 모텔비 내가 내 주면 안 될까?"
하마터면 무심코 나서서 이럴 뻔 했습니다
주책없이 오지랖만 넓어서....
이 젊은 여인들이 맘 놓고 애 펑펑 낳고 살게
아파트 값이 반값으로 푹푹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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