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
타인의 방
익숙했던 것들이
갑자기 타인의 방에 든 양
낯설었다
스마트폰은 회중시계 흉내를 내며
손아귀에서만 놀다 호주머니 속으로 들었다
존재의 공간은 시도 때도 없이 안개가 꼈다
상황 판단을 위한 계산은 아주 어려웠지만
수치상으론 모든 게 완벽하다 했다
그래도 달무리 따위의 현상에는
나름의 슬픔이 여전했고
작아진 기계들은 움직임을 숨겼다
아침과 저녁이 구분 지어진 하루가
새삼스러운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풀벌레도 꼭 풀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은퇴
하늘 구름 한 무더기
스멀스멀 입으로 들어와
애오라지 먹은 김밥 한 줄에
공간 많은 위장 꼭꼭 채우니
배꼽 주름 펴지며 움칠움칠
이때 작은 별 몇 개
음속音速으로 내려와
따개비처럼 얼굴에 다닥다닥 붙었다
늘어진 메줏볼이 실룩거려
모처럼 붉은빛을 띄었다
풋낯같이 지내던 구름에 배부르고
반짝거리는 별이 훈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