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2011, 우리글≫
은사시나무 -
야트막 산길
“어디 가세요!”
잎새 잃은 은사시나무가 외쳐요
쓰윽 쳐다보니
삐쩍 말라 키만 멀거니 큰 벌거벗은 모습
어찌나 추워 보이던지
떼로 모여 사는 녀석이
왜 저리 청승맞게 홀로 떨어져 있는지
“왜! 그건 알아 뭐하게!”
생각 없이 뱉어버린
짧고 퉁명스런 짜증에
나무 꼭대기 몇 장 안 남은 잎사귀들
어쩔 줄 몰라 팔랑거려요
짠한 마음으로 다가가
어루만져 속삭였지요
“사실은…‥ 갈 곳도 없이 그냥 가는 거야”
그제야 울먹이는 목소리로
“ 나도 그냥 서 있는 거예요
너무 외로워서…‥”
등 뒤로 찬바람이 불어왔지만
이미 깊은 사이가 된 듯
서로의 가슴을 비볐지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의 방 (0) | 2021.10.21 |
---|---|
꼰대 Song (0) | 2021.10.17 |
끊기 힘든 버릇 (0) | 2021.10.11 |
그대가 견지하는 침묵의 의미는 (0) | 2021.10.08 |
Convenience (0) | 2021.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