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견지하는 침묵의 의미는

박산 2021. 10. 8. 06:53

게리 번트(1957~) '침묵'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그대가 견지하는 침묵의 의미는

 

 

판단의 유보이고 관망하는 중인가

행여 그대의 삶이

지친 여행 끝에서도 찾지 못하는 절망의 길처럼

지독한 고독 끝에 찾아오는

춥고 시린 배고픔이

침묵 구도의 방편과 도피가 아니기를

 

돌이켜 그대가 그간 뱉어낸 언어들을 기억해보면

경계를 넘나드는 정돈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사다움과

확고한 신념으로 소나기 퍼붓듯 쏟아 냈던 벅찬 열정들

그것들이 지금 내 기억엔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그대의 침묵이 가슴 저리게 안타까워

잠시의 휴식을 위한 위장이려니 생각하겠네

 

한두 해 겪어본 것도 아니니 제발

단풍과 곧 떨어질 낙엽을 핑계 삼지 말고

추운 겨울도 너무 두려워 마시게나

나도 새봄까지는 그대 따라 침묵하고 싶지만

인내로 가장하여 나를 속이려다

솔직히 정말 내가 속을까 그게 무섭고

그렇게는. 내겐. 너무 힘이 든다네

 

이렇게 침묵을 깊게 생각하는데

베란다 밖 저 우라질 까치란 놈은

아침부터 왜 이리 푸다닥거려 소란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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