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방

박산 2021. 10. 21. 06:58

안산 '탄도항' 2021 가을 (박산 찍음)

 

시집 《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

 

타인의 방

   

익숙했던 것들이

갑자기 타인의 방에 든 양

낯설었다

 

스마트폰은 회중시계 흉내를 내며

손아귀에서만 놀다 호주머니 속으로 들었다

존재의 공간은 시도 때도 없이 안개가 꼈다

상황 판단을 위한 계산은 아주 어려웠지만

수치상으론 모든 게 완벽하다 했다

 

그래도 달무리 따위의 현상에는

나름의 슬픔이 여전했고

작아진 기계들은 움직임을 숨겼다

 

아침과 저녁이 구분 지어진 하루가

새삼스러운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풀벌레도 꼭 풀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은퇴

 

하늘 구름 한 무더기

스멀스멀 입으로 들어와

애오라지 먹은 김밥 한 줄에

공간 많은 위장 꼭꼭 채우니

배꼽 주름 펴지며 움칠움칠

이때 작은 별 몇 개

음속音速으로 내려와

따개비처럼 얼굴에 다닥다닥 붙었다

늘어진 메줏볼이 실룩거려

모처럼 붉은빛을 띄었다

 

풋낯같이 지내던 구름에 배부르고

반짝거리는 별이 훈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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